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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23. 2020
[왕비재테크 비밀] 엄마와의 인연을 끊어내라
나의어린왕자
20.11.23
엄마와의 인연을 끊어내라
그 옛날 엄마가 그토록 늙고 싶어 했던
그 때가 바로 지금일까?
세상 모든 신들의 기적으로
엄마는 지금 여기서 이 글을 보낸다.
누구보다 잘 키우고 싶어했던
엄마의 간절함은
무릇 욕심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냥 이유가 없었다.
세상에 대한 저항이었을까?
자식 키우는 일은
성공과 실패가 따로 구분되지 않기에
엄마는 나 같이 못난 사람으로만
살게 하지는 않을거야 했었고
수현이 네 미래가
네 아빠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과
어깨 뽕이 들어간 잘난 체할 자랑거리의
몹쓸 엄마가 아니라
내가 세상에 원한 진
그 모든 것들을
너에게 물려주기 싫었을 뿐이다.
그리고 엄마 하나 희생해서
너와 누나 잘 키워낸
흙수저 엄마의 증거이고 싶기도 했었고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냥 잘난 아들 만들고 싶었다.
그랬다.
솔직히 그 다짐 하나로
엄마는 엄마를 이길 수 있었고
눈앞에 편한 평범한 길을 포기할 수 있었다.
사실 어느 한 때 단 한순간이라도
편할 때가 있었을까.
어줍잖게 벌려놓은 사업과 돈벌이 밥벌이
가방끈 잇는다고 매달린 시간과의 싸움
그리고 네 살 터울의 자식 둘 가진 가장 역할.
어디 이보다 더 질긴 고통이 있었으랴.
내가 선택한 엄마의 자리는
이 엄마가 땅속에 들어갈 때까지
내 안에 나를 버려야하는 바로 내 삶이니까.
바닥에 떨어진 빵 조각 부스러기처럼
정리하기 어려운 그 사소한 일상들이 모여
미워하지 않을 만큼 살아냈구나.
18살, 참 매정한 엄마라서 그랬을까?
진짜 사랑해서 그래야 했을까?
가끔 이젠,
무엇이 엄마란 사람의 자리에 대한
본능적 삶을 살게 하는 것인지
조금 알 것 같은 어느 날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보낸다.
수현아, 너무 걱정하지마,
일일이 챙기려고도 하지 말고
연락 안 되어도 진짜야! 진심이야.
엄마 생일, 어버이날, 추석, 설 기타 등등
멀리서 시차도 다른데
꼭 잊지 않고 연락해야 한다는
기념일 같은 상황의 희소식.
엄마도 네 생일 다 연락 못했잖아.
어릴 적 어린이날이라고
특별하게 뭘 해준 적도 없고
여태 생일이라고
엄마가 미역국 한 번도 끓여준 적 없다는 걸
다른 사람들이 알면
아마 엄마를 계모라고 할 걸.
그런데 넌 괜찮아 했잖아.
우리 일 년에 한 번 만날 때나 못 만날 때도
그렇게 데면데면 했어도
우리 지금 잘 지내고 있잖아.
그래, 수현아 가족이란 그런거야.
꼭 모여서 도란도란 챙기고
밥 먹고 여행하고 대화하고 만나고
챙겨주고 안 해도 된단다.
엄마는 그냥 서로 잘 지내는 것이
성숙한 가족의 역할이라 생각하니까.
네가 힘든 일이 있어도
그것마저 전부 네 몫이고,
내게 어려운 일이 터져도
그건 엄마 몫 이야.
네가 공부하고 시험치고 성적표 나오면
그 모든 것에 관해
태어나서 지금껏
단 한번도 터치하지 않아도
넌 늘 잘해줬고
그리고 지금 거기 자랑스러운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게 널 증명해 주었듯
엄마가 어디서 무슨 일을 하면서
어떤 직면한 상황에서 힘들어 하고
어떤 병으로 수술해야 하는지
그 사소하거나 큰 일 모두
엄마 또한 혼자 해결하는 게 도리 듯.
세상 모든 가족들이 다 비슷하지만
우리가 남들 어떻게 사는지 알 필요 없듯
우리 가족 역시 누가 뭐라든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니.
애초에 정해진 것은 없단다.
비슷하게 산다고 닮아갈 필요도 없고
엄마가 생각하는 가족이란
어쩌면 자주 안보고 살아도
각자 잘 사는 게 사랑이라 판단한다.
그것은 엄마를 버리라는 게 아니라
잊으라는 거다.
엄마를 잊으라 한다고
엄마는 사라지지 않은 존재니까.
늘 내 아들 수현이 심장에
같이 뛰며 살고 있으니까.
수현아.
엄마가 네 등 뒤에 날개를 달아주었듯
그렇게 비상하며 살아주라.
사랑이란 이름으로 너를 보낸다.
인생은 길고 먼 외길을 걸어야 한단다.
살면서 사실 18년 동안
생일날 미역국을 단 한 번도 끓여주거나
생일상 차려주지 않기도 했고
못하기도 했지만
지금 네 삶에 그런 기억이 중요하지 않잖아.
네 생일날 엄마가
부지런하지 못하였거나, 게을러서가 아니라
그 날마저 너의 미래를 위해
밥벌이 했던 엄마니까.
우리 서로 잘 알잖아.
인생, 너무 의미 붙이고 살지 마라.
엄마 걱정하지 말고 꼭.
언제나 엄마가 너에게 1등 하려하지 말고
포기하지 말라고 늘 이야기 했듯
지금 거기서 많이 외로울 순간이 오면
고아라 생각해라.
엄마도 엄마 생일날 어버이날
네가 시차로 날짜를 못 챙기거나
혹여 빠트려도
마음은 오롯이 함께임을 기억하니까.
수현아!
강해지지 말고 오로지 혼자 서야한다.
누구에게 의지하려 하지 말고,
누군가에게 외롭다 다가서지 말고
어른이 되면
지금 네가 자신의 몫에 홀로 서지 못하면
경쟁이 만연한 사회에서
또 경쟁하며 살아야 하는 그곳은
지옥이 된단다.
세상에서 고된 일이 밥벌이라면
수현아,
넌 밥벌이 하지 말고
네가 원하는 일을 하고 살면서
삶을 좇아 살지 않으면서
너의 가치를 보고
누군가 너의 밥그릇도 챙겨준다는 것도 잊지 말고
지금 흠뻑 꿋꿋이 견딜 수 있길 바란다.
네 안에 네가 도망칠 수 없도록
엄마는 누나에게나 너에게
자식을 키우면서 꼭 지키고 싶은
가치관이 있단다.
그건 그 어떤 가족과 비교하지 않으며
그 어떤 다른 엄마의 교육에
흔들리지 않는 것 이었지.
그래서 엄마가 참 잘한 일이
지금껏 너의 성적표 한번 본적이 없는 것과
여태 너의 시험기간이 언제였는지 몰랐다는 것에 있다.
오롯이 믿기에.
너희를 키워낼 수 있었음엔
늘 신의 기적이 함께였다.
지금처럼 열여덟 우린 매일 이별했지만
우리 이제 진짜 이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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