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질구질한 삶 속에서 욕쟁이 시인이 예술하는 법

《망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 리뷰

by 연두초록


망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

저자 찰스 부코스키

역자 황소연

출판사 민음사

출간일 2019.02.22

페이지 312


민음사에서 세계시인선으로 내는 찰스 부코스키의 시집은 제목이 재미있다. 출간일순으로 《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 《위대한 작가가 되는 법》 《망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 《창작 수업》인데, 서점에서 마주친다면 한 번쯤 눈이 갈 법한 제목이라 생각한다. 앞의 두 권도 재미있게 읽었어서 이 책을 선택하는 데 크게 망설임은 없었다.


전작들도 그랬듯이 욕쟁이 시인의 염세적인 세계관을 직설 화법으로 옮겨놓은 느낌이 들었다. 삶의 구질구질함을 필터 없이 내뱉는 시가 대부분이다. 모든 문학이 다 그렇겠지만 시는 특히 번역에서 많은 부분이 유실될 수 있는 장르다. 그래서 늘 외국시는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찰스 부코스키를 만나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다. 우선 읽었을 때 이해가 가지 않는 문장이 많지 않다. 한국시도 문해하기가 쉽지 않은 점을 생각하면 찰스 부코스키의 시는 꽤 접근성이 좋은 편이라 할 수 있다.


'작가에 대하여' 부분에 의하면 시인은 방탕하고 괴팍한 트러블 메이커였던 걸로 보이는데, 작품만 봐도 아주 잘 느껴진다. 욕, 술, 진상인 군상들, 섹스가 빈번하게 등장하고 시적 화자가 괴팍해서 오히려 시인이 점잖은 인물이었다면 배신감이 느껴질 듯하다. 만약 이 시적 화자를 실제로 만났다면 절대로 가까이 두고 싶지 않은 유형임에도 불구하고 시로 만나니 즐거웠다. 나는 절대로 저렇게는 못 살겠지만 그들의 직설 화법에 대리 만족을 느끼는 걸까. 마치 욕쟁이 콘셉트의 가게가 흥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일 수도 있겠다. 전체적으로 냉소와 자조의 분위기가 지배적인 와중에 시 그리고 작가로서의 삶에 대한 시는 묘하게 예술에 대한 성실함과 진지함이 묻어나는 게 흥미로웠다. 사는 건 구질구질하고 인간들은 다 지옥 같은 세상에서도 계속 쓰겠다는 집념이 느껴졌다. 찰스 부코스키는 '망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 이 지옥 같은 세상을 버티며 썼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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