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 때.
아주 작은 상처가 났다. 피가 조금.
보기 전까지는 안 아팠는데..
알고 나서부터 따끔따끔.
물이 묻으면 따끔, 살짝 스치면 따끔.
내내 따끔거리더니 딱지가 붙었다.
조금씩 단단해지니까 상처가 없을 때처럼
신경이 안 쓰였다.
상처가 없던 전처럼 아무렇지도 않았다
괜찮나?
괜찮네!
싶더니.
며칠 지나지도 않아
딱쟁이가 점점 두꺼워져서는 떨어질락 말락.
귀찮게 달랑달랑 걸려서는
또 어디 걸릴 때마다 붙어있는 살이 당겨져서 아팠다.
옷 입을 때도 걸리고 그냥 걸을 때도 걸리고
처음 상처가 났을 때보다 더 아파.
신경 쓰이고 짜증이 났다.
에라이 그냥 확 떼버려?
싶다가도..
그러면 다시 억지로 떼어진 날것의 살갗이
다시 따끔거리겠지?
다시 반복되겠지.
그래서 꾹 참아본다.
자연스럽게 스스로 잘 아물어서 남은 딱쟁이가 스스로 떨어질 때까지.
그때쯤이면 아마 새살이 다 나서 하나도 안 아프겠지만, 아마 전에 있던 처음의 피부와는 다르게 조금 더 단단하고 거친 살갗이.
다시는 같은 상처를 만들지 않겠단 마냥 자리 잡고 있겠지.
정말 신기하게도
그게 내 인생과 많이 닮았다.
작은 상처 하나에도 온갖 생각들로 연결 지어가며 전전긍긍 일희일비 하는 내 인생과 너무 닮아서
정말 지겹다. 이렇게 매일 롤러코스터 타며 내려갈 때 신나게 내려가고 오르막에서는 끙끙 거리며 엄살 부리고.
서른 즈음되면 어른이 되어서 좀 더 잔잔하고 조용하고 지혜로운 날들을 살아갈 거라 기대했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오락가락 긍정과 부정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도, 그 사람의 본질 자체가 움직이는 건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흐르는 물이 길을 내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나도 언젠가는 나만의 길을 내고 단단하게 나만의 생각과 주관을 정리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있겠지?
하지만 지금은 여전히
귀엽기만 한 내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