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대로 추천하는 일곱 개의 독립 서점
휴가갈때 방문지 제일 위는 항상 제주도를 올려놓는다. 일 년에 20여일 남짓한 휴가에 서너번의 짧은 여행을 할 수 있는데, 제주 방문은 1박2일부터 3박4일까지 어떻게 계획을 잡아도 일정이 늘 꽉 차 있다.
바람불고 노을이 내리고 해가 지는 풍경을 보는 것도 좋고, 수도권에서는 쉽게 맛보기 힘든 음식들을 먹기 위해서 식당을 찾아 방문 하는 것도 즐겁다. 그냥 렌트카를 타고 도로와 하늘이 맞닿은 길을 드라이브 하는 것으로 휴가지의 느낌을 가지기에 충분한 곳이다.
여행으로 잠시 다녀가는 것이 좋아서 좀 더 길게 보름에서 한 달 정도 현지인으로 지내고도 싶고, 시간이 지나서 조금 더 길게 일 년 정도 살아보고도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친구에게 듣거나, 블로그에서 알게 되거나, 뉴스에 뜨는 가보고 싶은 곳이 있으면 네이버지도에 즐겨찾기를 해 두었고, 일정이 확정되면 비행기, 렌트카, 숙소 순으로 예약을 한다. 비행기와 렌트카는 빨리 해야 조금이라도 유리한 조건으로 예약이 되니까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지만 숙소를 고를 때면 고민을 하게 된다.
가보고 싶은 즐겨찾기로 가득한 지도를 띄워놓고 이리저리 확대하고 클릭하면서 여기를 가볼까, 동선은 어떻게 될까,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를 고민하는 시간이 행복하다. 원래 여행은 계획하는 즐거움이 절 반 이상이고, 막상 현지에 가보면 상상했던 풍경과 맛에 대한 재확인의 과정인 경우가 많다.
꾸준히 오다보니 자주 다녀간 해에는 네 번 정도 제주도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알려진 관광지나 식당, 풍경이 좋은 카페들은 대부분 다녀본 것 같아서 ‘이제 뭐 하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할 때쯤 다시 2박3일의 제주 여행을 하게 되었다.
일부러 계획한 것은 아니었지만 즐겨찾기를 살펴보면서 리스트를 정리하다 보니 제주의 동쪽으로, 정확하게는 구좌읍을 중심으로 한 북동쪽 지역의 독립서점들을 몇 개 고르게 되었다. 몇 번의 제주 방문을 더 하면서 서귀포쪽의 독립 서점으로 넓혀갔고 그 중에서 기억에 남는 몇 군데의 독립 서점의 이야기를 적어본다.
독립 서점이란 단어는 왠지 큰 서점보다 작고 다양성도 없고 인기가 없지만 서점을 운영하는 주인의 선택에 따른 낯선 책이 많이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주었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서점이라는 공간을 좋아했기에, 다양한 취향과 특징을 가진 독립 서점들이 많아져야 하고, 또 오랫동안 그 자리에서 남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독립 서점을 가기 전에 나름의 방문하는 자세라고 할까, 그런 기준을 세웠다.
1) 방문하기 전에 블로그를 찾아서 충분히 사전 정보를 얻는다.
2) 전시된 책을 모두 살펴본다. 아마 서가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3) 독립 서점의 운영자가 어떤 의도로 책을 고르고 진열해 두었을까 생각한다. 그 서점만의 큐레이션 방향을 파악해 본다.
4) 방문 하는 독립 서점에서는 반드시 책을 두 권 이상 산다. 그래야 그 서점이 운영되고, 다음에 또 찾아올 수 있도록 남아 있을 것이다.
5) 운영자에게 말을 걸어서 서점의 특징을 물어본다. 가장 정확한 것은 운영자에게 물어보는 것이니까.
6) 독립 서점에서 책갈피를 챙긴다. 아니면 명함이라도 받아 둔다.
7) 독립 서점에서 하는 행사나 이벤트를 잘 살펴본다.
8) 독립 서점에서 판매하는 커피나 음식이 있다면 먹으면서 서점과 조화로움을 느낀다.
9) 독립 서점마다 가진 유니크함을 찾아서 또 오고 싶은 이유를 만든다.
10) 독립 서점의 스탬프가 있다면 구입한 책에 찍어서 어느 서점 출신인지 표시를 한다.
제주에는 독립서점이 생각보다 많다. 그리고 꾸준하게 새롭게 생기고, 없어졌나 싶으면 근처의 다른 건물로 이사를 했다고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서 소식을 업데이트 해준다. 몇 번의 제주 여행을 통해서 독립 서점을 방문하면서 기억에 남는 곳, 다시 가고 싶은 곳, 한 번으로 만족한 곳 등 나름의 평가를 해 두었다.
아래 리스트는 기억에 남고 다시 가고 싶은 독립 서점을 정리해 두었다.
* 주소 : 제주 제주시 구좌읍 대수길 10-12
* 지도 : http://naver.me/5zHOtT2r
* 한 줄 특징 : 매장에서 빵을 직접 굽고, 카페 공간을 지나면 작은 독립 서점 영역이 나온다.
