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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면 생각나는 음반

December, Merry Christmas, Love Letter

by 이웃의 토토로

탁상 달력의 마지막장인 12월을 색으로 나타내자면 회색과 빨간색이다. 나뭇잎도 다 떨어지고 차가움이 밀려드는 바람이 불때면 콘크리트 같은 회색빛이 감돈다. 쓸쓸한 계절이기도 하고 외로운 계절이라고 느낄때면 거리도 마음도 회색이다. 연말로 갈 수록 크리스마스 덕분에 빨간색이 반짝거린다. 산타클로스의 빨간 옷과 루돌프의 반짝이는 코를 생각하면 따뜻하다.


12월 하면 가장 생각나는 것은 조지 윈스턴의 <December> 음반이다. 고등학생 시절 자율학습을 하거나 집에서 공부할 때 배경음악처럼 틀어놓고 있었기에 마음속 12월을 지배하는 음악이다. 캐롤이 울려퍼지는 밖으로 나가고 싶지만 마음을 다잡고 가만히 앉아서 공부를 해야하는 그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기에 좋았다. 항상 December 음반을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했기에 마치 하나의 음악같은 느낌이 든다. 2023년에 부고를 들었을 때 차분함과 쓸쓸함이 같이 느껴졌다. 마치 내 마음속의 한 시절이 변주 없이 영원히 얼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다른 앨범은 1994년 10월에 발매된 머라이어 캐리의 <Merry Christmas> 음반인데, 여기에 그 유명한 (30년이 지나도 크리스마스만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가 실려있다. 올해도 빌보드 차트 순위에 올라와 있으니 시대와 상관없이 나오는 비틀즈, 아바, 퀸 같은 느낌이다. LP를 딱 네 장 가지고 있는데 그 중에 하나다. 갈수록 길거리나 카페에서 캐롤을 듣기 힘들어졌지만, 뭐 어떤가. 스트리밍의 시대니 찾아서 틀어본다.


세 번째 앨범은 1999년에 한국에서 개봉한 <러브 레터>의 OST다. 영화를 보고 나서 머릿속에 남은 건 하얗게 눈이 덮힌 풍경과 후지이 이츠키라는 주인공의 이름, 그리고 여배우인 나카야마 미호였다. 영화의 장면마다 나오던 (가사 없는) 노래가 마음에 들어서 음반을 샀다.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듣던 음반이라서 음악과 음악의 연결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건 주제가 처럼 흘러 나오는 “A WInter Story”의 11번 트랙이다. 눈이 내리는 날에는 항상 이 음악이 생각난다.


쓰다보니 다 2000년 전의 음반이고 그 이후 것이 없네..


20251201. 1,089자를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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