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까지 여행이 되는 섬, 제주

언제나 그 곳에 있기에 그리운 섬

by 이웃의 토토로

#그섬에가고싶다

제주도에 간다고 하면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배로 갈 수도 있지만.. 무엇 보다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집 - 김포공항의 거리는 제주를 두 번 왕복할 시간이다!) 배 멀미도 할 수 있기에 생각해 보지 않은 방법이다. 그래서 제주도를 간다는 것은 비행기를 탄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코로나19로 해외로 가는 길이 막혀버린 상황에서 비행기를 탄다는 것 자체로 정말 여행을 하는 기분을 마음껏 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설레이게 한다.
‘제주도 푸른밤’은 여러 가수들이 불렀지만, 가장 마음 편한하게 느끼는 것은 들국화 맴버인 최성원이 부른 첫 번째 버전이다. 오리지널 곡이 좋은 경우가 훨씬 많지만 리메이크 한 버전들이 다 경쾌한 쪽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조용한 원곡이 좋다. 마음속에 제주도는 이렇게 노래로 자리 잡았고, 그래서 막연히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질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되었다. 몸과 마음이 힘들거나 휴가를 계획하거나 봄 가을의 하늘을 생각할때면 생각이 난다.

요즘에는 제주도에 테마를 가진 가보고 싶은 곳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독특한 풍경과 이야기를 담은 독립서점, 제주에 있음직한 박물관과 미술관, 해산물이지만 과감학 사용해서 강렬하게 먹어보고 싶게 만드는 음식들, 그리고 나름의 분위기를 가진 조용하고 한적한, 그리고 멋진 바깥 풍경을 가진 카페들이 제주로 오라고 손짓을 한다.
한동안 제주 올레길 걷기가 유행을 하면서 걷고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늘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한채 유행은 지나가고 있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은 너무 먼 곳의 이야기인데, 순례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스페인 하숙>이란 예능 프로를 보고나니 그 고단함에 더 가기 힘들어졌다. 그래도 꼭 그 곳이 아니어도 어디에선가 길 위를 걸어가면서 나만의 생각을 펼치고 정리할 수 있다면, 그것이 어느곳이든 걷는 목적이 아닐까 생각한다.

제주는 올때마다 더 오고싶은 아쉬움을 남기는, 그래서 결국 다시 오고야 마는 그런 곳 이다.


#제주에만있는것

비록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지만 같은 우리나라의 하늘 아래라서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았다. 같은 문자와 언어를 쓰고, 여권이 필요하진 않은 곳이니까. 그래도 제주에 오면 서울을 중심으로 한 생활을 할 때와 다른 느낌을 받는 몇 가지가 있다.

#하늘
제주도에 몇 번 오지 않았을 때에는 야자나무가 신기했다. 열대지방에만 자라는 줄 알았더니, 공항을 나오자마자 길다랗게 뻗어서 반겨주는 모습은 사뭇 이국적이면서 내가 여행을 왔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상징같았다. 하지만 여러 번 제주를 방문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새파랗고, 구름이 둥둥 떠 다니는, 석양에 오렌지 빛으로 물들어 가는 하늘이었다. 어느 곳에 있던 하늘은 머리를 들어 올려다 보면 볼 수 있는 것이지만, 제주의 하늘이 더 눈에 들어오고 기억에 남는 것은 지평선 너머까지 시선을 사로잡는 건물들이 없이 쭉 뻗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가끔 하늘이 보고 싶을 때 제주를 생각한다.

#석양
제주의 일출은 기억이 별로 없다. 그 시간에 일어나 있질 않았으니까. 새벽같이 일어나서 여행지를 섭렵하는 스타일이 아니기에 아침은 비교적 여유있게 시작을 한다. 대신 석양이 지는 시간에는 항상 밖에 있었기에 여러 번 보았다. 맑은 하늘에 수평선 너머로 태양이 넘어가는 모습도 아름답지만, 구름이 절반 이상 하늘을 뒤덮고 있는 약간 흐린날의 석양은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느낌을 준다. 태양이 넘어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울부짖는 듯 한 핏 빛 하늘은 강렬하다. 하루에 한 번 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쉽지만 내일은 또 내일의 석양이 찾아올테니까.

