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커리, X-M5, 밀리의 서재
정말 오랫만에 아무 생각 없이 주말 하루를 집에서 뒹굴뒹굴하고 있다. 침대와 하나되는 중은 아니고, 아침에 17명 밖에 없는 대한민국 제과제빵 명장 중에서 아홉번째로 명장이 된 홍종흔 베이커리에 가서 빵과 샌드위치, 그리고 따뜻한 아메리카노 두 잔을 가져왔다. 오전에 가지 않으면 점심즈음에는 품절이 되는 샌드위치(대략 8천원에서 9천5백원 사이)를 사면 5,900원인 아메리카노를 1,700원에 살 수 있다. 주말마다 인사하며 계산과 포장을 해 줘서 눈에 익은 직원이 지난주 처럼 한 잔 만 가져간다고 해도 두 잔이 가능하다며 웃길래 두 잔을 가져왔다. 오늘은 와이프가 거의 1년 만에 학과 행사를 갔기에 한 잔 만 필요했지만, 혼자서 두 잔을 마시기로 했다. 회사에 가면 두 잔 이상을 마시니까 주말의 커피로는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서재에서 커피도 마시고 빵도 뜯으며 미뤄둔 것들을 여유있게 하고 있다. 물론 유튜브도 틀고, 컴퓨터도 하면서 틈틈이 스마트폰도 보는 중이다. 두 달 정도 기다려서 받은 후지필름 X-M5를 뜯어서 액정보호필름도 붙이고, (카메라 바디가 너무 작아서 꼭 필요한) 엄지그립도 달고, 스트랩도 이것 저것 끼워보느라 시간이 제법 걸렸다. 창문을 열고 아래에 보이는 반사경과 가로등을 찍어보았다. 여러가지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가 있는데 메뉴얼도 보고 유튜브 동영상도 찾아보고, 블로그도 보면서 색감을 미리 천천히 익혀보는 중이다. 이전 카메라인 리코RICOH(신도리코의 그 리코가 맞다) GR3의 크기와 색감을 참 좋아했는데, 지금도 다시 살까 고민하게 만든다. 후지필름의 색감이 GR3만큼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지난주부터 출퇴근길에 지하철과 도보길에 밀리의 서재에서 책을 보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에서 앱을 처음 실행 시키니 초기 폰트는 엄청 크게 나오던데 걸을때 작은 글자는 읽기가 어려워서 폰트를 적당하게 맞췄다. 목요일에는 읽는데 집중하느라 지하철 구간이 금방 지나갔다. 이러다가 한 번 못 내리면 큰일인 것이, 판교역의 다음역인 청계산입구역까지는 8.2km로 역간 거리가 가장 긴 구간이며 6분 정도가 걸린다. 지나친다면 한 정거장을 돌아오는데 못해도 15분 이상이 걸릴테고, 출근 시간에는 혼잡한 구간을 왕복하는 것이니 엄청 고생일 것이 분명하다. 내릴 역이 가까와지면 스마트폰에서 알림이 울리는 기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도앱에서 된다는 이야기도 들은 것 같지만 지상구간인 버스가 가능할 것이고, 지하철은 실시간 위치 확인이 쉽지 않아서 어려울 것 같긴 하다.
기회가 되면 X-M5와 GR3에 대한 추억도 적어보고 싶다. 그럴려면 먼저 사진을 많이 잘 찍어야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