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함께 멀리 갑시다
우리는 보통 하나 이상의 사회적 역할을 지니고
그 역할들을 수행하며 살아갑니다.
가장 큰 역할은 아무래도 가족 안에서
맡게 되는 역할이겠죠.
부모님의 자녀,
자녀들의 부모,
배우자의 남편이나 아내,
형제나 자매(남매).
저는,,
아들로서의 나.
두 아이들의 아빠.
아내의 남편.
누님의 동생이란 역할들이 있습니다.
종종 이런 역할들 없이,
계급장 다 떼고,
나만 생각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자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의 성격, 성향에 따라
이러한 역할들의 무게는 달리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전 어설픈 완벽주의,
어설픈 착한 사람 콤플렉스가 있어서 그런지
다양한 역할들의 무게가 가끔 너무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각 역할을 제가 생각하는 만큼
잘 소화해 내고 있다면 그 무게는 가벼울 겁니다.
그러나 제가 느끼는 현실의 감정은,,
그럴듯한 효도,
누가 봐도 효자인 아들이 되고 싶은데
아직까지 제대로 된 효도 한번 해드리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효도의 정의엔 다양한 방법과 의미가 있지만
제가 생각하고 바라는 효도는 아직 해드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누나에게 자랑스러운 동생이 되고 싶은데
아직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내에게 멋진 남편이 되고 싶은데
고생만 시키는 것 같아 미안합니다.
아이들에게 훌륭한 아빠가 되고 싶은데,
못해주는 것만 많은 것 같아 미안합니다.
아직 이런저런 현실이 저를 그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작아진 제 모습을 보곤 합니다.
어릴 적부터 크게 사고 치지 않고 자랐고
별다른 사춘기도 없이 컸습니다.
부모님은 제 기억으로 제게
공부해라 와 같이 -해라는 말씀을
단 한 번도 하시지 않으셨습니다.
제가 나름 알아서 한 이유도 있겠지만
저를 절대적으로 신뢰해 주셨습니다.
제게 따로 말씀은 안 하셨지만
저에 대한 기대도 크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착한 아들이었고
착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게 가족이, 사람들이 봐주고
말해주고 느껴주는 게 좋았습니다.
그래서 더 착한 사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도 이것은 이어지고 유지되고 있습니다.
현재도, 앞으로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것이 싫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제가 기준점을 높게 잡은 것인지,
의무를 다 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인지,
큰 오점 없고 흠 없는 사람으로 부모님,
누나, 아내, 아이들에게 언제나 영원히 남고 싶은
저의 어찌 보면 허황된 바람 때문인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나'만 생각하고 싶어질 때가 가끔 있습니다.
나.
꼭 무엇을 해야만 하고,
그것이 충족되어야만,
완벽해야만,
그래야만 좋은 사람,
좋은 아들, 좋은 동생,
좋은 남편, 좋은 아빠는 아닐 텐데요..
아무도 그래야 한다고,
그게 맞다고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인간 자체가 불완전한 존재인 걸 알면서
왜 이토록 실수 하나 없고
빈틈없는 사람이 되고자 악을 쓰는 건지.
지금껏 큰 탈 없이 지내온 인생의 여정들이
오히려 나이를 어느 정도 먹은 지금에 와서야 독이 되는 것 같습니다.
벌써 진작에 겪고 지나갔어야 할
일종의 성장통이었을지도.
차리리 훨씬 어릴 때
실수도 좀 하고,
사고도 좀 치고,
혼도 많이 나고,
저의 여백을 많이 드러내며 살았더라면 더 좋았겠다,, 싶습니다.
'가끔은 나만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란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이기적이고 미안하고 죄스럽게 생각되기도 합니다.
모든 역할에 충실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가능한 그 역할들을 제대로 해내고 싶습니다.
하지만 현실과의 괴리감이 느껴질 때,
그로 인해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해지고,
마음이 무겁고 아플 땐,
잠시라도,
잠깐이라도 나만 생각해 보는 연습을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
완벽할 수 없는 사람이,
완벽한 사람이 되려 하는 이 모순적인 욕심을
조금이라도 내려놓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누구나 가끔씩은
나, 나로만 존재하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