#바다
바닷가에서 태어났기에 바다는 익숙하다. 물론 해안이나 모래사장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파도가 밀려와서 물보라를 일으키도 다시 쓸려가는 반복적인 운동이지만, 파도 치는 바다를 보고 있으면 다른 생각은 별로 들지 않고 파도에 집중하게 된다. 제주는 섬이기에 바다가 보고 싶을때 그리 오래 걸리지 않게 달려가면 금방 만날 수 있다.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면서 보이는 파도치는 바다, 해수욕장 모래밭으로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 중산간에서 내려다 보는 수평선이 멀리 보이는 바다 등 다양한 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그것이 바다로 둘러 쌓인 섬 제주의 특징이기도 하고.

#바람
바닷가의 특징은 낮에 바다를 향해 바람이 불어 나가다가, 해가 지고 나면 바다에서 바람이 불어 들어온다는 점이다. 대류 현상에 의해서 더 따뜻해진 곳이서 상대적으로 차가운 곳으로 이동하는 공기 덕분에 해안에선 언제나 바람이 함께 한다. 제주의 바람은 좀 더 강렬하게 불어 오는데, 멀리서 바다에 비해서 작고 조그마한 섬의 특성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제주는 삼다도라 바람, 말, 여자가 많은 섬이라고 하는데 최근에 바닷가에 풍력발전기가 많아지는 것도 제주의 지형적 특성 때문일 것이다. 섬을 휘감고 지나가는 바람은 제주의 모든 것을 어루만지고 있으리라.

#돌담
제주의 돌담은 현무암으로 쌓아 놓았다. 구멍이 뚫리고 가벼워 보이지만, 돌의 모양을 잘 이어서 쌓아놓은 돌담은 잘 무너지지 않는다. 돌담을 쌓는 기술자가 따로 있을 정도로 기술이 필요한 작업이라지만, 제주의 바람을 흘려보내는 돌담은 제주스러운 풍경을 만들어내는 선과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다. 자연에는 직선이 없다던데, 돌담으로 구획지어진 돌담들의 선들을 보면 (사람이 쌓았지만) 원래 그렇게 그어진 것 처럼 자연스럽다. 돌담길은 높지도 않아서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도 잘 보이는데, 낮으면서도 영역을 구분해주는 역할은 충분하다.

#해안도로
목적지까지 네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길은 넓고 가까운 경로가 우선이다. 제주의 산과 바다를 함께 바라볼 수 있는 매력을 제대로 느끼려면 해안도로를 타는 것이 가장 적당하다. 표지판도 “해안도로”라고 적혀 있어서 안내해주는 길에서 잠시 벗어나 해안도로를 천천히 달려보면 작은 항구와 모래사장과 아담한 등대까지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다. 가끔은 옆길로 빠져서 약간은 구불구불한 도로를 지나다가 마음에 드는 풍경이 있으면 잠시 멈춰서 바라볼 수 있는 곳, 그런 매력이 해안도로에 있다.

#숲길
제주에 가면 한 번쯤은 숲길을 걷는 계획을 넣는다. 비자림, 샤려니숲길 같이 울창하면서 걷고싶은 길을 좋아한다. 구름이 둥둥 떠다니는 파란 하늘을 나뭇가지와 잎사귀 사이로 바라볼 수 있는 그런 울창함이 좋다. 가끔은 우거진 숲속으로 고라니가 풀을 뜯다가 눈을 마주치거나, 청솔모가 나무 밑으로 쪼르르 달려가서 사라지는 그런 자연스러운 모습을 만난다면 깊은 숲속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초록초록한 길게 뻗은 나무와 숲을 보고 있노라면 눈과 마음이 편안해 짐을 느낀다. 제주는 돌담과 나무와 숲이 잘 어울린다.

#올레길
제주가 올레길 걷기로 유행을 탄 적이 있었다. 한 번쯤은 숲으로 바닷길로 낮은 오름을 걷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 올레길은 그 마음을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좋은 코스를 제공해주었다. 물론 짧지 않은 코스를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코스 하나를 제대로 걸어본 적은 없지만, 제주를 생각할때면 한 동안은 올레길을 걷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 차올랐다. 결국 올레길 한 코스의 아주 짧은 구간만 살짝 살짝 걸어보았지만 올레길 하나 정도는 끝까지 걸어보고 싶다.

