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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첫 캐롤

12월엔 크리스마스 캐롤을 무한 재생~

by 이웃의 토토로

예전에는 12월이 되면 한 뼘 정도 높이의 작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책상위에 올려두었다. 홍대앞 카카오프렌즈샵이 오픈할 때 샀던 라이언 스노우볼과 함께 12월임을 확인하는 상징이었다. 작은 트리는 모니터 한 켠이나 파티션 위에 세워 놓기 좋은 20cm 정도 되는 높이였다. 처음에는 초록색에 오너먼트를 달고 있는 전형적인 트리모습으로 시작했다. 사슴 모양일 때도 있었고 유니세프의 오너먼트 황금색 볼일 때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기억나는건 손가락 두께의 동그란 나무판위에 새워진 하얗게 눈이 덮힌 화이트 크리스마스 트리였다. 몇 년 쯤 꺼내놨다 넣었다를 반복하다가 사라진 기억이 있다. 반면에 라이언 스노우볼은 매년 케이스에 잘 담아 두었다가 몇 주만 꺼내놓았기 때문에 상태를 잘 유지하고 있다. 글을 쓰다가 스노우볼 생각이 났는데 내일 출근하면 꺼내놔야겠다.


언제부턴가 길을 걸으며 크리스마스 캐롤을 들을 수가 없다. 저작권 때문이라고도 하고 외부에 흘러나오는 음악의 크기가 너무 커서 규제에 걸리는거라고도 하는데 딱히 설득력이 있는 말들은 아니다. 저작권은 대형 카페나 매장에서만 적용을 받고 소규모 카페나 작은 매장은 저작권 납부의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외부로 크게 스피커로 음악을 트는 것이 아니라면 60dB 정도로 틀어도 되는데 하지 않는다.


90년대 가요의 전성기라고 생각되는 그 무렵에는 캐롤도 활발하게 발표되고 여기저기서 들을 수 있었는데 아쉬운 마음이 크다. 이제는 이어폰을 끼고 혼자 듣는 캐롤이 대세인지라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곁에 있는 사람과 함께 어깨를 흔들면서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드물다.


퇴근 후 저녁을 먹으러 간 소바집에서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데 들려오는 음악이 익숙해서 들어보니 크리스마스 캐롤인 징글벨이 나오고 있었다. 카페나 마트가 아니라 소바집에서 캐롤을 듣는게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올해 첫 캐롤이었다. 뒤를 돌아보니 매장 입구에 소나무 트리가 멋지게 서 있었다. 자동문에 신경을 쓰느라 미쳐 보지 못하고 들어왔다.


내일부터는 일하면서 듣는 유튜브의 Playlist도 캐롤로 바꿔서 크리스마스 기분을 내야겠다. 크리스마스가 얼마 안남았다..


20251208. 1,069자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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