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층간소음이란 지옥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여러 가지 생각들
지금 사는 집은 남편이 연애시절 분양을 넣어 운 좋게 당첨된 아파트이다. 양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없는 우리에게는 정말 소중하고 감사한, 둘이 함께 마련한 집이다. 지금 사는 아파트에 입주한 지는 2025년 6월로 이제 3년을 채웠다.
이 집에는 나와 남편 그리고 강아지 두 마리가 산다. 강아지 두 마리 덕분에 우리는 현관을 들어서는 복도부터 거실, 그리고 안방까지 이어서 4mm 두께의 매트가 깔려 있다. 매트 때문일 수도 있고, 아파트 6년 살면서 아래층에서 조용히 해달라 연락받은 적은 없었다. 반대로 3번째 아파트이지만 층간소음으로 윗집에 민원을 넣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첫 집은 30년 된 아파트였고 두 번째 집은 LH 신축 아파트였지만 둘 다 윗집 소음으로 괴로운 정도는 아니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이 대부분 층간소음의 고통으로 검색해 오신 분들일 거라.. 어떤 확실한 문제 해결을 찾아왔다면 이 글은 그런 해답을 줄지 모르겠다. 왜냐면 나도 현재 해답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라.. 이 글의 목표는 나 스스로 평화를 얻기 위해 정리하는 글임을 미리 말씀드린다.
우리 윗집 층간소음은 '발망치'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남매가 살고 있지만, 아이들 발망치는 문제가 아니다. 아이들이 뛰는 건 그렇게 긴 시간도 아니었고 뜀박질을 해도 무게가 가벼워 그런지 그렇게 크게 울리지 않았고 쿵쿵쿵쿵하고 복도를 연달아 뛰는 소리가 들리면 '한창 뛰어 놀 나이지'하고 이해가 되어 그런지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윗집과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한 건, 내가 육아휴직을 하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그전부터도 윗집 부모들의 발망치가 신경 쓰였지만, 아침저녁으로는 걸을 때마다 발뒤꿈치로 바닥을 찍는 소리에 점점 더 지치고 힘들어졌다.
안방은 거실보다 작아 울림이 더 큰 건지, 건축의 문제인 건지 그 발망치가 벽을 타고 침대에 누워있는 나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니, 낮잠을 자다가도 발망치에 깨고, 밤에 잠을 자려면 발망치 쿵쿵쿵. 아침에도 발망치 모닝콜로 깨야했다.. 나중에는 쿵쿵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완전히 깨기도 전에 화가 치밀어 벌떡 일어나는 일이 잦아졌다.
정말 여러 가지 생각의 흐름을 거치고 남편이랑도 몇 번 이야기하다 다투기도 하고..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매일매일 삶의 질이 떨어지는 걸 느꼈다. 보복 소음 빼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해봤다.
1. 메모 남기기
2. 경비실에 연락하기
3. 연락처로 구구절절 사연 보내기 (제발 발망치만 조심해 달라는 호소)
4. 선물과 편지 남기기 (처음에는 귤 3kg 박스, 최근에는 5만 원 상당의 소불고기와 2만 원 상당의 과자 선물 세트)
5. 관리실에 찾아가서 민원 접수하기
6.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 상담 신청하기 (접수한 지 2주가 넘었으나 별다른 액션도 없다)
할 수 있는 노력을 했다. 나 딴에는 엘리베이터며 아파트 단지에서도 종종 마주치고 윗집, 아랫집으로 가까운 이웃이니 최대한 좋게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윗집도 일부러 내는 소음이 아니니까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발망치 습관이 있는 사람이 조용히 걸으려면 신경 써서 걸어야 하니까 그것도 불편할 것이라고 이해하려 노력했다.
연락을 했을 때 초반에는 죄송하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아침저녁에만 집에 있는 데 자기들은 어떻게 살라는 거냐 했다가, 최종적으로는 자기 집이 아니라며 소음 측정을 하던지 해라라는 답변을 받았다.
솔직히 층간소음이 소음측정기에 잡히는 게 어려운 건, 층간소음 피해자들은 다 안다.. 벽을 통한 울림이고 소리가 아니다.
