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눈으로 본 멋진 관광개발과 콘텐츠 이야기
정말 좋아하던 일도 그 일이 너무 많이 몰리거나, 언제나 비슷한 것들의 연속이라면, 일은 정말 "일" 자체가 된다. 물론 일이 나쁜 것은 아니다. 하물며, "노동"이라는 단어, 역시 우리가 살아가는 주 활동이므로 그만큼 값지게 평가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일이 따분하고 힘들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자기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일을 하게 되거나,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일하다 죽을 것 같은 직장인들이여! 힘내시길!
관광지나 관광시설을 개발하는 일은 매력있는 장소를 개발하고, 사람들이 그 지역을 방문하여 즐거움을 주는 일인 만큼 재미있어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이 자체가 "일"이 되는 순간 흥미가 떨어지게 된다. 가끔은 왜 이곳을 개발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이렇게 개발한들 사람들이 올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한다.
특히, 이렇게 관광지나 관광시설을 개발하면서 반드시 검토하는 과정이 있다. 유사한 사례나 벤치마킹 지역에 대한 검토이다. 국내외의 유사한 성공적인 사례를 검토하여 시사점을 찾아내고, 내가 계획하고 개발하는 시설에 대입을 하는 일이다.
관광지를 벤치마킹하는 과정은 흥미있는 일이다. 현재 계획하고 개발하는 시설이나 지역의 모델이 되는 곳을 분석하면, 참 매력적인 곳을 보고 느낄 수가 있다. 이러한 시설과 지역이 개발이 되어 현실이 된다면 너무나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실제 벤치마킹을 하는 작업은 이렇게 매력적이지만은 않았다. 벤치마킹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숫자에 대한 것인데, 이를 테면 연간 방문객수, 연간 수입, 연간 운영비, 총 투자비 등등을 찾아내어 우리 시설을 개발할 때에는 몇 명이 오고, 얼마나 벌어들일 것인가가 가장 큰 관건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실 웃기는 일이긴 한데, 똑같은 시설을 똑같이 운영한다고 해도 선구자가 아닌 이상 그렇게 방문객이 오고, 돈을 벌어들이는 것도 불가능할 뿐더러, 지역의 상황이나 현재의 여건에 따라 똑같이 대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부분 벤치마킹을 할 때에는 실패한 사례가 아닌, 성공적인 사례만 가져오지 않던가! 아니, 성공적인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그것을 숫자화하면 당연히 좋은 수익이 나온다고 하겠지, 안 좋은 수치가 나오겠냐는 것이다.

보고서를 보면 모두가 개발하여 성공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ㅠㅜ
사실 일에 몰두하는 동안은 다른 여유를 찾기가 어려웠다. 말이 관광개발계획이지, 매일같이 공무원이나 발주처 보고자료 만들기에, 숫자 맞추기에, 계획 도면 만들고, 분석하다보면, 관광지는 고사하고 사무실에서 밤을 새야 하는 일이 부지기수이다. 여행자를 위한 시설을 만들면서 나는 정작 여행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여행을 갈 기회가 생겼다. 그렇게도 일때문에 여행을 가기 꺼렸는데, 시간을 내어 환기도 할겸, 여행을 가보았다. 출장이 아닌 여행에서 느낀 것들은 조금은 색달랐다.
출장과 다른 점 하나! 여행사에서 보고 즐겨야 할 곳을 정해주지 않았다. 출장 전문 여행사들은 어느 국가의 출장 때 이러이러한 원하는 시설을 보고싶다고 요청하면 장소섭외를 하여 알려준다. 그렇게 가는 출장은 편하기는 해도, 정작 그 장소가 여행자에게 어떠한 정도의 이미지와 인지도가 있는지 알기 어렵다. 여행자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온갖 블로그와 어플리케이션, 여행책을 동원하여 가야 할 곳을 직접 찾으니, 어쩌면 다른 여행자의 눈높이에서 가는 곳을 결정하게 된다.
출장과 다른 점 둘! 내 돈을 들여 가야 하니, 주머니 사정이 고려가 되어야 했다. 그저 환상적이고 멋진 곳을 추천받을 수 있으나, 그곳은 일반인들이 가기에는 너무도 가격적으로 비싼 곳일 수 있다. 그렇게 발주처나 공무원의 눈높이만 높였다가는, 자기들의 여건은 무시한 채 이러한 이야기 나온다.
"우리도 이러한 것 하나 만들자! 우리는 왜 이러한 것을 못 만드나?"
출장과 다른 점 셋! 중요한 것은 이동수단이었다. 소규모 출장 답사여행은 알아서 교통편이 준비되어 상당히 편리하게 이동이 가능하다. 그러다보니 여행지까지 접근성에 대한 감각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주변의 연계되는 장소 등을 알아볼 필요도 없다. 그러나, 여행자라면 어떻게 이동할 수 있는지, 거기까지 갔다면 주변에는 무엇이 볼 것이 있는지가 중요한 여행지 선정 관심사가 된다.
