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오르드 정상에 서다.
헬싱키와 탈린을 거쳐 스톡홀름과 오슬로 그리고 베르겐을 지나 스타방에르에 온 이유는 피오르드의 정상 프레케스톨렌을 오르기 위해서이다.
우비와 신발 그리고 등산용 스틱까지 한국에서부터 준비한 일행들은 시작부터 마음가짐이 비장하다.
가파른 초입을 힘들게 오르자 편안한 숲길이 펼쳐진다. 길 양쪽으로 펼쳐진 숲과 시내 그리고 물에 빠진 하늘마저 싱그럽게 반짝반짝 빛난다.
1시간이 넘게 두 번의 가파른 경사길을 넘자 그림 같은 풍경이 여행자의 눈앞에 드리워진다.
오전 내내 내리던 비가 그치자 장엄한 뭉게구름이 머리 위에서 넘실거리며 여행자를 축복한다.
평평한 바윗길을 40분 넘게 걸으니 저 멀리 시루떡 잘라 놓은 듯 반듯하세 잘린 넓적 바위인 프레케스톨렌이 보이기 시작한다.
설렘과 긴장으로 한발 한발 걸어 마침내 정상에 도착하자 여기저기서 여행자들의 탄성이 쏟아진다.
비현실적인 풍경에 내가 지금 여기에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은 듯 여행자들은 시간을 잊은 채 오랫동안 풍경을 즐기며 자신을 잊어간다.
여행은 어쩌면 복잡한 자신을 잠시 놓고 무아지경을 경험하는 것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