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생미셸 가는 길 70화
[대문 사진] 클로드 모네가 잠들어 있는 지베르니 교회. 마침 찾아간 날 누군가의 장례미사가 거행되고 있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림이 병든 마음을 치유하게 만든다더니 이 경우엔 마음을 더욱 심란하게 만들었다. 여름 해는 아직도 기울어지려면 멀었다. 이쯤에서 모네의 무덤을 찾아가는 것이 현명하리라.
왔던 길을 거슬러 다시 걸어간다. 길가의 집들은 제각기이면서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러다 보니 걸어가는 길조차 산뜻하기만 하다. 어느 건물 앞 정원에 펼쳐진 파라솔이 인상적이다 싶어 가던 길을 멈추고는 파라솔 아래 앉아 에스프레소 한 잔과 물 한 잔을 주문한다.
화장실을 가려고 건물 뒤편으로 갔다. 그러자 녹슨 자전거 한 대가 눈에 띄었다. 파라솔과 자전거! 모네가 잠든 교회 묘지를 향해 길을 걸어가다 발견한 놀라운 색감이었다. 파라솔은 주황빛으로 오후를 향해 타오르는중인데, 자전거는 녹슨 채 지친 모습으로 한 구석을 차지하고 들어 누워버렸다.
커피 값을 치르자마자 모네의 무덤을 향해 다시 발걸음을 뗀다. 한 겨울 촉촉이 눈 내리는 날에 걸어가도 전혀 쓸쓸할 것 같지 않은 길 끝에는 모네의 장례식이 거행된 교회가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모네의 무덤은 교회 뒤편 공동묘지로 향한 계단 오른편에 자리 잡고 있다. 방문객이 놓고 간 꽃다발 탓에 무덤 위 덮개는 가려졌지만, 묘석 앞 각진 정면부에 붙어있는 대리석 판석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져 있다.
“1840년 11월 14일 파리에서 태어나 1926년 12월 5일 지베르니에서 숨을 거둔 경애하는 클로드 모네 여기 잠들다.”
경애하는(Bien aimé)이란 표현은 묘석에 씌어진 마지막 문구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라는 말처럼 구슬프고도 애잔한 음조를 띠고 있는 것만 같다. 그는 이미 사자의 몸이 되었지만, 그의 작품들이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기에 많은 이들을 무덤에까지 찾아오게 만들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묘비를 한참동안 바라보다가 묘석 옆에 피어난 노란 들꽃 한 송이를 꺾어 방문객들이 놓고 간 화환 위에 얹어놓는다. 그 순간 클로드 모네는 살아생전에도 행복했지만, 죽어서는 더 행복한 보기 드문 예술의 성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