제주 전통 형태의 집 세 동이 디귿자 형태로 연결되어 있다. 마당을 가로질러 첫번째 건물로 들어가면 베이킹용 오븐과 빵 진열대, 그리고 카운터가 있고 자리가 몇 개 있다. 두 번째 건물러 넘어가는 중간에 제주 돌담 넘어 바다를 볼 수 있는 지붕과 유리창을 가진 자리가 있다.
두 번째 건물은 카페 자리로 사진을 찍기 위한 컨셉으로 꾸민 자리를 지나서 마당을 볼 수 있는 일자형 자리가 있다. 제일 좋아하는 자리는 마당이 바라 보이는 4인용 좌석.
세번째 건물은 달책빵의 “책”을 담당하는 작은 독립 서점이다. 독립 서점쪽은 높은 층고와 높은 유리창, 서가 사이에 있는 옆으로 긴 유리창 등으로 밝은 것이 특징이다. 남편이 빵을 굽고 아내가 번역을 하는 주인의 특징이 잘 나타나는 곳으로 작업을 위한 작은 테이블과 함께 제주, 여성, 문학을 중심으로 하는 큐레이션이 특징. 책이 많지는 않고 서점 공간만 노키즈존으로 운영하고 있다.
아메리카노는 묵직함과 입안에 남는 잔잔한 커피향이 특징이고, 구좌읍의 특산품(?)인 당근으로 만든 당근주스와 식빵을 주문하면 구워서 잼도 함께 주는데 맛있다.
달책빵에는 책을 볼 때 엄지손가락에 끼우는 나무로된 문진 같은 것이 있는데 책장이 넘어가지 않게 펼쳐진 책 가운데 끼울 수 있는 달책빵 로고를 새긴 굿즈를 판매한다.
* 주소 : 제주 제주시 구좌읍 종달로1길 117
* 지도 : http://naver.me/5uuPPHVH
* 한 줄 특징 : 커피와 피자, 퀘사디아로 식사를 할 수 있다. 필사하는 테이블이 따로 있다.
편도 1차선 길가에 세워둔 입간판을 잘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마당이 있는 가정집 같이 생겼다. 주차는 길가에 방해되지 않게 알아서 세워두면 된다. 실내 한쪽 면은 꺼내 읽을 수 있는 중고책이 있고 판매하는 책은 창가와 실내 가운데 책장에 있다. 키높이 아래에 있는 책은 작은 좌식 의자를 꺼내서 앉아서 골라볼 수 있다.
커피와 차, 간단한 요리를 함께 팔고 있다. 책에는 간단한 설명문도 붙어 있는데 살펴보다가 주인부부가 남미 여행을 다녀와서 이곳을 시작했다는 여행책이 있었다. 필사를 위한 책상과 공간이 특징적이다.
* 주소 : 제주 제주시 구좌읍 종달동길 36-10
* 지도 : http://naver.me/F8KgpgM8
* 한 줄 특징 : 북스테이를 함께 운영중이며 독립 서점으로는 꽤 큰 규모다. 디자인 전문 코너를 따로 가지고 있다.
원래 카페 책자국 근처 작은 건물에 있었는데 현재 위치로 옮기면서 커졌다고 들었다. 주차장도 넓고, 마당도 넓다.
북스테이도 함께 운영하는 곳인데 제주 독립 서점 중에서 책이 많은 곳 중의 한 곳이고 베스트셀러부터 어린이책, 디자인책 등 다양한 분야를 갖추고 있다. 책 고르는 재미가 있는 곳.
* 주소 : 제주 제주시 구좌읍 송당2길 7-1 제주살롱
* 지도 : http://naver.me/GDeJ8cv2
* 한 줄 특징 : 드립 커피를 함께 즐길 수 있고, 자체 서가에 보유한 책들을 꺼내어 볼 수 있다.
대부분의 독립 서점들이 바닷가에 있는 것에 비해서 제주살롱은 중산간쪽에 위치하고 있다. 제주 동쪽에서 남북을 오르내릴 때 들러보기에 좋은 곳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정면에 카운터겸 커피를 내릴 수 있는 머신이 있고, 정면 앞에 작은 평대와 오른쪽 작은 공간이 판매용 책을 전시해 둔 곳이다. 왼쪽에는 앉아서 쉬어갈 수 있는 카페 공간이고 벽 한쪽에는 읽다가 갈 수 있는 책들이 가득하다. 책들은 철학책이 많이 있었던 기억.
* 주소 :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로114번길 54-58 1층
* 지도 : http://naver.me/FDWdhngA
* 한 줄 특징 : 3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층 커피바옆에 책장 딱 한 칸에 SF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며, 드립 커피를 함께 즐길 수 있다.
사계리서점은 앞 작은 공간에 주차를 할 수 있고, 입구에 보이는 서가 한 칸이 판매용 책의 전부다. 대략 백 여권이 안되어 보이는데 주인장의 취향에 따라 모두 SF 추리 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작은 카운터에서 커피를 주문할 수 있는데, 추리소설에 대해서는 모르는 분야가 없이 다 알고 계신다. 아이작 아시모프부터 정세랑까지 묻는대로 설명이 끊임 없이 가능하신 분이다.
