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숙직이다.
누군가는 그냥 근무의 연장이겠지만,
엄마로 사는 내겐 하루가 더 길고 무겁게 느껴진다.
아침 6시,
세수도 하기 전 냄비부터 올렸다.
화장대 앞에 앉아도 손엔 나무젓가락이 들려 있었다.
서툰 손길로라도 저녁 한 끼를 따뜻하게 챙겨주고 싶었다.
오늘 하루 아이들이 집에서 혼자 저녁을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냉장고에 조심스레 넣은 반찬통 두 개.
뚜껑을 닫으면서
‘꼭 데워서 먹어야 해, 알겠지?’
메모 한 장을 붙이며 마음까지 함께 담았다.
저녁 무렵,
“엄마, 잘 데워서 먹었어.”
단순한 말 한마디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기특함과 미안함이 뒤섞인 감정.
워킹맘이라면 누구나 겪는 이 복잡한 마음이 오늘따라 더 크게 다가왔다.
아이들과 떨어진 시간 속에서도
나는 내 방식대로 연결을 시도했다.
아동심리학자 브루노 베텔하임이 말했듯,
“엄마의 사랑은 함께 있는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연결되는가로 측정된다.”
일과 육아 사이,
늘 중심을 잡으려 애쓰지만
균형은 늘 어렵다.
가끔은 일에 치이고,
가끔은 육아에 밀려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을 제대로 챙기지 못할까 봐 두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도 엄마다.
내가 잠시 자리를 비워도,
너희가 배고프지 않도록
사랑만큼은 미리 준비해 두고 가는 엄마 말이야.
그리고 이 밤,
나는 스스로에게 조용히 말해본다.
심리학자 도널드 윈니콧이 그랬듯,
“엄마는 완벽할 필요가 없다. 그저 ‘충분히 좋은’ 엄마이면 된다.”
지우야, 지원아.
오늘 저녁, 엄마가 미리 만들어둔 음식이 너희 배를 채워줬을까?
비록 함께 밥상에 앉지는 못했지만,
너희를 생각하며 만든 그 반찬들 속엔
엄마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단다.
엄마는 오늘도 일하고 있지만,
마음만은 늘 너희 곁에 있어.
고맙고, 사랑해.
언제나 너희가 있어서 엄마는 힘이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