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의미에서는 책을 내고 저자가 되는 방법은 쉽다면 쉽고 간단하다면 간단하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면 자비출판 전문 출판사들을 금방 찾을 수 있다. 수백만 원 정도면 책 한 권을 내고 작가라는 이름을 얻을 수 있다. 오늘 저녁 친구들을 불러 술을 마시면서 밤새 떠들고, 그 내용을 녹음해 속기사무소에 보내서 녹취록을 받은 뒤, 그 녹취록을 자비출판 전문 출판사에 보내 <나의 개똥철학>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만들어 도서관과 서점에 배포하는 것도 가능하다. 국제표준도서번호(ISBN)를 얻거나 국립 중앙도서관에 납품하는 일도 어렵지 않다. 고급스러운 표지와 디자인을 원한다면 비용을 더 치르면 된다.
자비 출판사를 찾는 심정은 이해한다. 책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작가라는 직함을 부러워한다. 작가가 되려는 이유에 그런 허영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해도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랬다. 아니, 작가들이야말로 바로 그런 허영심 덩어리들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작가라는 직업에 선망을 품고, 그중 몇 사람이 실제로 작가가 된다. ‘작가가 되고 싶다, 되고야 말겠다’는 마음이 어떤 고비를 넘게 해주기도 한다. 태권도를 좋아하는 아이가 검은 띠를 부러워하는 건 흉잡힐 일이 조금도 아니다. 그러나 아이가 검은 띠를 몰래 허리에 두른다고 해서 저절로 검은 띠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어떤 사람이 저자가 되려면 어떤 수준의 단련이 필요하고, 그 자신이 변화해야 한다. 책을 쓰면서 그는 서서히 변해간다. 수련자에서 무도가로.
책을 쓰는 과정은 사람의 사고를 성장시킨다. 페이스북에 올릴 게시물을 쓰는 일과 책 집필은 다르다. 한 주제에 대해 긴 글을 쓰려면 집중력과 인내력이 필요하고, 다방면에서 검토해야 할 사항들이 생긴다. 저자가 되려는 사람은 자신이 말하려는 주제를 종합적으로 살피게 되며, 자기가 던지려는 메시지를 다른 사람이 어떻게 비판할지를 예상하고, 그에 대한 재반박을 준비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처음의 주장이나 자기 자신 역시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된다. 작가가 된다는 것은 그런 성장과 변화를 의미한다. 그런 성장과 변화 없이 발간되는 인쇄물은 내가 말하는 ‘책’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인스타그램의 예쁜 사진들을 모은 화보집이 쏟아져 나오고, 그런 책이 베스트셀러도 되는 시대에 이런 구분이 고루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그런 책들도 팬시상품으로서 역할을 하며, 팬시상품을 만들거나 사는 게 비난받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책들은 기획-제작-판매가 팬시상품 시장의 논리를 따르기에, 그런 책을 만들려는 분들께 앞으로 내가 하려는 이야기들은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 서점에서 ‘책 쓰기’라는 단어로 검색해 보면 수백 권의 책이 나온다. 내용도 실로 다양해서,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는 법만 다루는 책이 있을 정도다. 아무래도 너무 세부적이고 사소하다는 생각이 든다. 출판시장과 마케팅 환경도 격변 중이어서 이미 유효기간이 지나버린 조언도 있고, 너무 상식적이어서 별 도움이 안 되는 말도 섞여 있다. 자전거 타기를 가르쳐 주겠다면서 연습하기 좋은 공원의 조건을 길게 열거하는 모습을 보는 기분이랄까. 자전거는 적당히 평평하고 사람 적은 가까운 공터에 가서 연습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