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oto Jan 04. 2020

유기견의 엄마가 된다는 것

개농장 구조 믹스견, 시월의 일기

시월이는 2019년 10월 17일 우리와 가족이 되었다.

나는 시월이의 엄마다.


시월이는 일반적인 유기견은 아니다. 유기견을 일반화하는 것이 아니라,

시월이는 사람과 함께 살다 버려진 유기견이 아니라 사람이 드나들지 않는 방치된 개농장에서

강아지들과만 사회화를 이루며 살다 구조된 유기견, 즉 구조된 들개라고 말하는 것이 더 가깝다.


그런데 왜 이 글의 제목은 [유기견의 엄마가 된다는 것]일까.

유기견은 상처 있는 개다. 그 상처는 대부분 사람으로부터 왔다.

(물론, 잃어버린 아이나 길을 잃은 아이나 멋모르고 도망친 아이들도 있을 수 있지만,

그것도 강아지들은 버려진 것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상처가 된다.)


유기견은 한때는 사람과 살며 훈련을 받거나 했을지 모르지만 반려견에서 유기견이 된 후부터는 그 전과는 다른 강아지라고 말할 수 있다.

대부분 사람과의 신뢰에 조금씩 상처가 있는 아이들이라고 생각한다.

신뢰가 없는 경우에는 두려워하거나, 오히려 사람에게 사랑받으려 더 집착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개농장이나 유기견 혹은 학대받는 등 다양한 이유로 사람에게 상처 받은 아이들을 유기견이라고 부르겠다.)


나는 유기견 전문가도 아니고 훈련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도 아니라 조심스럽긴 하지만,

시월이의 엄마가 된 후로는 유기견의 이야기를 참 많이 찾아보았다. 유기견 보호소 봉사를 적지만 두 번 다녀오기도 했다.


배변 훈련이나 분리불안 훈련 등의 훈련 영상은 유튜브에 참 많다.

그러나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 개에 관한 자료는 너무도 부족하다.

같은 영상을 반복해서 보고 비슷한 증상들을 검색하며 시월이와 함께 진짜 가족이 되는 길을 걸어가고 있다.

이 길이 아니라면 다시 돌아가야 한다.

두 달 반 동안 시월이와 가까워졌다 멀어지는 일이 아주 여러 번 반복되었다.


엄마 앞에 있어서 목마른데 물 못 먹고 물 앞에 엎드림.

유튜브에 검색하다 어느 한 훈련소에 절실한 메일을 보냈다.

평소 유기견을 훈련시켜 입양 보내는 봉사를 이미 하고 계셨다.

상담을 지속적으로 도와주시기로 하셔서 아주 큰 도움을 받고 있다.

매번 전화를 할 때마다 죄송하지만 동아줄을 잡은 기분으로 통화를 한다.

선생님은 시월이와 같은 아이들이 아주아주 많다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왜 어디에도 이런 사연이 많이 있지 않는 걸까.

이 일은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 정보 없는 사람들이 그냥 좋은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문제를 만나 파양 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이미 한 번은 버려진 아이를 다시 버리게 되는 것이다. 보호소에서도 그런 아이들은 안락사 리스트에서 1순위가 된다.. 신뢰가 더욱 무너져 그다음 가족을 어렵게 만나게 되더라도 그 가족은 아이가 사람을 신뢰하도록 하기 위하여 더욱더 큰 사랑과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유기견을 입양하는 일은 특별히 더욱더 무겁고 진지한 마음이어야 한다...!


나는 시월이의 엄마다.

시월이는 작은 소리에도 자주 놀래고 사람 손만 보면 도망을 가고 밥을 거르는 것은 일상이며

목마름, 배변도 자주 참는 아이다. 짖거나 소리를 낸 적도 없다.

다만, 피하고 숨고 없는 척하는 아이이다. 그렇기 때문에 밥을 먹고 물을 마시고 똥오줌을 제때 싸는 일도 너무 고마운 일이다.


모든 유기견들이 시월이와 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유기견의 엄마가 된다는 것은

'나만을 바라보는 순수하고 보드라운 예쁜 아이를 골라 집에 데려오고

네가 이 패드에 배변을 하면 우리는 널 가족으로 맞이해줄 거야'

'네가 우리 집에 와서 잘 적응하지 못해 짖거나 말썽을 피우면

나는 너를 네가 온 곳으로 다시 돌려보낼 수밖에 없어.'

