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사막을 건너는 법

다시 읽는 '연금술사'

by 팀포라

언제고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그곳엔 평탄한 흙길 대신 늘 가파른 암벽과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뿐이었다. 내 의지로 선택하지 않은 빚, 대물림된 가난, 그리고 내 힘으로는 도저히 컨트롤할 수 없었던 수많은 생의 변수들. 그것들은 예고 없이 찾아와 내가 공들여 쌓은 모래성을 무너뜨리곤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여전히 내가 가고자 했던 그 길 위에 서 있다. 폭풍이 지나간 자리에서 먼지를 털고 일어나 다시 한 걸음을 내딛을 때, 나는 책상머리에 놓인 파울로 코엘류의 연금술사를 다시 펼친다.


1. 시련은 '표지'였을까, '장벽'이었을까

이 책은 읽을 때마다 매번 다른 얼굴로 나에게 말을 건넨다. 예전엔 그저 "온 우주가 너를 도와줄 거야"라는 감상적인 문장에 위로받았다면, 지금의 내게 이 책은 훨씬 더 현실적이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산티아고가 가진 것을 모두 도둑맞고 크리스털 가게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그는 절망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내가 겪은 통제 불가능한 시련들은 내가 만들지 않은 부채와 결핍들 또한 어쩌면 나를 무너뜨리려 온 장벽이 아니라, 나만의 '자아의 신화'를 완성하기 위해 거쳐야만 했던 혹독한 '표지'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2. 가난이라는 사막을 건너는 법

가난은 단순히 돈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마음의 시야를 좁게 만드는 안개와 같다. 하지만 책 속의 연금술사는 말한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처음엔 이 말이 야속하게 들렸다. 우주는커녕 세상은 나를 방해하는 것만 같았으니까. 하지만 다시 읽으며 깨달은 것은, 우주의 도움이란 마법처럼 돈이 생기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험난한 길 위에서도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잊지 않게 만드는 끈질긴 마음, 즉 굴복하지 않는 의지 그 자체였다.


3. 여전히 나의 길을 걷고 있다는 증거

지금도 삶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내일 당장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또 다른 파도가 덮쳐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제 안다. 내가 여전히 이 길 위에 서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내가 승리하고 있다는 증거임을.

험난한 길은 나를 단단하게 제련했고, 가난은 나에게 본질적인 것과 비본질적인 것을 구분하는 눈을 주었다. 연금술사가 매번 내게 다른 관점의 길을 제시하듯, 나의 고난 또한 매번 나를 다른 층위의 인간으로 성장시키고 있다.


나는 오늘도 나의 사막을 걷는다. 내 손엔 낡은 책 한 권이 들려 있고, 내 마음엔 나만의 보물이 저 멀리 피라미드 아래 묻혀 있다는 확신이 있다. 그거면 충분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API가 먹는 건가요?" 묻는 신입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