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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킹의 언어

장 르노가 들려주는 노르망디 왕국 이야기 58화

by 오래된 타자기

[대문 사진] 룬 문자가 새겨진 선돌


우리는 10세기 중반까지 바이킹들이 그들의 언어를 사용했다는 확실한 증거를 갖고 있지 않지만, 만일 940년에 뒤동이 들려준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바이킹들이 그들의 언어에 얼마나 집착해 있었는지를 다음과 같은 일화에서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즉, 기욤 롱그 에페(긴 검을 찬 기욤)는 보똥을 신임하고 자신의 아들을 바이외에 데리고 갈 것을 지시했죠. 이는 조상의 언어를 습득하게 하기 위한 처사였습니다. 그것도 유창하게 말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게 함이었죠.


“왜냐면 루앙보다는 바이외가 로만어의 웅변술보다는 덴마크 어(la dace)에 입각한 능변을 더 선호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브누아 드 생 모흐는 기욤이 거주하던 루앙에서는 그 어느 누구도 ‘덴마크 어(la danesche langue)’로 서로의 의사를 주고받는 일은 없었다고 증언해주고 있습니다.


143 - La Pierre au Roy.JPG 루아(Roy)의 선돌[1], © 장 르노 사진.


144 - Copie de la pierre.JPG 911년을 기념하여 덴마크가 루앙 시에 기증한 젤링의 룬 문자가 새겨진 선돌 복제품. © 장 르노 사진.


바이외가 루앙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스칸디나비아 어가 통용되던 지역일 수 있었던 까닭은 브쌩 지역에서 가장 늦게 프랑크(프랑스) 화가 이루어진 지역이 바로 바이외였기 때문입니다. 놀랍게도 루무아 지역보다는 브쌩 지역이 훨씬 더 집중적으로 스칸디나비아 인들의 정주가 이루어진 곳이라는 점에서(이곳의 지명들을 고찰해 볼 때) 그와 같은 해석이 가능합니다.


이는 또한 브쌩 지역이 지속적으로 새로운 스칸디나비아 인들과 앵글로-스칸디나비아 인들의 정착을 받아들였다는 점도 설득력 있게 반증합니다. 실제 이곳에서는 스칸디나비아 어가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었죠. 또한 이 지역은 11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가장 고립된 지역이어서 스칸디나비아 어가 지속적으로 그들의 일상 언어로 자리 잡아갔습니다.


분명한 것은 스칸디나비아 어가 점점 그 세력을 확장해 갔다는 사실입니다. 아직도 그 흔적이 남아있는 노르망디 지방에서만큼은 스칸디나비아 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훨씬 더 편리할 수 있었던 것이죠. 이 지역의 말씨를 통해 볼 때, 통사적이고도 형태적인 구조와 체계는 전혀 바뀌지 않았음은 물론, 음성적인 구조도 불변했습니다. 그러니까 모든 어휘가 다 차용되었던 셈입니다.


왜냐면 지역 주민들 입장으로서는 개념이나 신기술을 정의해야 할 때, 그들이 사용하던 언어가 더 편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휘들은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따라서 그들이 사용하던 어휘들은 지속적으로 존속하면서 반복적으로 활용될 충분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죠.


이는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어휘들 가운데 상당수가 노르망디 방언에 온전히 존속하고 있다는 사실과 노르망디에서 통용되고 있는 프랑스 어에 그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음은 물론, 아직까지도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좋은 예에 속합니다.


예를 들어 ‘활르(fale)’(스칸디나비아 어인 falr에서 온 단어로 원래 창끝에 꽂힌 부분에 난 구멍이란 뜻)는 가슴 혹은 새의 목울대(소리를 내는 부분)나 목구멍을 가리킵니다. ‘활뤼(fallue)’(일종의 묵직한 둥그스름한 빵)에서 파생한 ‘[d]éfalé’(노골적으로 가슴과 어깨를 드러낸 이란 뜻을 지닌 décolleté), 또한 ‘avoir la fale basse’(굶주린 상태)라는 표현이 이에 해당합니다. 하얗게 얼린 상태를 뜻하는 ‘rimée’ 역시 hrím(같은 의미)에서 파생한 단어이며, ‘sentir le mucre’란 표현에 자주 등장하는 ‘nucre’란 단어는 곰팡이, 축축한 곰팡이가 핀 이란 뜻인데, 이는 스칸디나비아 어인 mygla(같은 의미)에서 파생한 단어죠. 아마도 mykr(거름)과 혼동해서 쓰인 듯합니다.


