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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to Nov 14. 2019

시월의 어느 날

개농장 구조 믹스견, 시월의 일기

개농장 구조 믹스견, 시월의 일기

10월의 어느 날, 너를 만났다.

...


처음 만나러 간 날, 나는 너를 억지로 안았고 너는 놀라서 똥을 쌌지.

너의 털은 너무 부드럽고 몸은 따뜻하고 너는 눈빛이 불안했지만 얌전히 내 품에 안겨 있었어.

나는 사람을 좀 무서워 하긴 하지만 우리 집에 좀 있다 보면 곧 좋아지겠지- 하고 쉽게 생각했던 것 같아.

너를 어서 빨리 집으로 데려와 함께 티비를 보고 자고 산책을 하기를 기대했어.

그 생각 밖에는 없었어.

그게 너에게 당연히 좋을 거라 생각했어.

난 그냥 내 욕심에 너를 빨리 집으로 데려오고 싶었던 거야.

...


그렇게 10월 17일 너는 우리 집으로 왔어.

너는 방치된 강릉 개농장에 있었데. 한 달에 한번 밥을 주러 왔다는 이야기, 배설물과 뒹굴며 지냈다는 이야기, 마을 주민들이 돌을 던졌다는 이야기 들을 들었어. 정확하게는 너에 대해 잘 알지 못했어.


그리고 동물보호단체에서 너를 구조했어.

조금 지나 너는 유기견 입양 카페로 오게 되었어.

당시에 우리는 가족을 찾고 있었어. 그래서 입양 카페의 인스타를 자주 보았어.

작고 귀엽고 착한 강아지를 찾고 있었거든.


그렇게 구조된 지 두 달 즈음 지나 너는 우리 집으로 오게 되었어.

새집으로 데려오자마자 우리는 성급하게 켄넬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불쑥 손을 넣어 간식을 주었어.

간식을 주면 싫어하는 강아지를 본 적 없었으니까.

몇 시간이 지나도 너는 간식을 먹지 않았지만.


겁이 많은 아이라고 알고 있었어. 그래서 오기 전에 이미 작은 울타리 안에 너를 위한 화장실과 식탁을 준비해 두었어. 우선은 작은 공간에서부터 천천히 적응해 나가면 금방 좋아질 거라고 그때는 울타리를 없애고 맘껏 여기저기 냄새를 맡고 다니게 해 줘야지. 산책도 매일 아침 점심 저녁 나가야지. 아주 들뜬 마음이었어.

...

너는 그때 켄넬 안에서 어떤 기분이 었을까.


낯선 사람들. 낯선 냄새. 익숙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 태어나 평생을 춥고 더러운 철창 안에서 살았고 사람도 많이 본 적 없던 너였지. 그나마 태어나 가장 좋아했을 강아지 친구들과 모두 헤어지고 홀로 남았지. 너를 그렇게 만든 건 사람일 테고 너의 입장에서는 사람을 좋아할 수 없었을 텐데...


 시중에 쉽게 볼 수 있는 강아지 간식 같은 건 먹어본 적도 없었을 거야.

그런데 자꾸만 무언가를 켄넬 안으로 던져 주고 자꾸만 흘깃흘깃 쳐다보는 이상한 괴물들.

우린 너에게 그렇지 않았을까?


조급한 마음에 이틀 지나서는 결국 나는 너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갔어.

이것 좀 먹어봐. 시월아. 간식이야. 맛있는 거야.

...


너는 울타리 안에서 나에게 가장 먼 곳을 찾아 계속해서 발을 안으로 집어넣으며 더 멀어지려 노력했어.

나는 너에게 잘해주는 거라 생각했어. 착한 마음으로 너를 구해준 것이라 완벽하게 착각했어.

모든 것이 널 위한 일이라 확신했어.


유기견을 데려오기로 결심했던 것은 조금이나마 사람들이 저지른 잘못을 용서받고 나는 그런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인정받고 싶었던 것 같아. 유기견을 데려오면 교육도 잘 안되고 반려견을 처음 키우는 사람은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망설여지기도 했어. 그래도 2018년 여름, 유기견 보호소 봉사에서 나는 버려진 아이들, 구조된 아이들의 소심한 성격과 사랑받고 싶은 몸짓들을 잊을 수가 없었어. 내가 만약 가족을 만들게 된다면 그건 상처 받은 아이를 치유해주고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난 그렇게 착하고 쉬운 마음으로 너를 만났고 일주일 만에 너를 가족으로 맞이했어.

아니, 너에게 나는 가족일까?





사지마세요, 입양하세요.


인스타 @october_n_love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tKE2fvbsLcDKvp02Sg0k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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