'나는 상처 받지 않은 몸도 마음도 건강한 어린 강아지를

데려와 잘 키워볼 거야. 평생 함께 할 거야!'

하는 일이 절대로 아니다.


반드시라고 일반화하지는 않겠지만,

유기견에게는 상처가 있고 마음을 여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훈련을 받아도 조금 더 시간이 걸리고 아주 사소한 일에도 다른 상처 없는 건강한 개보다는 시간이 필요하다. 어떤 행동으로 나타날지 모르지만 상처나 결핍이 있는 아이들은 생활에서 조금씩 나타난다. 큰 문제가 아닐지라도 지금 당장은 아무 문제없고 나를 신뢰하고 좋아한다 생각해도 2-3년이 지나 '아 이제야 진짜 마음을 열었구나.'하고 알아채는 보호자도 있다.


나는 생각한다.

애교 많고 말 잘 듣는 착하고 깨끗한 강아지를 만나고 싶다면

안전하고 따뜻한 집에서 사랑받으며 태어난 아이들을 분양받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어떤 펫 샵에서의 입양은 마음뿐만 아니라 몸도 아픈 아이를 데려오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모두 알아야 한다. 펫 샵의 아이들은 모두 엄마와 일찍 이별한 몸도 마음도 건강하지 못한 아이들이 많고 그 아이들의 부모는 평생을 펫 샵에 보내지는 강아지들을 낳다 철창에서 생을 마감한다. 우리는 모두 그 사실을 제대로 알아보고 펫 샵 입양을 결정해야 한다.)



나는 시월이의 엄마가 된지도 3개월이 되지 않았지만, 감히 이야기하고 싶다.

유기견의 엄마가 된다는 건

어떤 문제를 가진 강아지이든 상관없이 마음으로 낳아 있는 그대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진짜 가족이 되어주는 일이다.


시월이가 만약 이렇게 어렵고 힘든 강아지인 줄 알았다면 데려오지 못했을 거란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기다림 속에서 더 깊고 넓은 사랑을 배우고 있다.

시월이가 아니었다면 나는 이런 사랑을 배울 수 있었을까? 시월이가 나에게 와주어서 나는 지금 아무나 하지 못할 더 크고 깊은 사랑을 하고 있다.


유기견의 분양을 막는 글이 아니다.

스스로 단순히 착하고 예쁜 마음으로 유기견의 엄마가 되려는 것은 아닌지,

조금 더 진지한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과거의 나를 반성하며 쓴 글이다.

또한 유기견을 데려오기 전 더 큰 마음을 준비해야 할 것이며, 더 많이 공부해야 하고, 더 많은 것(시간, 정성, 돈 등)을 희생할 수 있음을 미리 알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쓴 글이다.


유기견의 엄마가 되기로 결심했다면,

너무너무 잘한 일이라고 정말 정말 좋은 일이라고 축하하고 싶다.

유기견의 엄마가 되면 인내와 배려의 수치가 굉장히 상승하고

마음이 아프지만 단단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전보다 강하고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고

소중한 생명이 생기니 인생의 이유가 하나 늘어난다.

세상이 이유 없는 사랑으로 가득 찬다.


나는 시월이로 인해

매일매일 아주 사소한 일들에 큰 감동을 느끼며 지내고 있다.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살다가 언젠가 내 품에서 조용하고 안정적인 숨쉬기로 마지막을 보내주길.

그게 내가 시월이에게 바라는 단 하나의 소원이다.



시월이와 목줄 훈련!

사진은 천사 같지만 처음 목줄을 했을 때는 정말 충격적으로 흥분을 하고 난리가 났다.. 솔직히 그런 모습을 보면 안쓰럽고 미안하면서 서운하기도 하다. 아직도 많이 내가 무서운 것 같아서.. 이런 모지란 엄마라서 마음을 다잡으며 글을 쓴다.


이제 잘때는 옆에서 잘자요
천사

그래도 두 달 반 만에 시월이는 정말 용기 있게 마음을 많이 열어주었다..

시월이의 실시간 모습이 궁금하시면 인스타 시월이 계정으로 놀러 오세요!






혹시, 불편하실지도 모르지만 생각의 차이를 존중해주세요.

사지 마세요, 입양하세요.



인스타 @october_n_love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tKE2fvbsLcDKvp02Sg0kwA






매거진의 이전글 시월아, 가족이 되어줄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