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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초록 May 30. 2024

우리가 음악을 듣는 이유

《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 리뷰


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

저자 히사이시 조, 요로 다케시

역자 이정미

출판사 현익출판

출간일 2023.11.30

페이지 272


음악 듣기를 좋아한다. 좋아한다는 개념을 넘어서 일상의 필수 요소 수준이다. 작업이나 공부에 집중이 필요한데 주변에 소음이 거슬릴 때,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때, 드라이브할 때 음악 없이는 허전하다. 상황에 따른 플레이리스트가 따로 있다. 예를 들어 ‘노동요’ ‘가사없는노동요’ ‘출근송’ ‘드라이브’ ‘피크닉’ 등이다. 새로운 음악을 계속 발견하기 위해서 의식적으로 플레이리스트에 없는 곡들을 들어보고 플레이리스트를 업데이트한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에 가서 즐기기도 한다. 음악 취향이 같은 사람을 만나면 영혼의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다. 나를 구성하는 요소를 그림으로 그린다면 음악이 꽤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우연히 마주친 《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라는 책 제목은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책은 지브리 애니메이션 OST로 유명한 히사이시 조와 뇌과학자 요로 다케시의 대담으로 이루어졌다. 원래 대담 형식의 책은 산만하게 느껴져서 선호하지 않는데, 이 책은 전혀 다른 분야의 전문가 둘이 대담한 내용이라 흥미로웠다. 음악가와 뇌과학자가 풀어가는 음악 이야기라니,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다. 무엇보다 우리가 음악을 듣는 이유, 즉 제목의 ‘그래서’의 앞부분에 오는 내용이 궁금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책은 음악이라는 큰 주제를 중심에 두고 여러 관점에서 접근해 나눈 이야기를 담고 있다. 뇌과학적으로 바라본 음악을 심층적으로 다루는 내용은 아니다. 나 같은 비전문가가 읽었을 때도 이해가 갈 정도의 깊이감을 유지한다. 부담 없이 읽기 좋은 음악 관련 교양서(?) 같았다. 음악을 좋아하는 것에 비해 음악 관련 책을 읽을 기회는 잘 없었기에 신선했다.


음악을 단순 소비자로서 접했기 때문에, 뇌과학자 관점에서 바라보는 음악의 성격이 흥미로웠다. 청각은 뇌의 원초적인 부분에 직접 다다르기 때문에 정서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는 부분이나 청각은 시간이 관계하게 되므로 논리성을 가진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기분이 가라앉을 때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나아지는 것이 뇌과학적 이유가 있었다니. 노래의 재생바를 보면서도 거기에 음악에 시간적 요소가 들어가고 이것이 논리성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의식해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 충격이었다.


음악을 가장 감동적으로 들으려면 스스로 움직이고 노력해야 한다는 히사이시 조의 말에도 공감이 갔다. 요새 음악 구독 플랫폼의 추천 서비스가 워낙 잘 되어 있어서 들었던 음악을 바탕으로 자동으로 생성해 주는 추천 플레이리스트를 듣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내 경우에는 추천을 찾아보되, 매우 취향인 곡이나 아티스트를 위주로 ‘~와 유사한 곡/아티스트’와 같은 추천 리스트에서 다 들어보고 마음에 드는 곡만 플레이리스트에 넣는 번거로운 단계를 거친다. 예전에는 홍대 라이브 클럽에서 여러 인디 밴드들의 공연을 보러 다니면서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곤 했지만 일본 밴드에도 관심을 갖게 되면서 점점 온라인 발품을 파는 쪽으로 방식을 바꿨다. 이 방법으로 나와 파장이 맞는 음악과 뮤지션을 알게 되어서 만족스럽다. 음악 플랫폼 주선으로 알게 된 밴드가 최애 밴드로 등극해 콘서트를 가기도 한다. 그야말로 히사이시 조가 말한 예시 그대로여서 웃음이 났다.


책장을 덮었을 때, 책의 제목 앞에 생략된 부분이 무엇이었을지를 다시 생각해 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본문에 직접적으로 우리가 음악을 듣는 이유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것 같다. 출판계에 자주 나타나는 제목 사기인가 싶기도 했다. 음악가와 뇌과학자의 음악에 대한 대담으로 엮은 이 한 권 자체가 우리가 음악을 듣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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