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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Dec 07. 2020

크레타와 산토리니 여행

인간 중심의 예술과 자연

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크레타 섬은 아테네에서 비행기로 1시간 거리에 있다. 크레타섬의 중심에는 베니젤로 광장이 있다. 크레타가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독립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정치가인 엘레프테리오스 베니젤로의 이름을 딴 베니젤로 광장에는 1628년 베네치아 인들이 만든 사자 분수가 있다. 분수 맞은편에 있는 산마르코 성당은 1239년 지진으로 붕괴된 것을 오스만 제국이 모스크로 사용하다가 그리스가 독립한 후 상설 전시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베니젤로 광장은 레스토랑과 카페 그리고 상점들이 몰려 있어 항상 활기가 넘친다.



베니젤로 광장에서 20분 정도 걸어가면 베네치아 성벽이 나온다. 베네치아가 크레타를 지배할 때 오스만 제국의 침략을 대비해 만든 성벽은 1303년 지진에 의해 파괴되었으나 1540년 복원하였다. 성벽의 둘레는 4km이며 4개의 문이 있다. 그중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남쪽 문 근처에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무덤이 있다.



소박한 나무 십자가가 세워진 그의 무덤 비석에는 다음과 같은 비문이 적혀있다.



나는 아무것도 희망하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이다.



<그리스인 조르바>로 노벨 문학상에 두 번이나 오른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자유로우면서 낙천적인 조르바를 통해 인생의 새로운 의미를 던져주었다.   


크레타로 가는 피레우스 항의 한 카페에서 젊고 세련된 영국인 신사 바실은 자신을 과거에 광산 노동자의 감독이라고 소개한 조르바를 만나 완전히 매료되고 만다. 처음에는 춤을 좋아하고 주색을 밝히는 조르바의 낯선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였지만 조르바의 꿈과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차츰 인생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깨닫게 된다.


작가는 <영혼의 자서전>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내 영혼에 깊은 자취를 남긴 사람을 이야기하라면 호메로스와 부처 그리고 니체 , 베르그송, 조르바를 꼽는다. 조르바는 삶을 사랑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야생마처럼 자유로운 영혼을 가졌으며 유쾌한 전사인 그는 우리를 향해 말한다. 온몸으로 살며 온 마음으로 느끼고 온 힘으로 사랑하라고. 그리고 당신을 얽매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자유를 얻게 된다.


다시 베니젤로 광장으로 돌아와 버스로 30분 거리에 있는 크노소스 궁전을 방문한다.



기원전 19세기에 미노스 왕에 건설된 크노소스 궁전은 기원전 16세기에 에게 해를 휩쓴 산토리니 섬 화산 폭발로 크레타 섬들의 건축물과 함께 파괴되었다. 이후 궁전은 중앙정원을 중심으로 1천 개가 넘는 방을 배치한 복잡한 구조로 재건되어 미궁이라고 불렸다. 이로 인해 미노타우로스 미궁과 같은 전설적인 이야기가 전해진다.

 

미노스 왕에게는 파시파에라라는 왕비가 있었는데 그녀가 왕궁에서 키우던 수소를 사랑하게 되었다. 파시파에와 수소 사이에 괴물이 태어났는데 바로 미노타우로스이다. 미노타우로스는 너무 난폭해서 미노스 왕은 이 괴물을 가두기 위해 미로를 만들었다. 미노타우로스를 미로에 가둔 왕은 왕은 미노타우로스를 굶겨 죽일 수 없어 먹이를 갖다 주었는데 그 먹이는 아테네 사람들이었다.

이를 두고 볼 수 없었던 아테네의 왕장 테세우스는 제물로 바쳐진 젊은이로 위장해 크레타로 왔다. 테세우스를 보고 한눈에 반한 미노스 왕의 딸인 아리아드네는 아버지를 배신하고 테세우스에게 미노타우로스를 죽일 칼과 미로를 빠져나올 수 있는 실타래를 건네준다. 이후 미노타우로스를 죽이는 데 성공한 테세우스는 아드리아드네와 함께 크레타섬을 떠나 낙소스 섬에 이르지만 이곳에서 아리아드네를 버리고 혼자서 아테네로 돌아갔다.   


크노소스 궁전을 입장하면 가장 먼저 만나는 방이 왕좌의 방이다.



왕좌의 방 벽화에는 백합들이 피어난 숲 속에 왕좌를 지켰던 전설 속의 동물 그리핀이 보인다. 독수리의 머리와 사자의 몸을 가진 그린핀은 왕과 신의 힘을 상징한다. 왕좌의 방은 미노스 왕을 위한 평의회로 사용였으며 방의 중앙에 놓인 세면대는 의식 정화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세면대 뒤로 왕좌가 보인다.