2층과 3층은 카페 공간인데 2층은 쇼파를 중심으로 한 중간 자리와 유리창에 붙어서 밖을 볼 수 있는 일자 책상이 있다. 쇼파에 앉으면 산방산이 한 눈에 들어오는 멋진 뷰가 펼쳐진다. 3층은 낮은 공간으로 바닥에 앉아서 책을 보는 곳이다.
* 주소 : 제주 제주시 조천읍 함덕로 9
* 지도 : http://naver.me/5FkvcG2K
* 한 줄 특징 : 본관과 별관으로 나뉘어져 있고 바로 옆 건물이라 이동이 쉽다. 자체 제작한 굿즈를 판매한다.
하얀색 단층 건물인 별관과 붉은 벽돌의 2층 건물의 1층인 본관으로 나뉘어 있다. 물론 바로 옆건물이고, 가운데 주차를 할 수 있다.
본관은 일자로 된 창가 자리에서 책을 볼 수 있고, 한쪽 면은 굿즈가 진열되어 있다. 평대의 책과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책꽃이에서 책을 고르면 된다. 별관은 본관보다 책이 많은 것 같은데 공간은 매우 작다. 골라온 책들은 대부분 별관의 책들이긴 한데, 꼼꼼하게 살펴보면 의외의 발견을 할 수 있는 곳. 역시 독립 서점이지만 책이 많은 곳이다.
* 주소 : 제주 제주시 한경면 저지동길 8-31
* 지도 : http://naver.me/GrSOgD3j
* 한 줄 특징 : 돌담길을 따라 마을 한가운데로 들어가면 비교적 넓은 주차장과 긴 창을 가진 단층 건물이 나온다.
독립 서점이지만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꽤 많이 있고, 주인이 추천하는 해시테그를 보고 구매할 수 있는 ‘블라인드 북’ 시리즈를 10여 권 만날 수 있다. 입구에 ‘오늘의 시’를 분필로 적어 두었고 계속 바뀌는 듯 하다.
마당을 바라다 보는 일자로 길게 된 창가 자리가 있고, 작은 필사 공간이 있다. 책은 제주, 과학, 철학, 디자인, 만화, 문학 등 다양한 분야를 갖추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독립 서점을 리스트에 올릴 수 있기를..
독립 서점을 들릴 때 마다 두 권 이상의 책을 골라오다 보니 투어의 마지막이면 책이 한 가득이다. 캐리어의 공간이 충분해도 무게가 문제이고, 작은 가방이나 쇼핑백에 넣어서 들고 오려고 해도 결국 비행기에서 지하철에서 가장 무거운 짐이 될 것이 분명하다.
제주를 떠나는 방법은 언제나 렌터카를 반납하고 제주 공항에 가는 것이었기에, 제주 시내 동문 시장 근처에 있는 우체국을 이용하기로 했다. 우체국은 공항 1층에도 있지만 매우 작은 곳이고 박스를 구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해서 우체국을 들렀다.
우체국은 왼쪽에 작은 주차장이 있어서 (주차 공간이 있다면) 주차하고 책을 들고 바로 들어가기에 좋았고, 크기별로 다양한 박스도 직접 구매할 수가 있었다. 책을 포함해서 소포를 보내는 사람이 많은지 창구는 왼쪽 끝에 크게 자리잡고 있었고 친절한 안내도 받았다.
책과 같은 것은 최대 10KG까지 하나의 박스로 보낼 수 있고, 그 이상이 넘어가면 박스를 분리해서 두 개로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을 들었다. 이번 여행에서 산 책을 꺼내어 무게를 달아보니 9.7KG이 나와서 하나의 박스로 보낼 수 있었다. 먼저 박스를 구매하고, 테이핑을 튼튼하게 한 후에 책을 차곡차곡 쌓아 넣은 후 다시 무게를 달아 보았다. 이번 여행의 무게는 9.8KG, 박스 하나로 해결이 되었다.
집으로 돌아온 후 이틀이 지나니 우체국 택배가 도착했다. 쌓아넣은 순서 그대로 다시 꺼내면서 어느 서점에서 산 책이었는지 다시 기억하고 마루 한 편에 쌓아두었다.
언제 볼지는 모르겠지만, 저 책을 사던 그 시간과 공간에 대한 추억은 덤으로 함께 따라다닐 것이니 온라인으로 구매한 책과는 다른 경험을 줄 것이다.
지금도 제주 서귀포시 숙소에서 책상에 앉아 이 글을 마무리 하면서, 내일 어느 서점을 들러서 공항으로 갈지 살펴보고 있다. 독립 서점 투어는 당분간 계속 될 것 같다.
한 번 가본 서점의 도서가 크게 바뀌지는 않지만 신간은 계속 나오고 있고, 서점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면서 그 공간이 주는 편안함을 즐기고 싶다. 그리고 책을 골라 놓은 큐레이터인 주인과도 그 선택의 관점을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