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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강나무 Jul 02. 2023

우리 설화 다시 읽기, <구렁덩덩신선비>

욕망이 제거된 고행자로서의 여성 

옛날 어느 마을에 자식도 없이 마을의 장자 집에서 품을 팔아 먹고 사는 할머니가 있었다. 어느 날 장자의 밭을 매다 눈처럼 새하얀 알을 발견하고 삶아 먹은 뒤 임신을 하게 되었다. 열 달이 되어 아이가 나왔는데 사람이 아닌 구렁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놀란 할머니는 구렁이를 윗목 뒤주 안에 넣고 삿갓으로 덮어 놓았다.


 장자의 세 딸이 아이를 보러 왔는데, 위의 두 딸은 구렁이를 보고 기겁을 하고 셋째 딸은 구렁덩덩 신선비라 말한다. 셋째 딸의 말을 들은 구렁이는 할머니에게 청혼을 요구한다. 할머니가 불가능한 요구라고 주저하자 구렁이는 칼과 불을 가지고 할머니의 뱃속으로 다시 들어가겠다고 위협하여 할머니는 장자네 집으로 가서 청혼한다. 


위의 두 딸은 끔찍하고 징그럽다고 거절하고 셋째 딸은 흔쾌히 받아들인다. 첫날밤에 구렁이는 허물을 벗고 잘생기고 늠름한 모습의 선비로 변한다. 다음 날 자신의 허물을 잃어버리지 말고 잘 간직하기를 당부하며 길을 떠난다. 이 말을 들은 두 언니가 허물을 훔쳐 불에 태우고 허물 타는 냄새를 맡은 선비는 돌아오지 않는다.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선비의 각시는 중의 행색으로 남편을 찾아 나선다. 논을 갈고 까치밥을 주고 빨래를 해주고 우물 속에 있는 선비의 집을 찾아간다. 남편은 새로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동냥을 하며 하룻밤 지내면서 선비와 극적인 재회를 한다. 선비는 내기에서 이기는 여자와 살겠다고 하여 각시와 두 번째 부인은 시합을 하게 된다. 물 길어 두멍 채우기, 수수께끼 맞추기, 호랑이 수염 뽑아 망건의 관자 만들기 등의 시합에서 이긴 각시는 구렁덩덩 신선비의 인정을 받고 아들 딸 낳고 행복하게 살았다. 


  <구렁덩덩 신선비>의 셋째 딸의 이야기는 우리의 전통적인 가부장적 사회에서 남성과 여성의 관계를 보여주는 대목이 많다. 한 동네의 가장 부유한 장자가 자신의 딸을 가난한 집의 구렁이에게 시집을 보낼 수 있다는 것, 결혼을 한 남편은 이유를 불문하고 자신이 돌아올 때까지 자신이 벗어놓은 허물을 잘 간직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자신과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을 하고 떠날 수 있는 상황, 시샘이 난 언니들이 남편의 허물을 태워버리게 되자 각시는 자신의 실수로 남편이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고 생각을 하고 남편을 찾아 길을 떠나는데 중의 행색을 한다. 


이것은 자신의 인간적 욕망과 욕심을 제거하고 고행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중에 농부의 논을 갈아준다. 논 갈기는 상당한 힘이 필요하기 때문에 소를 이용하거나 주로 남자들이 하는 일이지만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여 남편에게 가야겠다는 각시는 기꺼이 그 일을 한다. 까치의 새끼들에게 먹이를 구해주는 일은 여성이 가정에서 자녀를 돌보는 일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빨래를 해주는데 흰 빨래는 검게 하고 검은 빨래는 희게 만들어야 한다. 흰 빨래는 세탁을 하면 더욱 희게, 검은 빨래는 더욱 검은색으로 되어야 하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을 요구받는다. 그러나 각시는 이번에도 상대가 원하는 대로 빨래를 한다. 


남편을 만나기 위한 각시의 여정은 여성은 응당 사회가 요구한 가치관에 전적으로 순응해야 한다는 상황을 잘 보여준다. 우여곡절 끝에 남편이 살고 있다는 마을에 도착해 보니 남편은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부부 문제의 원인을 오직 각시에게 미루고 새 부인을 얻는 것, 전처와 후처의 경쟁 등은 전통사회에서 남편과 부인의 관계가 대등한 관계가 아닌 종속의 관계임을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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