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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Aug 18. 2020

끝나지 않는 인생의 고단함

괴테하우스

프랑크푸르트 시내중심지에 있는 괴테하우스를 방문하면 여행자들은 예상하지 못한 규모와 장식에 놀란다. 단순한 외부장식과는 달리 달리 안으로 들어서면 화려하고 섬세한 장식들이 층마다 가득하기 때문이다.


괴테의 아버지는 왕실 변호사로 귀족은 아니었지만 평생 괴테가 생활비를 벌지 않아도 될만큼 부유했다.



괴테하우스 1층에는 <푸른방> 이라 불리는 화려한 식당과 부엌이 있다.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희귀한 피라미드 피아노가 놓여 있는 음악의 방과 서재 그리고 살롱이 로코코 풍으로 우아하게 꾸며져 있다.


1759년 프랑스가 프랑크푸르트를 점령하였을 때 살롱 옆 서재는 프랑스 총독의 방으로 사용되었다. 예술을 사랑한 총독은 집으로 예술가들을 불러들여 공연하도록 했기 때문에 괴테는 일찍부터 예술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괴테하우스 3층에는 괴테가 태어난 부모님의 방과 여동생의 방 그리고 미술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갤러리가 있고 4층에 올라서야 비로소 괴테의 작업실과 방을 볼 수 있다.



괴테의 가족은 합주를 할 정도로 음악에 능했으며 동시대의 미술작품을 사들여 전시할 정도로 미술에 조예가 깊었다. 또한 수백 권의 책을 보유한 서재를 보면 세기를 뛰어넘는 예술가가 탄생하기 위해 어떤 가정환경이 있어야하는지를 괴테의 생가를 방문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감할 수 있다.


 

괴테 하우스에서 가장 눈에 뛰는 것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썼던 괴테의 작업실이다 . 작업실의 책상 앞 벽에 는 로테의 실루엣이 있다. 소설에서 베르테르는 로테가 결혼하자 이것을 치우려고 하지만 못 치운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그는 다음과 같은 편지를 남기면서 자살한다.



정든 실루엣 로테여.
이것을 마지막 추억으로 남깁니다.
소중히 간직해주세요.


오늘날 <베르테르 효과>라고 불리우는 소설의 영향력은 당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했다. 수 많은 젊은이들이 이 소설을 읽고 베르테르와 같은 복장을 하고 베르테르처럼 오른쪽 눈에 권총을 쏘아서 자살했다.


이러한 현상은 당시의 시대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기도 했다. 프랑스 혁명과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계몽주의 시대를 산 당시 사람들에게 자기 생명의 주인은 신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라는 생각들이 널리 퍼져 있었다.


또한 사회 곳곳에 혁명적인 변화가 빠르게 일어났으며 이로 인해 인간의 감정에 대한 솔직한 표현이 가능해지면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소설이 나올 수 있었다.    

    

괴테는 1749년 8월 28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났다. 왕실 변호사인 아버지와 프랑크푸르트 시장의 딸인 어머니 사이에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가정교사를 7명 이상 채용하며 괴테에게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비롯하여 불어와 영어 그리고 이탈리아어를 교육시켰으며 음악과 회화를 교육시켰다.


풍족하고 교양 있는 교육을 받은 괴테는 어린 나이에 신년 시를 써서 조부모에게 선물할 정도로 성장의 속도가 빨랐다. 법률가가 되라는 부모님들의 권유로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지만 괴테는 그의 첫 희곡인 <연인의 변덕>을 세상에 선보이며 문학 활동을 시작했다.


대학을 졸업한 괴테는 스트라스부르에서 법률 사무소의 견습생으로 일하면서 샤를로테 부프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녀가 약혼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마음을 접고 프랑크푸르트로 돌아온다.


얼마 후 스트라스브루에서 장문의 편지가 왔는데 그 속에 자신이 아는 예루살렘이라는 친구가 유부녀와 사랑에 빠져 끝내 권총 자살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그는 샤를로테와의 가슴 아픈 사랑과 금지된 사랑 끝에 권총 자살한 친구의 이야기를 엮어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소설을 세상에 내어 놓는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괴테를 한번에 유명인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 소설은 괴테에게는 많은 고통을 안겨 준 작품이기도 하다.


당시 많은 독자들은 소설을 실제의 상황으로 인식하고 소설에 나오는 사람들을 추적하고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실제 인물들을 미워하고 사랑하기도 했다. 또한 이 소설을 보고 많은 젊은이들이 모방 자살하는 것이 유행이 되었다.


