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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초록 Apr 01. 2023

구질구질한 삶 속에서 욕쟁이 시인이 예술하는 법

《망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 리뷰


망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

저자 찰스 부코스키

역자 황소연

출판사 민음사

출간일 2019.02.22

페이지 312


민음사에서 세계시인선으로 내는 찰스 부코스키의 시집은 제목이 재미있다. 출간일순으로 《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 《위대한 작가가 되는 법》 《망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 《창작 수업》인데, 서점에서 마주친다면 한 번쯤 눈이 갈 법한 제목이라 생각한다. 앞의 두 권도 재미있게 읽었어서 이 책을 선택하는 데 크게 망설임은 없었다.


전작들도 그랬듯이 욕쟁이 시인의 염세적인 세계관을 직설 화법으로 옮겨놓은 느낌이 들었다. 삶의 구질구질함을 필터 없이 내뱉는 시가 대부분이다. 모든 문학이 다 그렇겠지만 시는 특히 번역에서 많은 부분이 유실될 수 있는 장르다. 그래서 늘 외국시는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찰스 부코스키를 만나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다. 우선 읽었을 때 이해가 가지 않는 문장이 많지 않다. 한국시도 문해하기가 쉽지 않은 점을 생각하면 찰스 부코스키의 시는 꽤 접근성이 좋은 편이라 할 수 있다.


'작가에 대하여' 부분에 의하면 시인은 방탕하고 괴팍한 트러블 메이커였던 걸로 보이는데, 작품만 봐도 아주 잘 느껴진다. 욕, 술, 진상인 군상들, 섹스가 빈번하게 등장하고 시적 화자가 괴팍해서 오히려 시인이 점잖은 인물이었다면 배신감이 느껴질 듯하다. 만약 이 시적 화자를 실제로 만났다면 절대로 가까이 두고 싶지 않은 유형임에도 불구하고 시로 만나니 즐거웠다. 나는 절대로 저렇게는 못 살겠지만 그들의 직설 화법에 대리 만족을 느끼는 걸까. 마치 욕쟁이 콘셉트의 가게가 흥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일 수도 있겠다. 전체적으로 냉소와 자조의 분위기가 지배적인 와중에 시 그리고 작가로서의 삶에 대한 시는 묘하게 예술에 대한 성실함과 진지함이 묻어나는 게 흥미로웠다. 사는 건 구질구질하고 인간들은 다 지옥 같은 세상에서도 계속 쓰겠다는 집념이 느껴졌다. 찰스 부코스키는 '망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 이 지옥 같은 세상을 버티며 썼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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