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만 존재하는 시간

같이, 함께 멀리 갑시다

by 박근필 작가


우리는 보통 하나 이상의 사회적 역할을 지니고

그 역할들을 수행하며 살아갑니다.



가장 큰 역할은 아무래도 가족 안에서

맡게 되는 역할이겠죠.



부모님의 자녀,

자녀들의 부모,

배우자의 남편이나 아내,

형제나 자매(남매).



저는,,

아들로서의 나.

두 아이들의 아빠.

아내의 남편.

누님의 동생이란 역할들이 있습니다.



종종 이런 역할들 없이,

계급장 다 떼고,

나만 생각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자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의 성격, 성향에 따라

이러한 역할들의 무게는 달리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전 어설픈 완벽주의,

어설픈 착한 사람 콤플렉스가 있어서 그런지

다양한 역할들의 무게가 가끔 너무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각 역할을 제가 생각하는 만큼

잘 소화해 내고 있다면 그 무게는 가벼울 겁니다.



그러나 제가 느끼는 현실의 감정은,,



그럴듯한 효도,

누가 봐도 효자인 아들이 되고 싶은데

아직까지 제대로 된 효도 한번 해드리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효도의 정의엔 다양한 방법과 의미가 있지만

제가 생각하고 바라는 효도는 아직 해드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누나에게 자랑스러운 동생이 되고 싶은데

아직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내에게 멋진 남편이 되고 싶은데

고생만 시키는 것 같아 미안합니다.



아이들에게 훌륭한 아빠가 되고 싶은데,

못해주는 것만 많은 것 같아 미안합니다.



아직 이런저런 현실이 저를 그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작아진 제 모습을 보곤 합니다.



어릴 적부터 크게 사고 치지 않고 자랐고

별다른 사춘기도 없이 컸습니다.

부모님은 제 기억으로 제게

공부해라 와 같이 -해라는 말씀을

단 한 번도 하시지 않으셨습니다.

제가 나름 알아서 한 이유도 있겠지만

저를 절대적으로 신뢰해 주셨습니다.



제게 따로 말씀은 안 하셨지만

저에 대한 기대도 크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착한 아들이었고

착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게 가족이, 사람들이 봐주고

말해주고 느껴주는 게 좋았습니다.

그래서 더 착한 사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도 이것은 이어지고 유지되고 있습니다.

현재도, 앞으로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것이 싫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제가 기준점을 높게 잡은 것인지,

의무를 다 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인지,

큰 오점 없고 흠 없는 사람으로 부모님,

누나, 아내, 아이들에게 언제나 영원히 남고 싶은

저의 어찌 보면 허황된 바람 때문인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나'만 생각하고 싶어질 때가 가끔 있습니다.



나.



꼭 무엇을 해야만 하고,

그것이 충족되어야만,

완벽해야만,

그래야만 좋은 사람,

좋은 아들, 좋은 동생,

좋은 남편, 좋은 아빠는 아닐 텐데요..



아무도 그래야 한다고,

그게 맞다고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인간 자체가 불완전한 존재인 걸 알면서

왜 이토록 실수 하나 없고

빈틈없는 사람이 되고자 악을 쓰는 건지.



지금껏 큰 탈 없이 지내온 인생의 여정들이

오히려 나이를 어느 정도 먹은 지금에 와서야 독이 되는 것 같습니다.



벌써 진작에 겪고 지나갔어야 할

일종의 성장통이었을지도.



차리리 훨씬 어릴 때

실수도 좀 하고,

사고도 좀 치고,

혼도 많이 나고,

저의 여백을 많이 드러내며 살았더라면 더 좋았겠다,, 싶습니다.



'가끔은 나만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란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이기적이고 미안하고 죄스럽게 생각되기도 합니다.



모든 역할에 충실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가능한 그 역할들을 제대로 해내고 싶습니다.

하지만 현실과의 괴리감이 느껴질 때,

그로 인해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해지고,

마음이 무겁고 아플 땐,



잠시라도,

잠깐이라도 나만 생각해 보는 연습을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

완벽할 수 없는 사람이,

완벽한 사람이 되려 하는 이 모순적인 욕심을

조금이라도 내려놓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누구나 가끔씩은

나, 나로만 존재하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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