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버튼] 내가 직접 보거나 들은 건 충분히 믿을..

마흔 더 늦기 전에 생각의 틀을 리셋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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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신념은 단순한 잘못을 넘어 우리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 대니얼 사이먼스 ―


사람들은 보통 직접 경험한 건 틀림없다고 확신합니다. 내 눈으로 봤고, 내 귀로 들었으니 분명 사실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인간의 감각과 기억은 생각보다 훨씬 불완전해요. 실제로 보고 들은 게 왜곡될 가능성이 크며, 때로는 전혀 사실이 아닌 걸 사실이라고 믿기도 합니다.


하버드대학의 심리학자 대니얼 사이먼스Daniel Simons와 크리스토퍼 차브리스Christopher Chabris가 1999년에 발표한 유명한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을 살펴보죠. 실험 참가자들에게 흰옷을 입은 팀과 검은 옷을 입은 팀이 농구공을 주고받는 영상을 보여 주고, 흰옷을 입은 팀이 패스한 횟수를 세어 보라고 했습니다. 영상 도중 고릴라 복장을 한 사람이 화면 한가운데를 걸어갔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참가자의 절반가량이 고릴라를 보지 못했습니다. 왜일까요? 인간의 주의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정한 것에 집중하는 순간, 예상치 못한 다른 자극은 인식조차 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를 ‘무주의 맹시Inattentional blindness’라고 합니다. ‘본다’는 건 단순히 눈에 들어오는 게 아니라, 뇌가 주의를 기울이고 인식해야 가능한 거예요. 우리는 뇌를 전적으로 믿어선 안 됩니다.


기억 또한 믿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로프터스Elizabeth Loftus는 ‘오기억False memory’ 현상을 연구해 왔습니다. 그녀의 여러 연구 중 하나에서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어린 시절 쇼핑몰에서 길을 잃었던 경험에 대한 가짜 이야기를 들려주고, 가족 구성원의 (조작된) 증언 등을 통해 이를 뒷받침했습니다. 놀랍게도 참가자 중 상당수가 실제로 그런 경험이 없었음에도, 마치 있었던 일처럼 기억을 만들어 내거나 세부 사항을 덧붙여 회상했습니다. 기억은 비디오 녹화처럼 고정된 것이 아니라, 우리가 회상할 때마다 재구성될 수 있으며 외부 정보나 암시에 쉽게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기억의 불완전성은 법정에서도 큰 문제를 일으킵니다. 미국의 ‘이노센스 프로젝트Innocence Project’ 등의 자료에 따르면, DNA 검사 등으로 무죄가 입증된 억울한 수감 사례 중 상당수가 잘못된 목격자 증언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죠. 1984년 미국에서 제니퍼 톰슨Jennifer Thompson이라는 여성은 성폭행 피해를 당했고, 경찰 조사 과정에서 로널드 코튼Ronald Cotton이라는 남성을 범인으로 지목했습니다. 그녀는 법정에서도 그가 범인이라고 강하게 확신했지만, 10여 년 후 DNA 검사 결과 코튼은 무죄였고 진범은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그녀의 기억은 강한 확신에도 불구하고 실제 사실과 달랐던 것입니다.


한 번 더 의심하는 습관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요? 앞서 언급한 ‘무주의 맹시’ 외에도, 인지심리학에서는 ‘확증 편향’이라는 개념을 중요하게 다룹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기존 신념이나 가설을 뒷받침하는 정보는 더 주목하고 잘 받아들이는 반면, 그렇지 않은 정보는 무시하거나 자신의 신념에 맞게 왜곡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보고 들은 걸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이미 형성된 생각에 맞춰 재구성하는 겁니다.


이러한 인간의 인지적 한계는 우리가 일상에서 내리는 판단에도 큰 영향을 미쳐요. 가령, 뉴스에서 특정 사건을 접하면 우리는 그 사건을 마치 직접 본 것처럼 강한 확신이 생깁니다. 하지만 뉴스는 특정 관점에서 정보를 선택하고 편집하며, 사용된 영상이나 프레임이 우리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치죠. 우리가 ‘보고 들은 것’을 절대적으로 신뢰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나, 한 번 더 의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보고 들은 게 정말 사실인지 검증해야 해요. 인간의 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부정확하기 때문입니다. 둘, 다양한 관점을 접해야 합니다. 한 가지 정보만 듣고 판단하기보다, 여러 자료와 의견을 비교하는 게 중요해요. 셋, 기억이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우리는 종종 “나는 정확히 기억해!”라고 장담하지만, 기억은 절대 고정된 게 아니에요.


우리는 언제든 잘못된 정보를 사실이라고 믿을 수 있습니다. 우리의 감각과 기억은 결코 완벽하지 않으며, 오히려 끊임없이 왜곡되죠. 따라서 항상 의심하고, 여러 차례 검증하며, 열린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는 게 필요해요. 그래야만 우리가 원치 않는 피해를 줄이고, 보다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 <마흔 더 늦기 전에 생각의 틀을 리셋하라>, 박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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