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시절, 영업에서 마케팅으로 업무를 전환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아시아헤드오피스에서 손님이 방문하였다. 나는 한국의 시장과 새로운 약물에 대해 검토하는 미팅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때 마침 미팅 미닛을 쓸 사람이 마땅치 않아 당시 마케팅 용어도 익숙하지 못한 내가 미팅 미닛을 쓰게 되었다.
영어를 좀 한다고 생각했던 나였지만, 대학 졸업 이후 5년 동안 의학 논문을 볼 때 이외에는 영어를 쓰지 않았던 나이기에 정말 길었던 회의록을 한 페이지에 간단하게 요약할 수밖에 없었다.
돌아서서 미팅 미닛을 보내는데 어찌나 창피하던지… 그 후로 영어를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었고, 바로 전화 영어를 신청해서 영어공부를 시작하였다. 그렇게 10년 동안 전화영어, 화상영어 수업을 진행하였다.
현재 다니는 회사에서 유럽계 제약사의 비즈니스 프로포잘을 발표할 일이 생겼다.
10명 이상의 참석자 중 1명이 외국인이었는데, 00사에서는 모든 2시간 상당의 프레젠테이션을 영어로 진행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외국계의 경우, 내부 문서-한국 내 부서 간 커뮤니케이션을 제외-는 모두 영어로 만드는 것이 빈번하고, 보통 슬라이드의 기본 언어는 영어로 작성하고, 영업 및 다른 부서와 서머리를 공유할 때 한국말로 번역하여 업데이트한다. 외국계 임원 중 여성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데는 영어도 한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N사의 요구로 난 지난 10년 동안 영어 수업을 받은 것을 한꺼번에 풀 수 있었다. 2시간의 영어 프레젠테이션…. 내가 오늘을 위해 영어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한 거구나…!
영어는 준비해 놓으면, 언젠가는 써먹을 날이 온다. ‘내 나이에 무슨 영어’라는 생각은 집어치우고, 내가 할 수 있는 재밌는 방법을 통해 영어 공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