#카페와루프탑
바닷가에 주로 많이 있기에 바다를 바라보면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생각을 많이 한다. 실제로 커피를 마시면서 창문 밖으로 보이는 바다와 중산간 지역을 바라보는 차경의 풍경을 좋아한다. 한 곳에서 꽤 오랫동안 앉아서 그 풍경을 눈동자에 머릿속에 마음 한 켠에 새겨놓고 싶다. 풍경이 너무 멋지기에 인터넷에서 알려지는 곳은 사람이 많아서 집중을 하거나 오롯이 그 풍경을 느끼기엔 힘들다. 유명한 카페의 살짝 옆에 있거나, 근처에 있거나, 적어도 새로 오픈한 곳을 찾아서 그곳이 북적거리기 전에 나 혼자 먼저 즐기고 오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식당들
관광지 중심인 제주의 식당들은 몇 년 사이에 가격이 꽤 많이 올랐다. 의례 한 번쯤은 먹고 와야하는 고기국수, 돔베고기, 회, 흑돼지, 보말죽, 전복죽, 해물탕, 갈치구이와 조림, 밀면(제주가 왜 밀면이 유명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돈가스, 두루치기 등. 한 번씩도 다 먹고 오기 힘들정도로 맛있는 것이 많은 곳이다. 언제부턴가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식당들을 피해서 현지인들이 자주 가는 곳을 찾아가게 되었는데, “~식당”이라고 이름 붙은 곳이 그런 곳이라는 말을 들었다.

#동행
여행의 만족을 결정하는 것은 누구와 함께 가는가일 것이다. 혼자 가는 여행은 여유롭지만 쓸쓸하고, 둘이 가는 여행은 심심하지 않지만 마음이 맞지 않으면 힘들고, 여럿이 가는 여행은 즐겁지만 일정이나 식사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 평소에는 친한 친구여도 여행을 해 보면 취향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하고, 매일 함께 하는 배우자의 특별한 취향을 알게 되기도 한다. 셋 이상이 함께 하는 여행은 사전에 준비가 꼭 필요하고,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희생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도 필요하다. 마음에 새기려면 혼자서, 추억을 만드려면 둘이서, 재미를 원한다면 여럿이서 여행하는 것이 좋다.

#글을쓰는여행
처음에 트레바리를 시작한 것은 호기심이었다. 같은 범위의 주제를 가진 책을 읽고 토론한다는 것에 대한 호기심,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호기심. 새로운 것을 하려면 장소를 바꾸거나, 시간을 다르게 하거나, 다른 사람을 만나라고 하는데 트레바리는 세 가지를 한꺼번에 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결과적으로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이 가장 컸지만.
한 번도 읽지 않을 책을 읽게 되었지만, 한 번도 만나지 않았을 사람들을 모임에서 만나게 되었고, 두 시즌을 함께 하면서 6명이 함께 하게 되었다. 사실, 오프라인 모임에서 모두 친해진다는 것은 가능한 일도 아니기에 숫자는 적당하다.
적당한 수준의 익명성이라는 모임의 틀은 8개월이 지나가면서 적당한 수준의 실명으로 발전을 했고, 여러 번의 모임을 가졌고, 서로를 알게 되었고, 이제 여행을 함께 하고 글을 쓰게 되었다.

영화 아비정전에서 장국영이 장만옥을 찾아가서 함께 한 1분이 바꿀수도 없는 영원한 시간을 새긴 것 처럼, 사람이 같은 경험을 공유한다는 것은 끈으로 연결되는 지점을 만드는 일이다. 글이라는 것은 혼자 쓸때면 스스로가 가진 세상의 크기를 벗어날 수 없지만, 여럿이 함께 같은 주제로 글을 쓴다면 각자의 세상이 만나는 교차점에서 더 큰 것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해 본다.


앞으로 어떤 글을 함께 쓰게 될지 궁금하다.

언제까지 쓸 수 있을지도..?!


매거진의 이전글모모스 커피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