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way ticket project #01 │여행의 이유
01
단풍이 물들어가고 한 해의 끝이 보여가던 어느 가을날 저녁.
오랜만의 야근으로 회사에 남아있던 나에게 들려온, 모두가 사랑했던 한 배우의 갑작스러운 교통사고 소식.
흔한 가십성 기사로 스쳐 지날 수도 있던 이 뉴스는 늦은 퇴근길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던 내게
쉽사리 떨쳐지지 않는 질문 하나를 떠오르게 했다.
' 만약 내가 그 배우처럼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그 순간 과연 나는 무엇을 가장 후회하게 될까? '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될까?
이 세상에 내 분신 하나 남겨놓지 못한 것을 후회하게 될까?
아님 또래들과 달리 집 장만 하나 해놓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될까?
그것도 아니라면 내가 하고 있는 지금의 이 일에서 더 성공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게 될까?
내일의 일상을 위해 이미 깊은 잠에 빠졌어야 할 시간까지 나는 그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모두 다 후회될법한 일들이었지만 그런 것들이 가슴에 사무칠 만큼 큰 미련으로 남게 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다 문득 앗!! 을 외치며 떠오른 한 가지...
' 세상에는 아직도 내가 가보고 싶은 곳이 너무 많은데...'
그래, 바로 그것이 후회될 것 같았다. 그 생각이 떠오르자 당장 세상과 이별하는 것처럼 이미 미친듯한 후회와 미련으로 몸서리치고 있었다. 언젠가는 꼭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고 막연하게만 떠올리던 그것을 당장 해야만 했다.
02
One-way Ticket Project
2~3년 전 즈음부터였던가...
40살을 앞두게 되었던 언젠가부터 내 마음 한 편에선 막연히 돌아오는 계획도, 언제 어디로 가야 하는 일정도 없는 그런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꿈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여행을 45살이 되기 전에 이루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별 뜻 없이 어렴풋하게 마음 한 구석에 처박혀 있던 버킷 리스트. 이걸 못해보고 세상과 이별한다는 것, 아직도 가보고 싶은 곳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유일한 후회로 남게 될 것 같았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남게 될 후회.
이미 해버린 것에 대한 후회와 미쳐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
둘 중에 과연 무엇이 더 크게 다가올지는 너무나 분명해 보였다.
그래, 하자!!!
'언젠가는'이란 시점은 결국 오지 않을지도 몰라.
여행 그다음?...
그건 미리 걱정하지 말자.
어차피 내가 계획하고 준비한다고
그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었잖아...
점심 메뉴 하나 결정하는데 수십 번의 고민을 하는,
세상 우유부단함을 다 가지고 있을 것 같은
40대 아저씨인 내가 그날 밤 일순간에 그렇게나 큰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 해 겨울이 지나고, 이듬해 봄이 지나고,
이제 세상은 초록빛 가득 물들어 한낮의 햇볕이 이마에 송골송골 땀을 맺히게 하던 초여름 어느 날.
나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아직은 이 세상에 가보고 싶은 곳이 너무 많았다.
2017.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