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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봉기 Sep 01. 2020

돈키호테 여행 루트

살아서는 미쳤지만 정신이 든 채 죽었다.

<돈키호테>는 노벨 연구소가 선정한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소설로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의 광장 한 가운데에 동상이 있다.


원래 이 곳은 다른 도시들과 같이 스페인을 통일한 이사벨 여왕의 동상을 세우려고 하였으나 국민들의 반대로 그 계획이 무산되고 돈키호테 동상이 들어섰다고 한다.


스페인 광장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돈키호테>를 집필한 세르반테스의 고향인 알칼라 데 에나레스가 있다.

대학도시로 알려진 있는 이 곳에 있는 그의 생가를 방문하면 그와 그의 가족들이 사용했던 식기와 가구를 볼 수 있으며 돈키호테의 스케치 등 그의 흔적이 담긴 다양한 물품을 감상할 수 있다.



다시 차를 타고 조금 내려가면 엘 토보소라는 마을이 나온다. 소설 속, 돈키호테가 공주로 생각한 둘시네아 집이 이 곳에 있다. 새하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 안을 자유롭게 거닐다 보면 박물관으로 꾸면진 둘시네아의 집을 만날 수 있다.



둘시네아는 돈키호테가 기사로서 충성해야 하는 가상의 공주이다. 당시 기사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헌신해야 하는 여성 또는 공주가 있어야 하는데 이는 당시 중세시대 기독교 문화에서 유래된 것으로 여성 또는 공주는 <성모 마리아>를 상징하며 평생 헌신해야 하는 대상으로 여겼다.   


하지만 둘시네아는 당시 창녀의 대표적인 이름으로 <달콤한 꿀>이라는 조롱의 의미를 가진 이름이다.


소설에서 돈키호테의 명령을 받은 산초는 돈키호테의 편지를 가지고 둘시네아 공주를 찾아가지만 그 가상의 공주란 현실에서 보통 남자 이상의 여장부였다. 이를 보고 놀란 산초는 오히려 돈키호테에게 둘시네아가 마법에 걸렸다며 자신을 3천 대의 채찍으로 때려서 공주를 구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집안으로 들어가 자신을 때리는 척 하며 나무를 때린다. 그 때 나오는 가짜 비명소리와 채찍소리로 산초는 돈키호테를 속이며 놀려먹는다.


둘시네아 집을 방문하고 나서 다음으로 방문해야 하는 곳은 라만차 평원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차마을 콘수에그라이다.



완전히 시골마을인 콘수에그라에 도착하여 구불구불한 오솔길을 오르면 줄지어 늘어선 하얀 풍차를 만날 수 있다. 끝없이 펼쳐진 황토색 평원 위로 우뚝 솟은 10개의 하얀 풍차와 푸른 하늘이 동화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소설속에서 돈키호테와 산초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산초야 저길 좀 보아라.
서른 명도 넘는 흉악한 거인들이 서 있다.

주인님, 저것들은 거인이 아니라 풍차입니다.


풍차를 거인으로 착각한 돈키호테가 무장을 한 채 그의 애마 로시난테를 타고 달려드는  모습은 소설을 읽지 않은 이들도 알고 있을 만큼 유명한 장면이다.


콘수에그라는 라만차 지방의 아름다운 평원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으로 노을이 질 때가 특히 좋다.


라만차 지방의 아름다운 평원을 감상하고 다시 차로 40분 정도 이동하면 푸에르토 라피세라는 마을이 나온다.



작고 한적한 시골마을인 이 곳을 방문하면 황토 빛 기와와푸르고 하얀 회벽으로 만든 집들이 청량감을 더한다. 이 곳에 소설속에서 돈키호테가 묵었던 여관인 <벤타 델 기호테>가 있다.


여관 2층에는 소설에 관련된 여러가지 물품과 사진 그리고 원고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또한 돈키호테의 구절을 새겨 넣은 타일장식을 볼 수 있다.


돈키호테가 모험을 했던 <라만차> 지방은 당시 매우 건조한 땅으로 한 때 유태인과 이슬람인 등 이교도 인들이 많이 살았던 땅으로 <더러운 땅>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또한 돈키호테라는 이름의 <돈>은 남자에 붙이는 존칭이고 <키호테>는 남자의 허벅지 보호대라는 뜻을 가진 단어로 남성의 심볼이 굉장히 흥분된 상태라는 의미이다. 소설이 시작되는 지역과 주인공의 이름 둘 다 매우 조롱적인 말이다.