실제로, 태국 후아힌이라는 지역을 가면서 가장 걱정이 되었던 것은 이동편이었는데, 로컬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내내 과연 이 버스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얼마나 걸릴지 걱정이 되었다. 노선이 있던 것도 아니고, 버스 표시가 있었던 것이 아니었으니깐. 마치 그저 납치라도 된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섰는데, 다행히 제대로 호텔근처까지 데려다 주긴 햇다. 물론, 구글 맵에서 방콕-후아힌 구간이 3시간 걸린다는 말과 달리, 6시간 정도 걸리긴 했으나~
내가 관광개발 및 계획 일을 하면서 느꼈던, 그동안 나 스스로의 가장 큰 강점을 꼽으라고 한다면? 난 단연코 논리적인 전개와 결론 도출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 기계적인 분석에 의하여, 이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제시할 수 있었다. 수요예측과 규모를 산정하고, 그 숫자를 바탕으로 수익성분석을 하면 얼마 정도의 수익이 나올 것이다라는 것. 그렇게 기계적으로 분석하고, 최근 대세인 이 아이템을 개발하자는 논리 전개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여행자로서 여행을 다녀오는 순간 나의 이 행동들이 참 바보 같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여행자는 논리로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여행자 전과 후에는 여행지를 바라보는 차이가 분명했다. 여행자 위치 이전을 관광개발자의 위치라고, 여행자 위치 이후를 여행자의 위치로 규정해보자.
관광개발자의 위치에서와 여행자의 위치에서 여행지를 바라보는 차이는 이러한 것이었다.
우선, 관광개발자가 바라보는 여행지이다
1. 관광개발자는 성공한 사례를 우선 고른다. 그곳의 교통편이 어떻든, 주변 여건, 방문 기후나 일정이 어떻든 그것은 부차적인 것이다.
2. 실제 벤치마킹을 위한 금액(이동 요금, 입장료 등)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발주처 또는 회사돈이니 내가 알 바 아니다.
3. 다른 관광지, 여행지와의 연계는 중요하지 않다. 난 오직 이 벤치마킹 지역이 관심거리이다. 숲이 아닌 나무를 중시하게 된다.
4. 내게는 숫자가 필요하다. 또 왜 이 지역이 성공을 했는지 분석이 필요하다.
다음은, 여행자가 바라보는 여행지이다
1. 여행자는 대게 내가 가고자 하는 국가 또는 지역을 선정한 후, 그곳의 매력적인 사례를 고른다. 당연히 교통편이나, 주변 여건 등이 우선 고려되야 한다. 방문지의 기후나 일정 등이 알맞아야 지역 방문도 가능하다.
2. 이동요금이나 입장료는 상당히 중요한 요소이다. 짧은 시간, 한정된 비용을 투자하여 가는데 이왕이면 값지게 써야 한다.
3. 이왕 거기까지 간다면 주변에 둘러볼 수 있는 연계성이 중요하다. 나무도 중요하지만, 숲도 함께 생각하게 된다.
4. 내게는 감성이 필요하다. 이 지역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열정이 필요하다.
당연히, 여행자로서 관광개발을 보면 처음부터 성공한 지역만을 염두해두고 가지 않기 때문에,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할 수도, 또 벤치마킹 거리를 찾는데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벤치마킹을 하면서 보다 여행자들 입장에서 그 여행지가 매력적인지 아닌지를 함께 공감하고 느낄 수는 있었다. 그리고, 숫자로서 규명하기 전, 논리가 아닌 직관에 대한 판단을 보다 고려하게 되었다. 따지고보면 개발계획에서 등장하는 숫자라는 것도 이미 주관이 개입된 숫자가 아니었던가. 좋은 사례의 수요, 수익구조를 숫자에 대입하였으니 결론적으로 사업이 괜찮다고 판단하였던 것이다. 그것은 올바른 벤치마킹이 아니었다.

자뻑과 같은 개발계획만을 수행한 정란수군
나는 우리나라의 많은 여행지 또는 관광시설 개발계획에 마음이 담기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머리로만 관광을 이해하니, 그저 외국에서 잘된 것을 그대로 가져오자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아니, 외국까지 갈 필요도 없다. 국내 잘 된 사례들을 그대로 다른 곳에 카피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 우리나라에 얼마나 많은 짚라인과 글램핑장, 스카이워크가 생겨나고 있는가? 그 전에는 또 얼마나 많은 워터파크형 스파, 자연휴양림들이 생겨났었는가? 슬픈 현실이다.
마음으로 여행지나 관광시설을 바라보면, 같은 곳, 같은 시설이라도 달리 보인다. 특색을 다르게 하여 적용할 수도 있다. 얼마전 연재한 할슈타트 전망대의 경우, 핵심은 멋진 전망대 하나 개발하더라도, 그 지역의 특색과 창조성을 갖고 개발하면 똑같은 형태로 개발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국내에서는 외국에서 화제성이 있었다는 스카이워크를 개발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최근엔 너도 나도 좀 독특하다는 뉴질랜드의 스윕을 개발하려고 난리이다.
여행자로서 벤치마킹을 하자. 그리고 진짜 느껴보자. 개발계획자들의 접근이 달라질 것이다. 너무 당연한 말 같지만, 실제로 적용하기 쉽지 않은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대신 인용하고자 한다.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보다 못하다.
- 공자, 논어, 옹야편
다음에 살펴볼 벤치마킹 여행지는?
벽화가 아름다운 독일의 도시 오버아머가우이다. 독일 남부의 작은 이 마을은 각 건물에 다양한 벽화를 그려서 독특한 모습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벽화마을 등이 많이 개발되고 있으나, 오버아머가우는 담벼락이 아닌 건축물에 직접 그림을 그린 모습이다. 어쩌면 더 독특한 벽화의 마을이라고나 할까? 특히, 벽화 중에는 스토리가 있는 벽화도 눈에 띈다. 작고 소박한 이 마을에 많은 방문객이 오게끔 만든 큰 힘! 벽화마을 오버아머가우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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