윗집으로 단정 짓는 이유는 발망치 뒤에 화장실 소리가 연결해서 들리기 때문이다. 그 동일한 발망치로 여기저기 걸어 다니는 소리가 들리니 확신할 수밖에 없다. 아랫집에 화장실 물 내려가는 소리가 우리 집에 들를 일도 없고 그 위에 윗집이나 대각선 집이나 옆집 화장실 소리 일수 없는 게 우리 집은 동에서 가장 오른쪽 집이고 안방은 가잘 오른쪽에 붙어있는 위치라 왼쪽에 하나 있는 옆집에서 가장 먼 방이다. 뭐 어디까지나 추측임을 인정한다..;
그 외에 개인적인 문제로는 공황장애를 앓은 적이 있는 데(약 3년) 머리 울림이 공황의 증세여서 머리 울림에 굉장히 예민한 편이다. 심장 박동 울림에도 잠을 못 잘 때가 있다.
마지막 수단이었던 선물과 편지.
제발 발망치를 조심해 달라는 내용은 싹 빼고 내가 임신 중이라 하루 종일 집에 있는 점, 아이들 발 망치는 이해할 수 있다는 점, 자주 연락드려 죄송하고 앞으로 연락 안 드리고 이해하며 살려 노력하겠다는 점, 그리고 가까운 이웃이니 불편하지 않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점 정도로 편지를 썼다.
친언니가 임신 중인 동생의 스트레스가 나아지길 바라며 5만 원 상당의 소불고기 세트를 보내주어서 그거와 내가 직접 뚜레쥬르에 가서 산 2만 원 상당의 과자 세트를 문 앞에 두고 편지를 위에 잘 보이게 껴서 놓았다.
결과는, 무대응이었다. 연락도 편지도 선물이 돌아오지도 않고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그 후로 2주가 지났다.
그게 지금 현재 가장 최신, 윗집의 마지막 대응이다.
나는 윗집을 지독한 회피형으로 이해했다.
그 앞에 '이기적인'이라는 수식어도 붙이고 싶은 마음이 든다.
2주 동안에 참 많은 생각을 했다. 나는 누구라던지 잘 지내지 못하면 내내 신경을 쓰는 불안형의 사람이다. 나는 상대의 기분을 자주 살피고 확인하려 드는, 관계에 민감한 불안형 인간이다. 이런 나에게 회피, 무대응, 무시는 정말 최악의 반응이며 가장 센 공격이 될 수 있다. 나는 이해하려 노력했고 마지막에는 소음보다 관계회복만을 목표로 했고 정말 죄송한 마음을 담아 진심으로 편지를 썼다. 그에 대한 무시는 정말 큰 무력감과 분노를 만들었다.
만약, 나에게 무력감, 상실감, 분노 등의 감정을 주려 한 선택이라면 윗집은 정확하게 가장 좋은 방법을 선택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정도로 관계가 극에 치닿진 않았기 때문에 이성적으로 그냥 지독한 회피형이겠지 생각하지만.
여기까지는 나의 예민에 대한 변호와 호소, 신세한탄이고, 이제 본격적으로 제목처럼 '층간소음 지옥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에 대해 가장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에 대하여 의식의 흐름에 따라 적어보았다.
발망치 소음 : 1차적으로는 당연히 머리까지 울리는 위층의 발망치, 조용한 집에서 내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은 나의 욕구.
나의 스트레스 : 이제는 작은 발망치 소리까지도 예민하게 잡아내서 스트레스를 받는 나, 스트레스는 태교에 매우 좋지 않을 것..
불편한 이웃 : 하루에 한 번 마주칠까 말까 하긴 하지만 일주일에 1번을 마주쳐도 불편한 상황.
발망치 소음 :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 이사는 최후의 수단.
나의 스트레스 : 발망치 소음에 따른 스트레스 조절 노력 가능하며 해결까지 가능할 것이라 믿... 고싶다.
불편한 이웃 : 관계 회복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미 다 함. 아래층에 대한 대응을 무시로 결정한 윗집 이웃과 더 편해질 수 있는 방법은 없음. 원하는 대로 똑같이 무시, 무대응이 최선.
나의 스트레스 완화를 위해 이성적으로 현재 상황이나 내 정신 상태에 대해 고찰하고 인정할 필요가 있다.
: 계속해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위층 사람들과 그들의 대응과 발망치 소음)에 집착해도 그 문제는 더 이상 내가 바꿀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감정 에너지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층간 소음에 대한 보복 행위는 하지도 못하고 하기도 싫다.
: 층간소음 검색하면 층간소음 보복용 우퍼 등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많이 나온다. 그것도 결국에는 내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 소음으로 싸운다 해도 윗집이 유리한 싸움이다. 윗집에서는 상시로 뛰어다니는 것도 가능하고 언제든 큰 소음을 낼 수 있는 유리한 조건에 있다. 층간소음 우퍼 구매 지출이며, 분노의 마음을 가지고 상시로 큰소리를 내서 남을 괴롭히는 행위 자체가 내가 원하는 문제해결 방향도, 삶도 아니기 때문에 싫다. 결과적으로 이사에 더 가까워지는 상황을 만들거라 생각한다.
