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이불, 한 침대를 쓴다고 다 가족은 아니다.
사람들은 결혼을 하면 가족이 되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혼을 하고 혼인신고를 해도 가족이 되지 못하고 서로 자신의 가족을 챙기며 솔직하지 못하고 신뢰를 쌓지 못하는 그런 사람들도 있다. 그건 가족이라기 보단 같이 사는 사람 사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남편과 가족이 되기까지는 결혼하고도 2년이 걸렸다. 같이 산지는 만 3년이 되었다. 이제야 진짜 가족이라 말할 수 있다.
한 가지 사건을 이야기해보자면, 우리는 이제 서로의 가족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내가 시댁에 서운한 마음을, "아버님 얄미워! 아버님 너무 싫어!"라고 말해도 남편은 방어적으로 '왜 내 아버지를 싫다고 말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면 내가 이렇게 말은 하더라도 실제로 아버님을 정말 싫어해서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나의 부모님 흉을 보더라도 나는 '남편이 우리 엄마 아빠를 안 좋게 보면 어쩌지?' 하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남편이 설사 내 엄마 아빠를 안 좋게 보더라도 그걸 나의 흠으로 보거나 나를 무시하는 것에 이용하지 않을 것이고, 남편은 그저 내 편이기 때문에 잠시 안 좋게 생각하고 말 것이라 알기 때문이다.
완전한 내 편, 진짜 내 가족.
아무것도 숨기지 않아도 되는 사람, 뭐든지 다 말할 수 있는 존재.
그게 바로 내 남편이다.
물론, 남편과 이렇게 되기까지는 많은 일이 있었다. 남편은 시댁이 불편하다는 나에게 '내 부모님 너무 싫어하지 마'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아마 그때는 남편의 가족은 시부모님이고 나는 남편의 가족을 싫어하는 사람으로 생각되었을 것 같다. 시댁 문제로 약 1년 간을 싸웠다. 시댁에 가는 길에 말다툼을 하고 오는 길에는 울고 불고 싸웠다. 절대로 맞춰질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남편을 반드시 이해시키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남편이 나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꾸준히 나의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표현했다.
"아버님이 이렇게 말씀하셔서 너무 속상했어. 하지만 아버님을 싫어하는 게 아니야."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서만 솔직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내가 점점 적응하고 편해지는 과정을 알리고 싶었다.
"오늘은 어머님이 이렇게 대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어. 우리 어머님은 정말 천사 같으셔."
나는 그저 가까워지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라고 이해시키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남편의 가족을 공격하는 것이 아님을 정확하게 이해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오히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남편이 얼마나 곤란했을지. 나는 이제야 남편을 이해한다.
한평생 함께 산 가족들과 이제 막 같이 살기 시작한 새 가족의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할지 얼마나 불편했을까. 부모님은 며느리가 예뻐 자꾸 만남을 원하시고 그때마다 불편하다고 하는 아내의 사이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리고 내가 남편을 이해하는 만큼, 남편도 이제는 불편한 나를 이해해서 시댁과의 일에서 언제나 나를 먼저 생각해주고 배려해준다.
이런 모든 이해의 과정이 지나, 이제 우린 말하지 않아도 혹은 모든 걸 다 말해도 서로 크게 오해하지 않는 서로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그런 사이가 되었다.
우린 이제야 정말 '부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