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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도 유효기간이 있다

by 박근필 작가


밤늦게 밥을 먹다가 모르는 전화가 왔다.

대뜸 욕부터 지껄이는데 술취한 사람이 잘못걸었나 싶어 끊으려다 보니 초등학교 친구다. 다른 초등학교 친구와 몇년만에 만나 술을 마시다가 보고 싶어서 전화를 했단다.

기자로 공무원으로 나름 체면차리며 일하는 그들이지만 술취해 어린 시절 친구에게 전화할 때면 그때처럼 철이 없다.

언젠가 제주도 오면 연락하라고, 서울가면 연락한다고 하고 끊으니 이 또한 몇년 전에 반복된 대화다.

언제나 만나질까 싶지만 서로 별일 없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오랜 친구들도 거주지가 멀어지고 공통의 관심사가 사라지면 만나기 어려워진다.

나는 친구들이 평소 달리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1년에 한번씩 마라톤 대회에 함께 나가 즐겁게 달리고 새로운 추억을 갖고 술자리를 했으면 좋겠다.

추억에도 유효기간이 있어서 오래된 추억만으로는 만나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추억에도 유효기간이 있어서 오래된 추억만으로는 만나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와닿는다.
추억에도 유효기간이 있다는 것.

자주 만나거나 연락하지 못하면
나눌 얘기가 없다.
관심사도 달라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
서먹허고 어색하다.
자연스레 소원해진다.
그게 더 편해진다.

꼭 만나진 않더라도 가깝게 느끼려면,
어색함 없이 소통이 가능하려면,
대화 거리가 있어야 한다.
대화 거리는 주로 교집합에서 찾을 수 있다.
바슷한 관심사,
비슷한 가치관,
비슷한 처지나 입장.

SNS에서 소통하는 사람들이 때론 오래된 친구보다 더 가깝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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