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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to Dec 13. 2019

시월아, 가족이 되어줄래?

개농장 구조 믹스견, 시월의 일기

너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너는 우리 집에 오게 되었어.

사실 생각해보면, 이 세상 어떤 것도 자신이 장소나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나지는 않아.


그렇다고 해서 너에게 우리의 가족으로써 살아라 하는 마음으로 강요하고 싶지는 않았어.

앞으로는 너에게 우리와 함께 살면 어떨지를 물어보듯이 천천히, 다시 시작해보자고 생각했어.

시월이 네가 먼저 다가오지 않으면 절대로 다가가지도 않고 놀라면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맛있게 잘 먹는 다고 칭찬하지도 않기로 했어.

그동안의 우리의 무례를 사과할게.


시월이 네가 우리 집에 온 날부터 나는 온갖 강아지 유튜버와 강아지 관련 영상을 섭렵하기 시작했지.

그러면서 점점 내가 잘못한 것들만 생각이 나고 다 너에게 미안한 일뿐이었어.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이것도 아니란 생각이 들었어.


유명한 강아지 강 씨 강형욱 님이나, 세나개 설채현 님이나 강아지를 너무 의인화시키지 말라고 말했어.

그리고 몇 주 전부터는 메일을 써서 도움을 받고 있는 훈련사 분께서도

나에게 너무 감정을 이입하지 말라고 하시는 거야.


'개'인 너를 '사람'인 내 머리로 이해하려 해도 그건 불가능할 거야.

그러니 나도 너를 완전히 이해하려는 생각은 처음부터 말도 안 되지.

시월이 멍때림, 댕청


시월아, 우리는 처음부터 가족은 아니었지만,

어찌 됐는 이렇게 많은 강아지들과 많은 사람들 중에

한 강아지와 한 사람, 한 사람으로 만나게 되었잖아.


너의 불안한 눈빛과 축 쳐진 꼬리, 목마른 것과 화장실을 참는 일.

긴장되면 같은 곳을 뱅글뱅글 도는 정형 행동 등.

당장에 그런 모든 것이 고쳐지고 나에게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안기는 것을

바라지는 않을게.


너의 과거가 너무 안쓰럽고 불쌍해 울고

너의 지금이 너무 미안하고 불쌍해 울고

하는 일을 이제 그만 멈출게.


나는 앞으로 너와 우리의 행복을 위해서만 모든 힘을 쏟을 거야.

그러기 위해 나는 네 옆에서 발 뻗고 잠을 잘 거고

네 앞에서 웃음을 참지 않을 거고

네가 내 손의 밥을 먹지 않으면 밥을 치우게 될 거야.


그래도 그 모든 게 널 위하지 않는 길이 라거나 모든 게 널 위한 길이라고도 말하지는 않을게.

앞으로 다양한 시도 들이 이어질 거고 그게 너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도,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거야.

그래도 그건 너와 우리 이제 함께 가는 길이야.


이제껏 유튜브만 봤지만 이제부터는 책도 읽고 전문 자격증도 알아볼 생각이야.

우린 너의 가족이고 보호자로서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할 거야.

너를 더 이상 불쌍히 여기지 않으며 우리가 함께할 앞으로가 행복할 수 있도록

그 생각만 하기로 했어.


천천히 우리 그렇게 다시 시작해보자. 같이 힘 내보자.

그러니까 시월아, 나의 가족이 되어줄래?


시월아, 처음 봤을 때부터 사랑해!!!!!!!!





사지마세요, 입양하세요.


인스타 @october_n_love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tKE2fvbsLcDKvp02Sg0k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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