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01] 미안해. 오늘의 나

사랑하지만, 부족했던 오늘

by 도치맘

오늘 큰아이가 기말고사 성적표를 받아왔다. 사실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준비가 많이 부족했고, 옆에서 지켜보는 내내 아슬아슬했다. 하지만 막상 성적을 받아 든 순간, 참을 수 없이 화가 치밀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고 우기지만, 솔직히 그 말이 위로가 되지 않았다. 아이의 눈에는 당황함과 두려움, 그리고 억울함이 뒤섞여 있었지만, 나는 그저 날 선 말부터 내뱉고 말았다.


“이렇게 해서 어떻게 하려고 했어?”

“공부 안 한 티가 너무 나잖아.”

“네가 단순히 시험을 못 봐서가 아니라 그만큼 준비를 안 했잖아.”


하지만 문득, 아이가 방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난 뒤에야 떠올랐다. 지금 이 시기, 아이는 ‘나는 할 수 있어’라는 믿음을 키우고 있는 중이라는 것. 에릭슨은 말한다. 이 시기의 아이는 ‘근면성’을 통해 세상을 향한 자신감을 쌓고, 반복된 실패와 질책 속에선 ‘열등감’에 빠질 수 있다고. 나는 오늘, 아이의 성장을 돕는 대신 스스로를 믿는 마음을 꺾어버린 건 아닐까.


나의 기대와 현실 사이에서 아이는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 작은 가슴속에 얼마나 많은 부담이 쌓여 있었을까. 결과만 보고 혼내기보다, 노력한 과정을 물어봐 줬더라면 어땠을까. 아이가 스스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이 부모의 몫인데, 나는 내 감정부터 앞세웠다.


오늘도 나는 아이보다 먼저 흔들린 어른이었다. 내일은 아이의 말을 먼저 들어주고 싶다. 실패했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믿음, 부모는 언제나 네 편이라는 확신, 그걸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이는 지금, 자존감이라는 뿌리를 조심스레 내리고 있는 중이다. 나는 그 곁을 지켜주는 단단한 토양이 되어야 한다.

사랑하는 우리 아이에게


오늘 너에게 너무 차갑게 굴었던 엄마를 용서해 줄래? 너는 분명 너만의 속도로, 너만의 방식으로 무언가를 해보려 했을 거야. 그 마음을 먼저 안아주지 못해 정말 미안해.


실패해도 괜찮아. 중요한 건 다시 해보려는 너의 마음이야. 엄마는 언제나 너의 편이야. 너의 자리에서 천천히, 다시 시작해도 돼.

그리고 기억해 줘. 너는 충분히 소중하고,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아이란 걸.


사랑해.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