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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근필 작가 Aug 13. 2023

임상수의사의 고충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디 있나요.





임상수의사로서 일하며 어떤 고충이 있으신가요?


아픈 반려동물이 원하는 만큼, 예상하고 기대하는 만큼 호전이 되지 않을 때 마음이 무겁습니다.

좀 더 검사와 치료를 적극적으로 하면 호전 가능성이 있는데 보호자가 검사 및 치료 의지가 없거나 거부할 때 안타까움과 먹먹함, 무력감을 느낍니다.

안락사를 진행할 때, 특히 오래 봐 온 동물일수록 심적으로 많이 괴롭고 힘듭니다.

공격성이 강한 동물을 진료할 때는 에너지가 많이 소모됩니다.

최대한 조심을 하지만 물리거나 할퀴는 일이 왕왕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종종 이해하기 힘든 보호자의 인식과 태도가 임삼수의사를 가장 힘들게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이런 분들이 계십니다.

사료를 구매하고 가셔서 며칠 먹이시다 어느 날 오셔서 잘 먹지 않는다며 환불을 요청하시는 분,

다른 병원은 A수술비가 얼마 하더라, 그러니 여기도 그 가격으로 깎아서 해달라고 하시는 분,

사전에 충분히 필요한 검사와 비용을 안내해 드렸음에도 불구하고 수납 시 왜 이렇게 비싸냐고 말씀하시는 분, 사람 병원도 이렇게 안 비싼데 동물 주제에 비용이 왜 이렇게 많이 나왔냐고 하시는 분,

응급 상황으로 내원하여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으나 동물은 끝내 사망하여 수납할 때 살리지도 못했는데 왜 비용을 받냐고 말씀하시는 분,

수의사의 말보다 전혀 근거가 없거나 거짓되고 왜곡된 정보를 더 신뢰하시는 분,

수의사를 그저 돈만 밝히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분,

검사를 덜 하거나 진료비가 싸면 유능하고 양심 있는 수의사, 상대적으로 검사를 많이 하거나 진료비가 많이 나오면 과잉 진료하고 돈만 밝히는 수의사라고 생각하는 분,

유기 동물을 무료로 진료해 주지 않으면 동물을 사랑하지 않는 파렴치한 수의사로 매도하는 분 등 다양하죠.


동물병원도 일종의 서비스업이다 보니 감정 노동, 감정 소모가 심한 편입니다.

유리 멘탈의 소유자는 마음의 상처를 받기 쉽고 빨리 지칠 수밖에 없어요.

이 일을 오래 하려면 건강한 멘탈, 강한 멘탈을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답니다.



여러분의 반려동물이 늘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랍니다.



* 위 글은 출간 예정인 저의 첫 책(잡문집/Job문집)에 담긴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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