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르노가 들려주는 노르망디 왕국 이야기 47화
[대문 사진] 갈매기(maôve), 에트르타 [1]
어업과 관련하여 스칸디나비아 어에 기원을 둔 노르망디 어는 아주 풍부할 뿐만 아니라 그 기여도 또한 아주 특별해 보입니다. 왜냐면 그와 같은 어휘들이 사용되었다는 것은 곧 바이킹들이 연안 자원을 폭넓게 개발하고 이용했다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여기 어업과 관련한 장소를 뜻하는 어휘들을 열거하자면, ‘그륀느(les grunes)’(스칸디나비아 어 grúnnr에서 온 말로써 물이 얕은 곳, 즉 여울이란 뜻)는 아주 예외적으로 발견되는 암초가 도사린 깊은 물살을 가리킵니다. ‘울르(les houlles)’(스칸디나비아 어 hol에서 온 말로써 구멍이란 뜻)는 바위에 난 구멍을 뜻합니다. ‘에스트랑(l’estran)’(스칸디나비아 어 strönd에서 온 말로써 해안 또는 모래톱이란 뜻)은 축축한 모래톱을 가리키죠. ‘회오(fiot)’나 ‘에브(ebbe)’란 말은 밀물과 썰물을 뜻합니다. 앞의 단어는 스칸디나비아 어인 flóð(조수, 밀물)에서 왔지만, 뒤의 단어(아마도 스칸디나비아 어의 파생어일 수 있습니다)는 저지대 지역의 독일어나 네덜란드어에서 온 말입니다. 레 바그les vagues(vágr에서 온 말, 파도란 뜻의 같은 의미)나, 라 울르la houle (hola, 움푹 파인 곳이란 뜻)나,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단어인 레 무에뜨les mouettes (már, 복수는 mávar, 두 단어 모두 갈매기란 뜻의 같은 의미) 등의 용어들은 이미 오래전에 프랑스어로 굳어진 어휘들입니다. 이밖에도 열거하자면 그 예는 끝이 없습니다.
수산물과 관련한 어휘들 또한 수없이 등장합니다. 생선 가운데 ‘hâ’(상어의 일종이거나 물개)라는 말은 스칸디나비아 어 hár(상어)에서 비롯했습니다. 프랑스 어로 그대로 굳어진 경우를 살펴보면, 검정 대구 le lieu(lýr), 명태le colin(kolí), 갈치l’orphie(hornfiskr) 같은 용어가 있습니다.
갑각류 중에는 ‘우베(houvet)’(대서양에서 잡히는 덩치 큰 게)는 스칸디나비아 어인 hófr(말굽)에서 온 말로 갑각류 형태를 암시해 줍니다. 프랑스 말로 굳어진 경우는 게(crabe, krabbí)와 바닷가재(homard, humarr)가 있습니다.
조개류 중에 ‘flie’(따개비)는 덴마크의 페로 군도에서 쓰는 말인 fliða에 상응합니다. 저지 섬에는 ‘vlicots’라는 말이 통용되고 있는데, 이 말은 나선형의 경단고둥(les bigorneaux)을 가리키는 말로써 덴마크 어인 vrikke(‘똘똘 감싸다’란 뜻)를 떠올리게 만듭니다.
해초 역시 연안에서 수확하는 수산물의 한 축을 이룹니다. 바이킹들은 밭을 비옥하게 하기 위하여 해초들을 거둬들였죠. 그들은 우리에게 해초를 지칭하는 용어로 두 개의 어휘를 물려주었습니다.
하나는 이미 프랑스 어로 바뀐 르 바레쉬(le varech : 바닷가 모래밭에 밀려드는 갈색모양의 해초)인데, 스칸디나비아 어로 [v]reki 또는 vág-rek[í]에서 온 말이며, 글자 그대로 ‘파도에 밀려든 것’을 가리킵니다. 다른 하나는 르 ‘땅공(le tangon)’으로 다시마속에 속하는 해초를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저지와 건지 섬에는 아직도 ‘브랙(vraic)’ 또는 ‘브렉(vrec)’이라는 말을 쓰고 있는데, 이 ‘브랙퀴르(vraicquir)’라는 동사는 해초를 긁어모으는 것을 가리키죠. 이 말의 파생어인 ‘브랙피쉬(vraicfish)’란 말은 과거에 ‘브라(vras)’라 불리는 단애 수심 얕은 곳에서 잡히던 물고기를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다시 어업에 관한 어휘로 돌아가면, 고래잡이 어업활동과 관련된 독특한 어휘들은 거의 전부에 해당할 만큼 절대적으로 스칸디나비아의 어의 영향을 받은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망슈 해협은 13세기까지만 해도 거의 모든 종류의 고래들이 들락날락하던 곳이었습니다. 이를 증명하듯 연안에는 항상 고래가 출몰했기 때문에 망슈 해협을 노르망디의 그린란드라 불렀죠. 그린다흐발루(grindahvalur)라 불리는 페로 군도에서는 아직도 고래를 사냥하고 있습니다.
이 시대를 증언하는 수많은 기록 가운데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은 마흐무티에흐(Marmoutier) 수도원에서 작성한 기록문서라 할 수 있습니다. 문서에는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에오빌(Héauville) 항구(코탕탱 지역 북쪽에 위치해 있음)에 사는 주민들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수도원에서 필요한 고래들을 잡으려고 주민들은 거의 노예상태에 처해있었다고 증언해 주고 있습니다.
“수도사들은 이 거대한 물고기를 그들이 쓰는 말로 크라스푸아(craspois)라 불렀다. 주민들은 이 큰 물고기를 포획하기 위하여 소집된 장소로 발길을 재촉했다. 주민들은 아이들이 그 거대한 물고기 조각들을 건드리지 못하도록 조치하였고 서둘러 물고기 조각들을 에유빌(Helleville) 수도원 숙소로 옮겼다.”
[1] 갈매기(maôve), 에트르타. 생토프 사진. 환경 보호를 위한 시모에 문화센터. 레 그랑드 달르.
[2] 이 채색삽화에는 요나와 고래 이야기를 담은 삽화에 바이킹들이 타고 다녔던 배가 그려져 있습니다. © 아브랑슈 시립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