현실을 직시해서 윗집이 조용하길 바라는 욕구부터 포기해야 한다.
: 윗집을 탓하며 욕하고 미워해도 내 스트레스, 내 감정 에너지 소모다. 결과적으로 내 건강과 아기 유민이에게만 안 좋은 영향임을 인정해야 한다. 더 이상 감정 낭비를 해서는 안된다. 내 손해이기 때문에 누구 좋으라고 그렇게 하겠는 가.
지금 나의 지옥은 층간소음 자체가 맞는지 이성적으로 생각하기, 지혜롭게 현명하게
: 층간소음은 아파트에 사는 이상, 운이 안 좋으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현실적으로 윗집 아랫집에 사람이 사는 환경이므로 완전히 조용한 집은 있을 수 없다.
: 지금 내가 더 괴로운 것은 더 이상 발망치가 내는 그 물리적인 소리와 울림보다는 내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대와 다르게 무시로 대응한 윗집의 태도 때문이다. 그냥 죄송하다고 잘지내보자 해줬다면 나도 이해하려 노력하는 마음을 더 썼을 거고 미워하고 분노해서 스트레스가 더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윗집은 내 노력을 좋게 이해하지 않았고 그래서 무시했다. 그 일로 인해 윗집 사람들에 대한 분노가 더 커져서 그들이 내는 작음 소음, 단 하나도 놓치지 않고 화가 나는 게 현재로서 발망치 보다 더 큰 문제다.
: 하지만 저들이 내 기대에 부흥하거나 내 기분을 고려하거나 나랑 잘 지내 주어야 한다는 의무 나 책임 같은 건 당연히 없다. 저들 입장에서는 그냥 아랫집과 소통하지 않고 걷고 싶은 대로 걸으며 사는 게 더 편하게 사는 길이라 판단한 것이다.
: 이러나저러나, 분노해 봤자 그들에게 타격 없고 그러니 변화할 이유 없고 결국 변화도 없다.
: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나를 윗집 소음에 스트레스받지 않는 상태로 만드는 것.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문제해결 방법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윗집의 소음이 큰 시간대 피해서 활동하기
: 주로 출근/등교 준비 시간 대인 AM 7:30 - 8:30에 발망치 모닝콜 듣기 전에 일어나 강아지 밥 주고 산책 나가기
: PM 8:00-10:00 집에 들어와 자기 전까지의 시간 대에 저녁산책으로 환기시키거나 안방 말고 거실에 있기
발망치 들리자마자 분노하는 감정 습관 고치기
: 소음이 들리면 괜스레 아이고 시작이네ㅎㅎ 하거나, 유튜브나 음악 크게 틀어 무시하고 영상으로 눈 돌리기
: 홈트, 명상하며 발망치 들으며 정신 수양, 멘털 수양하기
조용한 날에는 감사한 마음 갖으며 내 안에 분노를 없애기
: 당연히 조용해야지 가 아니라, 조용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조용한 날에 더 집중하기. 사람이 사니까 당연히 시끄러워야 하는 데 요 며칠 3일이나 조용하네! 너무 감사하다. 노력해 주시는구나 조심해 주시는구나 하고 감사한 마음 갖기. 그들은 그대로일지라도 나는 내 안에 분노를 없애고 마음의 평화를 갖자.
: 일기에도 감사일기 쓰면서 마음 정화하기, 그냥 스치듯 생각하는 것보다 글로 써서 남기면 더 객관적으로 내 상태를 볼 수 있어 현재 상태에 대해 인지가 더 잘된다.
내 결론은 이렇다.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이다.
지옥은 나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정신 수양하기 딱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위층에 감사한 마음 갖기.
육아휴직을 하며 마주한 층간소음이라는 새로운 문제는, 아마도 지혜롭고 현명한 유민이 엄마가 되라고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주어진 시련일 것이다. 지나고 나면 이 시련이 성숙해지는 데에 큰 양분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기를!
곧 10월이면 뱃속에 아가, 우리 유민이가 태어나 집에 올 텐데,
유민이에게 이 집이 안전하고 평안한 집이 되려면, 나부터 그런 집에 사는 사람이 되기.
어느 곳에 어떻게 사느냐는 모두 내가 결정하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