왕좌의 방을 나와 미로 같은 방들을 지나면 중앙 정원이 나온다. 지금으로부터 4천 년 전 수도 설비는 물론 하수도 시설까지 완벽하게 설치된 크노소스 궁전은 중앙의 정원을 통해 각 방으로 자연광이 들어오게 설계되었다.


중앙정원에서 계속 직진하면 왕비의 방이 나온다.



왕비의 방에는 욕조가 있는 욕실과 물을 내려 용변을 흘러내리는 수세식 화장실이 있다. 당시 이 욕조를 발견하고 유럽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 이유는 욕조가 시장에 나타난 것이 1920년 초반 미국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방문자의 눈길을 끄는 것은 돌고래가 그려진 벽화이다. 원래는 돌고래의 머리와 몸통 부분만 일부 남아 있었는데 복원 과정에서 벽화를 완성하였다. 벽화를 자세히 보면 선명한 색으로 인하여 즐겁고 활기찬 느낌을 주고 있다. 이를 통해 크레타 문명은 고대의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엄숙함에서 벗어나 인간의 즐거움을 추구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서양문명에서 신이 아닌 인간의 감정을 최초로 보여주는 것으로 이를 바탕으로 인간 중심의 그리스 문명이 창조되었다.


인간의 흥겨움을 보여주는 궁전의 또 다른 벽화는 황소 뛰어넘기이다. 중앙 정원으로 돌아가 북쪽 출입구로 가면 황소의 프레스코화가 있는 방을 만난다.



황소 뛰어넘기를 보여주는 벽화에서 큰 소가 화면 한 가운데에 있으며 그 소의 등 위에서 재주를 부리고 있는 사람이 보인다. 머리를 땋아 올렸는데 여자인지 남자인지 알 수가 없다. 양 옆의 사람 중 왼쪽 사람은 소의 뿔을 잡고 있다.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에 이르기까지 황소를 주제로 한 작품이 많이 발견되었는데 농경사회에사 소는 신성한 동물로 숭배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미노타우로스와 같은 전설이 만들어졌다.


다음날 크레타에서 2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산토리니로 이동한다.  



에게해를 가로지르는 배가 점점 산토리니에 가까워지자 엄청난 높이의 절벽 위에 새하얀 집들이 빛을 받아 반짝거린다. 산토리니다. 선착장에 도착하여 버스를 이용해 산토리니의 중심마을인 피라마을로 접어들자 하얀 골목과 교회당 그리고 담장이 바다를 배경으로 여행자를 단번에 동화 속 마을로 데려간다.  



400m의 절벽을 따라 난 피라 마을의 좁은 골목에는 레스토랑과 카페 그리고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늘어서 있다. 산토리니의 하얀 집들은 동굴집으로 화산에 의해 생긴 절벽 구멍을 이용해 만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동굴집마다 섬에서 부족한 물을 모으기 위해 빗물 탱크가 눈에 띤다.


피라마을에서 2km 떨어진 이아마을로 이동한다.  



산토리니 북쪽 끝에 위치한 이아 마을은 우리가 상상하고 기대하는 모습을 그대로 담아놓은 동화 같은 마을이다. 피라마을이 주로 하얀색으로 깨끗하고 깔끔한 느낌이라면 이아마을은 하얀색과 파란색이 조화를 이루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1537년 오스만 제국의 지배하에 그리스의 국기를 허용하지 않자 산토리니의 사람들은 자신의 국기색인 하얀색과 파란색을 표현하기 위해 교회는 파란색을, 집은 하얀색으로 칠했다고 한다.    



마을로 들어가 대리석으로 포장된 이아 마을의 길을 걸으면 산토리니 엽서에 등장하는 <3 블루 돔 교회>가 나온다.



3개의 푸른 돔을 가진 가진 교회는 핑크색 종탑과 조화를 이루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에서 누구든 사진을 찍으면 화보 속 주인공이 된다.



이아마을에서 가장 번화한 상점거리인 마블 로드를 지나 에게해로 지는 석양을 보기 위해 굴라스 성채로 이동한다.



굴라시 성채를 오르는 길에는 노을을 보기 위해 온 여행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성채 꼭대기에 오르자 이아마을의 새 하얀 건물과 파란 성당 그리고 풍차가 점점 붉게 물들어가는 전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코발트블루에서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을 보고 있노라면 숨이 멎을 듯한 황홀감을 맛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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