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정의 하이엔드 월드(High-End World) 44
여행을 다니다보면 한국 사람만큼 바쁜 사람들이 없는 것 같다. 식당 자리에 앉으면 음식이 바로 나와야하고, 한 곳이라도 더 보기 위해 하루 두 도시는 물론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일도 많다. 휴식을 위해 찾는 바닷가 리조트에서도 매일매일 다른 액티비티에 맛 집을 찾아다닌다. 그래서 휴가를 다녀오면 더 피곤하다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주어진 시간에 가능한 한 많은 곳을 둘러보고 많은 경험을 쌓는 것도 좋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1년에 한번 진정한 휴가라면 좀 더 여유 있는 일정으로 자연 속에 휴식을 취하고 예술을 감상하며 보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독일의 최남단 바이에른의 슐로스 엘마우에서는 그런 시간이 가능하다.
바이에른 지방은 남쪽으로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국경을 마주하는 알프스 산맥 기슭에 있다. 북쪽으로 바이에른 숲, 남쪽으로 보헤미아 숲이 펼쳐지며 도나우강과 마인강도 흐르는 아름다운 곳이다. 일찍부터 농업과 공업이 발달하여 독일 내에서도 손꼽는 부유한 지역으로 1949년 독일 연방공화국의 한 주로 편입되기까지 바이에른 왕국으로 독자적인 역사를 꾸려온 곳이기도 하다. 주도인 뮌헨은 물론 백조의 성으로 불리는 노이슈반슈타인(Schloss Neuschwanstein)까지,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오랜 역사 속에 만들어진 뛰어난 관광지들도 많아 연간 1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이 바이에른에서도 베터슈타인(Wetterstein) 산악지대의 계곡, 해발 1000m의 바바리안 알프스 자연보호 구역 안에 육체의 휴식과 영혼의 만족을 돕는 특별한 리조트 슐로스 엘마우 럭셔리 스파, 리트리트 & 컬처럴 하이드웨이(Schloss Elmau Luxury Spa, Retreat & Cultural Hideaway)가 있다. 이 긴 이름의 리조트는 100년 전에 지어진 슐로스 엘마우와 올해 새롭게 오픈한 리트리트 건물로 나뉘어져 있다. 리트리트 건물은 올해 6월 독일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의 개최지였다. 슐로스는 독일어로 성(城)이라는 뜻이다.
슐로스 엘마우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1917년이다. 신학자이자 철학자며 베스트셀러 작가였던 요하네스 뮐러(Johannes Muller)가 사람들이 모여 교우하며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곳을 꿈꾸며 슐로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그의 독자들과 세미나 참석자들이 이곳을 찾았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흐르며 바이에른의 정치가와 예술가들도 이곳으로 몰려들게 되었다. 전쟁 시 여러 부침이 있었지만 뮐러의 자손들이 대를 이어 이곳을 관리하고 발전시키며 현재와 같이 바이에른을 대표하는 문화적인 휴식 공간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1950년대 이후에는 문학 토론이나 역사 세미나는 물론 재즈와 클래식, 춤 공연을 아우르는 다양한 실내악 공연이 열려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욱 매료시키게 되었다. 지금도 매년 200회 이상의 다양한 이벤트와 주제를 바꿔가며 다양한 축제가 열린다. 특히 매년 1월 열리는 실내악 공연은 슐로스의 역사를 대표한다. 내년 2016년이면 62회 페스티벌이 된다. 모든 공연은 리조트 내의 투숙객들에게만 개방된다.
2005년 슐로스 엘마우에 큰 불이 났다. 그 이후 2년에 걸쳐 리노베이션을 진행하며 좀 더 럭셔리한 리조트로 업그레이드되었다. 각각의 건물에는 성인 전용에서 가족을 위한 것까지 다양한 스파와 요가, 피트니스 센터, 수영장을 갖췄다. 미슐랭 스타 포함, 여러 개의 레스토랑이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만든 광기의 황제 루드비히 2세가 만든 아름다운 여러 성이나 박물관을 둘러볼 수도 있다. 주변 관광을 위해서 호텔의 BMW 차량이 무료로 제공된다. 여름에는 트레킹과 크로스컨트리, 겨울에는 스키까지 아름다운 자연 속에 즐길 수 있는 모든 액티비티가 가능하다.
인생의 짐을 느끼는 건강한 사람들을 위한 치유의 공간’을 만들고자 노력했던 요하네스 뮐러의 꿈 대로 전 세계의 지성인과 예술가, 그리고 보헤미안이 육체와 영혼의 휴식을 위해 찾는 곳이다. 호텔 슈로스 엘마우는 리딩호텔(the leading hotels of the world) 멤버이다.
* 이 글은 2015년 11월 25일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