<돈키호테>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7세기경 스페인의 라만차 마을에 사는 한 신사가 한창 유행하던 기사 이야기를 너무 탐독한 나머지 정신 이상을 일으켜 자기 스스로 돈키호테라고 이름을 붙이며 기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기사가 되려고 마음먹은 돈키호테는 그 마을에 사는 뚱보로서 머리는 약간 둔한 편이지만 수지타산에는 빠른 소작인 산초 판사를 시종으로 데리고 기사수업에 나아간다. 그리고 환상과 현실이 뒤죽박죽 된 기상천외한 사건을 불러 일으킨다.


그는 기사 수업 중 들렀던 여관을 성이라 생각하고 여관 주인을 성주라 여기며 성주에게 서품을 받아야 기사가 된다고 우긴다. 결국 여관 주인으로부터 서품을 받았다.

기사가 된 돈키호테는 비루하고 야위었다는 뜻을 지닌 말 <로시난데>를 타고 길을 가던 중 풍차를 만난다. 이 때 돈키호테는 풍차를 거인이라 생각하여, 산초가 말리는데도 듣지 않고 습격해 들어간다.


그 결과 말과 더불어 풍차의 날개에 떠밀려 멀리 날아가 떨어져 버린 돈키호테는 이를 마술사 플레톤이 거인을 풍차로 탈바꿈시켜 놓은 것이라 이야기하며 투덜거린다.



계속되는 모험에서 돈키호테는 지나가는 양떼를 군대라 우기고 세숫대야를 황금투구라 생각하였으며 죄수를 호송하는 관리를 만나 그들과 싸워 죄수를 풀어주지만 그 죄수들에게 몰매를 맞기도 한다.


소설의 말미에 돈키호테와 수 많은 모험을 거친 산초가 돈키호테에게 호의를 베풀었던 귀족에 의해 마침내 자신이 꿈에서 바랬던 바라타리아 섬의 영주가 된다.


이 때 돈키호테는 이성을 찾으며 산초에게 재판을 할 때 부자보다는 가난한 자의 편에 서야 하며 그렇다고 가난한 자의 입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정의를 지켜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원수를 재판할 때는 사람보다는 사건에 집중해야 한다는 등 여러 가지 조언을 한다.


이후 산초는 그 섬을 양심으로 통치하며 섬을 유토피아로 만들어 갔다. 하지만 이를 시기한 귀족의 공격으로 8일만에 섬을 빠져 나온다.


이는 가진자들은 자비를 베풀지만 자신에게 해가 되면 가차없이 버린다는 사실을 풍자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돈키호테는 바르셀로나 해변에서 기사로서의 마지막 결투를 벌이지만 참혹하게 패배한다. 결국 돈키호테는 기사를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고향으로 돌아온 돈키호테는 우울증을 앓으며 병석에 눕게 되자 정신이 돌아왔다.   


그는 자기가 잘못했던 모든 사람에게 용서를 빌고, 친구들과 친척들에게 자기의 재산을 골고루 나누어 준 뒤 죽으려 한다. 이에 산초는 돈키호테에게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세상에서 가장 큰 죄악은 생각 없이 죽는 것이며
아무도 죽이지 않는데 슬픔 때문에 죽는 것이다.


그러나 돈키호테는 결국 조카에게 마지막 남은 유산을 남기며 기사소설을 좋아하는 남자와 사귀면 모든 유산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유언을 하면서 죽는다. 그의 묘비명은 다음과 같다.


살아서는 미쳤지만
정신이 든 채로 죽은 사나이가
여기 잠들다.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를 집필한 시대의 스페인은 대항해시대로 막강한 무력과 식민지에서 들어온 엄청난 부로 권력자와 상인들은 최고의 부자가 되었다. 하지만 평민들은 극도로 가난하게 살며 신과 세상을 원망했다.


또한 전 유럽에서 종교개혁이 시작되면서 독실한 카톨릭 신앙 국가인 스페인은 광기의 종교재판을 통해 누구든 기존의 왕권과 종교에 반대하면 가차없이 죽여 버렸다. 이성은 광기로 덮여 있었고 종교는 인권과 자유를 억압하는 시대였다.


이런 시대에 소설 <돈키호테> 는 미친 사람이 미친 소리를 한다는 조건을 달며 통렬한 사회비판을 하였다.


<돈키호테>의 저자 세르반테스는 광기의 마녀재판괴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사회를 통렬히 비판하면서도 산초를 통해 너와 내 것이 없이 사는 유토피아를 꿈꾸었다.


또한 그는 누구나 꿈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설혹 그 꿈이 실패하여도 그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자신의 운명과 삶이 완성된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하였다.


이게 나의 가는 길이다.
희망조차 없고 또 멀지라도, 멈추지 않고, 돌아보지 않고오직 나에게 주어진 이 길을 따를 뿐이다.


그의 소설을 사랑한 마르크스는 사람의 본질은 그의 태생이나 생각에 의한 것보다는 행동에 의해 결정된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본질적으로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사람의 인격이 결정된다고 이야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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