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권선영(가이아)
까르마 (karma)
약삭빠른 사람들
척하는 사람들
알랑방귀 뀌는 사람들
목적이 식어버리면 돌아서 버리는 사람들
별 볼 일 없어지면 외면해버리는 사람들
남 이야기를 즐기는 사람들
남 흉을 서슴없이 터놓는 사람들
인맥이 좋은척하는 사람들
자기 과시를 즐기는 사람들
명품을 치장해 폼내기를 자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돈 잘 번다 큰소리치는 사람들
자신의 우월성을 드러내는 사람들
자신을 상품화시키는 사람들
자기 학력을 은근 들추는 사람들
자기를 광고하는 사람들 사람들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무수히 보아왔고
지금도 이런 사람들을 보아 살면서
엄마는 점점 더 의도적으로 평범한 모습을 하고 다니려 애쓴다.
드러나는 관종끼도 죽이려 애쓰고
즐겨서 말하던 실수를 줄이려 입을 닫으려 애쓰는
새해의 2월이다.
1월 한 달은 뉴욕에서 다른 세상 속을 살다 왔고
무엇이 부족한 건지 너무 똑똑히 보고 깨닫는지라
오자마자 TV 선을 뽑아 버렸다.
그리고 무엇에 집중을 해야 할지 찾아야 한다.
가난한 나의 정신이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 없고
모자란 나의 인격이 어느 날 높아질 수 없음을 알기에
엄마는 이 세상에서 가장 바보 같은 시간을 사고 있다
사회,
사회 속에 관계를 형성하면
100명을 만나도 같은 영혼을 찾기 어렵고
1000명을 만나도 내 사람 하나 얻기 힘듦은
인연에 우연히는 없나 보다.
나에게 피해를 줄까,
나를 이용하다 버릴까?
어쩜 사용당하다 버림받을까?
그 사람은 노리갯감이 될까?
나를 사기칠까, 나를 배신할까?
나를 궁지에 몰아넣을까?
처음 본 사람도 10번을 만난 사람도 100번을 알고 보아도
사람은 알 수가 없다는 건
이 엄마가 사람 보는 눈만 없는 게 아니라
이 엄마가 아직 사람이 못 되어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되는 걸까에 대한
인과응보의 귀결을 유추해본다.
이 엄마가 알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적은지
이 엄마가 알게 된 것이 얼마나 빈약한지
인격과 품격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길이
그런 붓다의 열반 번뇌처럼
수양의 길은 정말 얼마나 멀고 험한지
오십 나이가 다 되었건만 백치 같다.
누구를 쉬이 신뢰할 수 없는 이성
사람에게 신뢰를 얼마나 줄 수 있는 사람인가에 대한 엄마의 본성
엄마는 어리석고 세상엔 똑똑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구나!
이 세상은 거대하고 사는 여기는 복잡하고
이 엄마의 머리는 거미줄만큼 정신없고
그래서 깨닫는 이 엄마란 사람의 결함과 오류는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까?
여러 신을 믿고 의지하고 복종해도 불안한 평정심
내 안의 결함은 불신에서 시작된 걸까?
진정성과 신뢰 사람 사이에서 가장 어려운 관계
나는 아니 이 엄마는 어떻게 살고있는 걸까 돌아본다.
잠시 쉼표를 찍은 한 달
그리고 나를 멀리서 바라본다.
자신을 의심하며 몸에 밴 습과 환경
고집과 편견 철학과 가치관
무엇을 저버리고 바꿔야 하는지 말이다.
과거란 족쇄와 끔찍한 기억을 과거에 묻어버려야 하는데
사람을 새로 만날수록 답습하는 결핍과 궁핍 같은 어리석음
결국 나를 사랑할 수 없어 타인을 사랑하지 못하는 건지
타인의 사랑이 진실하지 못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
자신에게도 줄 수 없는 무한한 신뢰
성숙하지 못한 마음에 은총까지 불안한 건
마음의 부정이 스스로를 옭아매는 이유일지 모르겠다.
승현아 수현아.
이 엄마는 이 나이가 먹도록
내적 주도권을 찾지 못해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 실수로
타인의 실수까지 쉬이 관용하지 못하는
어리석고 편협된 사고에 갇혀 사는
척하는 어른이 엄마인 것 같아 애달프다.
이 엄마도 너희 나이땐
이렇게 늙어 사는 어른이 될 거라 상상하지 못했고
너희가 이만큼 크다 보니
미성숙한 엄마의 모습을 떠안고 살아야 하는 너희에게
좋건 싫건 미안하다.
사는 데 바빠 나를 돌볼 줄 몰랐고
그 여파는 어리석은 지혜가 고스란히 온몸으로 떠안게 되는 지금
없다 못해 부족한 엄마의 품격이 나를 돌아보게 한다.
엄마가 내딛은 그 한걸음들이
기본적인 삶의 자아실현이었다면
이젠 인간본성을 지닌 인간의 삶 속에
좀 더 성숙한 인간의 모습을 지닌 엄마이고 싶다.
새로 태어날 수 없지만 내 나이 50 앞에
진짜 진정한 자아를 찾아 옳은 사람이고 싶다.
지금까지의 시간
까르마로 업보로 돌려받았다면
훗날 다시 돌려받게 될 그 까르마는
너희에게 좋은 영향으로 끼칠 수 있길 바라며
훌륭한 내면을 지닌 인간으로 살고 싶다.
이제부터는 뭔가 너희에게 영향을 주는 까르마로 살기 위해
나 자신 안에 나는 삶을 증명으로 드러낼 것을 약속한다.
그래서 세상 속 나와 다른 사람들까지 떠안을 수 있길
바램만은 가져본다.
약삭빠른 사람까지 사랑할 수 있기 위해
내 영혼을 좀 먹을 필요는 없지만
내 온 영혼을 바쳐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할 수 있다면 엄마는
지금보다는 조금 나은 인간이 되어있겠지.
이 엄마의 변화가 너희에게로 가 닿길, 까르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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