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그 후
한동안 인스타그램에 들어가지 못했다.
쉴 때면 중국드라마를 몰아보거나
업무용 인스타계정에서만 활동을 한다거나
예능프로그램을 다시 보기 했다.
임신기간 동안 찜해놓았던 육아용품들이
추천에 추천을 거듭하며 나를 에워쌌다.
지난날의 내가 만든 알고리즘이 지배한 세상 속에
한 발자국의 발을 디딜 수가 없더라.
초음파 사진만 봐도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그래도 주변사람들의 소식은 괜찮았는데
어느 순간 아기가 있는 친구들의 카카오톡 프로필사진조차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게 유산을 하고 2주 동안,
몸이 덜 회복되었을 때는 마음도 자주 공허했었다.
‘내가 이렇게 마음이 작은 사람이었나.’ 하는 생각에
스스로가 어찌나 꼴 보기 싫던지.
그래도 오늘 오랜만에 병원에 갔는데 몸이 많이 회복되어 간다고 했다.
몸이 좋아지니 마음도 나아지는 듯하다.
역시나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단단해진다.
내 몸이 괜찮아지니 출산한 것과 같다며 몸조리에 신경 써준 남편에게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아픔을 함께하며 우리 부부 사이도 더 단단해진 것 같다.
아픔을 망각할 수 있어 참으로 다행이다.
잊고 싶지는 않지만 잊어야 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통증과 함께 조금씩 멀어져 다행이었다.
한동안은 나를 정리하고 돌아보는 그런 날들과 함께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