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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시카 마케터 Aug 16. 2023

품절은 모두에게 고통스럽다

17년간의 약밥생활 중에 가장 힘든 시기를 고르라 하면, 바로 약이 품절되었던 기간이다.

내가 호흡기 제품을 담당하고 있을 때였다.  엔데믹이 되면서, 호흡기질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제품 판매량은 우리가 예상했던 수량의 100% 200% 끝이 없이 증가하였다.

약이 많이 팔리는 것은 물론 기쁜 일이다. 하지만, 약의 재고가 없는데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은 절대 긍정적인 상황이 아니다. 약을 구하지 못한 도매상, 약국, 의원, 환자에게 컴플레인이 늘어나고, 회사의 이미지 실추 및 나중에 이러한 민원이 보건복지부까지 들어가게 되면, 회사 입장이 매우 난처해질 수 있다.

그럼 약을 만들면 되지 않나요? 하실지도 모른다.

보통 약물이 만들어지는 공장에서는 보통 6개월~1년 전에 생산 스케줄을 세워 진행을 하기 때문에 당장 생산 라인, 인원을 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자국에서 생산하는 약이고, 어떻게 라인과 인원을 빼서 밤새서 공장을 돌린다 해도 생산, QC 등의 과정이 수주~ 수달이 걸리는 것이 의약품 생산과정이다.


수요 예측을 하고 시장 재고를 관리하는 브랜드 매니저 입장에서 일시 품절사태는 바로 수백 통의 항의 전화와 허리가 휠만큼의 사죄를 의미한다. 내가 담당했던 약물은 심지어 유럽의 공장에서 생산을 하고 있었고, 유럽 공장에서 한국까지 배를 타고 오는데 두 달 이상이 걸리는 제품이었다. ㅡ.ㅡ;; 배 타고 오는 제품들은 보통  선박 일정, 기상 상황 등 다른 일정에도 영향을 받아 두세 달이 걸린다고 해도 들어올 수 있는 것을 장담할 수 없었다.


결국 일시 품절 사태는 약이 공급될 때까지 영업과 마케팅직원의 사죄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그해 나는 매출의 100%는 달성하였지만, 월말마다 구석에서 연신 들어오는 항의 전화를 받으며…  “죄송합니다”를 반복해야 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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