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농장 구조 믹스견, 시월의 일기
며칠이 지나, 소파에 앉아있는 내 옆에 먼저 다가와 이렇게 잠을 잤어. 너무너무 고마웠어. 정말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했어. 이 정도면 동물병원 정도는 한번 다녀와도 되겠다고 생각했어..
그렇게 우리는 또다시 성급한 마음으로 너를 붙잡았어. 얼마나 안 씻었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너의 근처만 가면 냄새가 많이 났고 너는 똥오줌을 밟고 소파와 침대를 올라갔거든..
너는 오줌을 참다가 한 번에 쌌기 때문에 언제나 바닥에 흥건하게 넘쳤고 그게 발에 묻어 축축한 채로 소파와 침대 온 방 안을 뛰어다녔어. 그리고 뱅글뱅글 급하게 도는 와중에는 배변이 갑자기 떨어져 있기도 했지. 배변훈련을 한 번도 배운 적이 없으니, 실수하는 거라고 마냥 생각했어.
그렇게 네가 온 지 2주가 지나 너를 목욕시키기 위해 동물병원에 데려갔어.
켄넬 앞에서 두 시간을 기다리다 예약 시간이 지나 목욕을 포기하려 했을 때 네가 돌아다니다 지쳤는지 켄넬에 들어갔어. 그때 나는 문을 닫아서 너를 잡았지. 그렇게 우리가 함께 산지 2주가 넘었는 데 너를 처음 품에 안았어. 너는 너무도 귀엽고 생각만큼 보드라웠어..
그렇게 목욕을 하고 너는 내 품에 얌전하게 안겨있었어. 낯선 병원이 무서운지 나에게 더 의지하는 것 같았어. 네가 온 후로 나는 거의 집에서 나가지 않았으니까 나와 거의 매일 함께했으니까.
그날 우리는 간 김에 너에게 내장 칩으로 동물등록까지 마쳤어. 우린 법적으로도 정말 가족이 된 거야..
목욕을 다녀와서 며칠은 너를 절대 만지지 않았어. 사실 만질 수 없는 게 맞았지만. 목욕에 다녀와서도 너는 괜찮은 것 같았어. 켄넬과 울타리를 치우고 놔준 방석에서 편하게 잠을 잤어. 난 그 모습을 보기만 해도 너무 행복했어. 그리고 좋아지고 있다고 계속 생각했어.
울타리로 들어가 간식을 주면 손에 있는 것은 절대 안 먹어도 떨어뜨린 것은 먹는 정도까지 되었어.
정말 이제는 코앞이다!! 생각했는데..
너는 며칠이 지나며 조금씩 더 좋아지는 듯했어. 우리 맘대로 그렇게 생각했지. 네가 울타리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으니까. 우리가 "시월아-"하고 부르면 달려오기 시작했으니까. 내가 이방 저 방 갈 때에 나를 따라오는 듯한 모습도 보였어..
지금 생각해보니 너는 계속 계속 무섭고 겁이 나는 마음에 도망갈 곳이 없어 뱅글뱅글 온 방안을 돌다 참았던 똥오줌을 싸는 것이었지. 네가 스스로 울타리 밖으로 나오던 것은 우리가 울타리 문을 닫고 그 안으로 들어가게 되니까 갇힐 거라는 두려움에서였어. 부르면 달려오는 것도 나를 따라다니던 것도 무서워서 눈으로 확인하고 보아야 더 안심되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잡으러 오면 어쩌지 하는 마음에..
2주 전까지는 정말 이런 생각을 못했어. 마냥 좋게만 생각했어. 생각보다 빨리 좋아지고 있다고 확신했지. 왜 그랬을까. 이런 생각이 우리의 실수를 만들었어.
...
또 성급한 마음에 우리는 이제 낯선 곳에서 자꾸 가까워지는 연습을 해야겠다 생각해서 너를 구석으로 몰아서 잡았어. 그날을 이후로 나는 며칠간 너무너무 힘들었어. 그날 너는 우리에게 연결되어 있는 목줄을 잘근잘근 물어 거의 끊어놓아.. 너는 얼마나 무서웠고 얼마나 도망치고 싶었던 걸까.. 그날의 모든 일을 너무 후회해서 며칠을 내가 잘못한 일만 되짚었어.
너를 억지로 잡은 일. 네가 한번 집에서 목줄을 풀은 적이 있어서.. 혹시 너를 놓칠까 목줄과 가슴 줄을 연결하고 또 목줄을 한 개 더 해서 꽁꽁 묶은 일. 너를 안고서 이 보드라운 털을 만지고 싶어서 죽는 줄 알았다며 웃으며 계속 너를 쓰다듬고 조물거린 일. 어두운 저녁에 낯선 밖으로 데려간 일. 밖으로 데려가니 한번 여기저기 다녔으면 좋겠다 싶어 찬 바닥에 내려놓은 일. 내 무릎에 올라온 너를 다시 바닥에 내려놓은 일. 집으로 온 네가 목줄을 잘근잘근 씹어 다 끊어놓는 모습을 보고 너의 두려움보다 너에게 물릴까 무서워 꼼짝도 못 했던 나의 모습.
그리고 그날 이후 너무 힘든 선택을 했다며, 하루 종일 밥도 물도 편히 못 먹고 똥오줌을 참는 너와 함께 있는 것이 안쓰러워 너무 힘들다며, 내가 괴롭히는 것 같아 마음이 힘들다며, 너를 포기하고 싶다고 생각한 나.
그게 널 위한 거이지 않을까 합리화하려는 간사한 마음.
그냥 마냥 사랑을 바라는 그런 아이를 만나 듬뿍 사랑을 주고 싶었는 데라는 철없는 마음.
다 내가 잘못이야.
우리 오늘부터 가족이야! 한다고 바로 가족이 될 수 없는 것은 너뿐만 아니라 나도 마찬가지였던 거야.
까맣고 예쁜 너의 두 눈동자에 그 두려움을 나는 모른 채 했어.
언제나 있었는 데. 너에게 두려움은 언제나 있었는데.
난 마냥 너의 그 눈동자가 너무 사랑스럽다고만 생각했어.
그렇게 두려움에 떠는 너를 상처 입히고
나는 스스로를 나쁘고 나약한 인간이라며 상처 입혔어.
난 며칠을 너를 보며 깊은 생각에 빠질 때마다 코를 풀며 울었어.
나는 상처 입은 아이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그런 단단하고 넓은 좋은 사람이 못돼.
시월아- 미안해.
사지마세요, 입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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