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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터프쿠키 Apr 13. 2016

작업 시간 분배하기

매일 오늘은 '일 끝나고 자기 전 남는 시간'에 일기를 쓰리라고 다짐한다. 

일 끝나고 자기 전까지 하고 싶은 건 비단 일기 쓰기만이 아니다. 몇 달째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는 개인작업도 해야 하고 여유롭게 영화도 보고 싶다. 그렇지만 내가 생각하는 그런 시간은 결코 쉽게 오지 않는다.

핑계를 대자면.. 

책 작업을 주로 할 땐 호흡이 길어서 내가 자체적으로 일정을 짜고 속도를 조절하기가 쉽다. 하지만 요즘은 책은 없고 회사 문서 작업이 정말 끊임없이 쏟아진다. 내가 하는 문서 작업은 큰 프로젝트를 덩어리째 맡는 게 아니고 며칠 안에 끝내서 넘기는 정도의 적은 분량들이라서, 마감일까지 작업량을 적절히 분배해서 규칙적으로 일하기보다는 그냥 한 번 시작한 일은 오늘 안에 끝내서 보내버리는 게 훨씬 마음이 후련하다. 그런 마음으로 일을 끝내려고 하면 어느새 새벽이 오고, 나는 일을 끝냈다는 뿌듯함과 결국 또 이 시간까지 깨어 있었다는 자책감이 뒤섞인 마음으로 잠자리에 든다. 사실 '오늘 이걸 다 끝내 놓으면 내일부터는 가뿐하게 개인작업을 할 수 있어!'라는 희망으로 늦게까지 일을 하는 건데 다음 날이 되면 또 새로운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어서 개인작업은 결국 또 밀려나고 한지가 벌써 몇 달째인지 모르겠다.

이런 상황이 싫지만은 않은 이유는 어쨌든 프리랜서에게는 일이 계속 들어오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축복이니까! 개인작업도 물론 중요하지만 난 밥값을 해야 하는 생활인이기에 개인작업 안 하고 살 순 있어도 일 자체를 안 하고 살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일도 재미있으니까!

사실 일이 어째서라는 핑계를 댈 게 아니라, 내 작업 방식과 시간 관리에 신경을 쓰는 게 맞다. 머릿속으로는 나름 멋진 계획도 세운다. 고등학교처럼 50분 동안 일/10분 동안 짬짬이 운동을 한다는 둥 하루에 돈 버는 일 5시간/개인작업 3시간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둥 자기개발서에 나올 법한 계획은 잘도 세우지만 지키는 법은 좀처럼 없다. 

글이었나 만화였나 잘 생각은 안 나지만 인터넷에서 '밤에 늦게까지 잠자리에 들지 못하는 건 그 날 하루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보고 크게 공감한 적이 있었는데 일에도 이 이야기가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지 않나 싶다. 내가 50분 동안 정말 집중해서 일을 했다면 10분을 미련 없이 쉴 수 있을 텐데 그러지 못했으니까 그 쉬는 시간을 포기하고 일을 해버리고(그러면서 또 집중하지 못하고), 5시간 동안 집중해서 일했다면 오늘은 할 만큼 했다고 정리하고 개인작업을 할 수 있을 텐데 그러지 않았으니까 초조해하면서 계속 일을 붙잡고 있게 되는 게 아닐까. 

프리랜서의 시간 관리가 직장인보다 더 어려운지는 모르겠다. 내가 직장인으로서의 경험이 없어서 비교할 수가 없다. 마음만 먹으면 더 근사하게 관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늘어지려면 훨씬 대책 없게 늘어지는 게 프리랜서인 것 같다. 나의 의지력이나 주변 여건을 볼 때 획기적인 변화가 생길 것 같진 않지만 1씩, 어느 날은 0.5씩 조금씩 나아지다가 어느 날 뒤돌아보면 스스로 용 됐다 싶은 날이 오겠지?

그런 의미에서 오늘 밤은 일을 끊고 조금은 일찍 잠에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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