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oto Nov 08. 2023

인체의 신비에서 발견한 귀여운 내 인생의 한 조각

복잡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 때.

아주 작은 상처가 났다. 피가 조금.

보기 전까지는 안 아팠는데..

알고 나서부터 따끔따끔.

물이 묻으면 따끔, 살짝 스치면 따끔.

내내 따끔거리더니 딱지가 붙었다.

조금씩 단단해지니까 상처가 없을 때처럼

신경이 안 쓰였다.

상처가 없던 전처럼 아무렇지도 않았다


괜찮나?

괜찮네!


싶더니.

며칠 지나지도 않아

딱쟁이가 점점 두꺼워져서는 떨어질락 말락.

귀찮게 달랑달랑 걸려서는

또 어디 걸릴 때마다 붙어있는 살이 당겨져서 아팠다.

옷 입을 때도 걸리고 그냥 걸을 때도 걸리고

처음 상처가 났을 때보다 더 아파.

신경 쓰이고 짜증이 났다.


에라이 그냥 확 떼버려?

싶다가도..

그러면 다시 억지로 떼어진 날것의 살갗이

다시 따끔거리겠지?

다시 반복되겠지.


그래서 꾹 참아본다.

자연스럽게 스스로 잘 아물어서 남은 딱쟁이가 스스로 떨어질 때까지.


그때쯤이면 아마 새살이 다 나서 하나도 안 아프겠지만, 아마 전에 있던 처음의 피부와는 다르게 조금 더 단단하고 거친 살갗이.

다시는 같은 상처를 만들지 않겠단 마냥 자리 잡고 있겠지.


정말 신기하게도

그게 내 인생과 많이 닮았다.


작은 상처 하나에도 온갖 생각들로 연결 지어가며 전전긍긍 일희일비 하는 내 인생과 너무 닮아서

정말 지겹다. 이렇게 매일 롤러코스터 타며 내려갈 때 신나게 내려가고 오르막에서는 끙끙 거리며 엄살 부리고.

서른 즈음되면 어른이 되어서 좀 더 잔잔하고 조용하고 지혜로운 날들을 살아갈 거라 기대했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오락가락 긍정과 부정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도, 그 사람의 본질 자체가 움직이는 건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흐르는 물이 길을 내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나도 언젠가는 나만의 길을 내고 단단하게 나만의 생각과 주관을 정리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있겠지?


하지만 지금은 여전히

귀엽기만 한 내 인생;(



매거진의 이전글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