하루 빨리 이 소설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괴테는 1775년 바이마르의 공작인 아우구스트에 요청에 의하여 바이마르로 이주하여 평생을 이곳에서 살았다. 바이마르 생활의 처음 10년간은 궁정의 정무를 담당하며 내각수반으로서 치적을 쌓는 한편 광물학과 해부학 등의 연구에도 정진하여 많은 성과를 보였다.



1781년 괴테는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난다. 당시 이탈리아는 모든 예술가의 이상향이었다.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회화 조각 건축물들이 넘쳐났으며 문화적 성취도 다른 지역보다 월등했다.


그래서 당시 영국과 프랑스의 고위 자녀들은 이탈리아로 여행을 다녔으며 그 속에서 배운 것을 자기 나라로 가져와서 자신들의 나라가 이탈리아가 되기를 원했다. 이를 당시에 <그랜드 투어>라고 불렀다.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괴테는 남부의 밝은 자연과 고대 미술을 접하면서 질풍노도의 시대를 끝내고 고대의 내용을 바탕으로 독일 고전주의 문학을 완성한다. 그 대표작이 <빌헤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이다.


바이마르로 돌아온 괴테는 <이탈리아 기행>을 완성시키고 스물 네살부터 프랑크푸르트 집에서 <파우스트>를 집필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는 죽기 한 해 전에 <파우스트>를 완성한다.



<파우스트>는 1부와 2부로 이루어지며 1부는 사적인 영역에 관한 인간을 다루고 있으며 2부는 공적인 영역에 관한 인간을 다루고 있다. 괴테는 이 소설을 통해 인간을 둘러싼 가장 중요한 삶의 가치들을 모두 다루고 있다.


간략하게 <파우스트>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는 신을 닮은 인간을 타락시켜 신의 콧대를 납작하게 해주겠다는 생각으로 신과 내기를 제의한다. 반면 신은 자신의 창조물인 인간은 그런 일이 없으며 그런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인간은 올바른 길로 간다고 믿으며 내기를 수락한다.


내기를 한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는 많은 학문적 성과를 이루었지만 삶의 진정한 가치를 알지 못하는 파우스트에게 접근한다. 그리고 젊음의 약을 권하며 다시 젊어져 모든 인생의 향락과 희망을 체험하고 만족스러운 순간 자신의 영혼을 가져가도 좋다는 약속을 받아낸다.


젊어진 파우스트는 자신의 욕정에 빠져 처녀 그레트헨의 순결을 빼앗고 오히려 그녀를 범죄자로 감옥에 가둔다. 하지만 양심의 가책을 받고 감옥으로부터 그녀를 구출한다.


이후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온갖 욕망과 희망을 체험한 파우스트는 모든 일에 공허감을 가진다. 그리고 헛된 욕망과 희망 때문에 악마에게 영혼을 판 것을 후회한다.   


나이가 들어 실명한 파우스트는 인생의 참된 행복은 사적인 욕망보다는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일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전쟁에 공을 세워 황제로부터 하사 받은 넓은 영토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며 개간사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악마는 그 영토에 파우스트의 무덤을 파게한다.

개간사업이 완성될 무렵 파우스트는 자신의 무덤을 파는 인부들의 삽 소리를 들으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매일 매일 정복한 자만이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이것이 나의 결론이다.
이 자유로운 곳에서 자유로운 민중들과 함께 하리라.
이 순간에 말하리라.
멈추어라, 너는 참으로 아름답구나!


이 이야기를 들은 메피스토펠레스는 신이 나서 약속한 대로 파우스트를 묻으라고 이야기한다. 파우스트가 만족한 순간 죽을 것이며 그때 영혼을 가져가겠다는 악마의 계략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이때 천사들이 나타나 파우스트를 데리고 가면서 이렇게 말한다.


그는 고귀한 몸이 되었으며 구원 받았다.


괴테는 장대한 그의 소설 <파우스트>를 통해 스스로 실명이 되어 스스로 자신의 무덤을 파는지도 모르면서 그 일에 만족감을 가진 인간의 한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계몽의 시대에 살았던 괴테는 당시 시대정신인 이성이 항상 인간의 삶을 가치 있고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경고하고 있다. 실제 괴테가 죽고 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성을 가진 인간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일으키며 수천만명을 학살하는 고통의 나락으로 빠졌다.


<파우스트> 통해서 괴테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인간의 삶은 시련의 연속이지만 사람들이
자신의 사명에 맞게 방향을 잃지 않고 살아간다면
그 속에 사랑과 구원이 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아파하고 죄를 짓기도 하지만  조차도 신의 경지에서 보면 
진실된 인간 
세상에 대해 사랑을 품은 
인간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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