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명에 육박하던 시점이었을까. 정확한 수치는 이제 가물가물하지만, 과거 카카오톡은 내게 더 이상 새로운 인연을 허락하지 않았다. 친구 목록이 가득 찼으니 정리가 필요하다는, 일종의 ‘인간관계 포화 상태’ 통보였다.
그날부터 나는 한 세월이 걸리는 삭제 작업을 시작했다. 이름조차 생경한 이들을 지워나가는 과정은 내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허수’를 붙잡고 있었는지를 증명하는 고된 노동이었다. 기묘한 것은 그 방대한 명단 속의 누구도, 내가 프로필 사진을 내리거나 오프라인에서 커다란 변화를 겪을 때 먼저 안부를 묻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세상의 기준에서 나의 영향력은 먼지만큼이나 작았고, 주변은 나라는 개인의 삶에 지독히도 무심했다.
그런데 아이러니는 내가 ‘크리에이터’로서 카메라 앞에 섰을 때 발생했다.
무대 위의 나는 전혀 다른 중력의 법칙을 적용받았다. 평소라면 아무도 눈길조차 주지 않았을 작은 표정 변화, 영상 구석의 사소한 소품 하나에도 사람들은 현미경을 들이대듯 반응했다. “오늘 조금 피곤해 보여요”, “뒤에 놓인 물건은 어디 건가요?” 쏟아지는 질문과 관심 속에서 나는 묘한 위질감을 느꼈다.
친구 1만 명을 채웠던 평범한 나나, 사소한 것 하나로 품평받는 크리에이터 나나, 사실은 모두 같은 사람인데 말이다. 사람들은 내 본연의 모습보다는 내가 만들어낸 ‘맥락’과 ‘콘텐츠’에만 반응할 뿐이었다.
1만 명의 이름을 지우며 깨달은 것은 서글픔보다는 오히려 안도에 가까웠다. 세상이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내가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는 ‘자유’를 뜻하기 때문이다. 관심의 홍수와 무관심의 사막. 그 사이를 오가며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1만 명의 목록이 아니라, 단 한 명의 ‘진짜 나’를 오롯이 담아낼 수 있는 빈자리를 만들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