동사들을 좀 더 예로 들면, 울다란 뜻의 ‘ouiner’라는 동사는 veina(신음하다)란 말에서 왔고, 토라지다란 뜻을 지닌 ‘muler’란 동사는 múlí(아가리)라는 단어에서 파생했으며, 상처를 입히다 또는 손상하다란 뜻인 ‘mincher’란 동사는 mínnka(줄이다)라는 단어에서 파생했고, 괴로운 생활을 질질 이어가다 또는 시간을 낭비하다란 뜻의 ‘launer’란 동사는 아마도 lúínn(피곤한)이란 단어에서 파생했을 것입니다.


반면 명사의 경우 과거 노르망디 방언이 그대로 프랑스 어로 굳어진 경우도 있습니다. 한 예를 들면, 스칸디나비아 어인 veðrvítí(같은 의미)와 일치하는 ‘바람개비(giroutte)’란 명사는 노르망디 방언 ‘wirewite’에서 파생했습니다. 저지 섬에서 사용하고 있는 ‘viroutte’란 명사도 이에 해당합니다.


오늘날 혼란의 의미에서 활용하고 있는, 또한 악의 없이 말할 때 속임수, 사기 협잡의 의미를 뜻하는 단어로 쓰이는 ‘무질서(gabegie)’란 명사는 스칸디나비아 어의 동사인 gabba(조롱하다)란 어휘에서 파생했습니다. 1080년경에 씌어진 「롤랑의 노래」에 표현된 ‘gaber’란 단어가 이 경우에 속합니다.


‘동성애자(gouine)’란 여성명사는 흔히 통속적으로 사용하는 동성애를 즐기는 여자(레즈비언)라는 뜻으로 사용하기 이전에 갈보를 뜻하는 말로 쓰였는데, 이 역시 스칸디나비아 어인 kvínna(여자)란 말에서 파생했습니다.


이외에도 스칸디나비아 어에서 파생한 프랑스 어로서는 ‘누더기(guenille)’(누더기)와 ‘못 생긴 여자(guenon)’(원숭이 또는 못 생긴 여자를 뜻함)란 단어가 있습니다. 15세기에 활용된 이 단어에 대한 남성형은 아주 익살스러운 표현으로 선원에게 잘못 붙여진 ‘호모(gouin)’란 단어도 존재합니다.


형용사들의 경우에는 ‘부자연스럽게 꾸민(mièvre)’이란 단어가 있습니다. 이 말은 오늘날 티를 내는, 태깔스러운 이란 의미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13세기에는 장난기 있는 이란 의미를 띤 ‘esmièvre’ 또는 ‘nièvre’라는 형태로 활용되었습니다.


이 형용사 역시 스칸디나비아 어인 snœfr(생생한, 억센)이란 말에서 파생한 단어죠. 거만한, 건방진 뜻을 지닌 ‘rogue’란 형용사 역시 hrókr(같은 의미의 명사)에서 파생했습니다.


추잡한, 방탕한 이란 뜻을 지닌 ‘난잡한(égrillard)’이란 형용사 역시 스칸디나비아 어인 skríðla(미끄러지다)란 동사에서 파생했습니다. 이 같은 의미에서 활용된 ‘escriller’란 형태의 어휘가「루의 이야기」에서도 등장합니다.


다시 동사들을 살펴보면, ‘유감이다(regretter)’란 동사는 gráta(눈물을 흘리다)란 말에서 파생했는데, 11세기에 죽음을 슬퍼하다란 의미에서 사용된 gretta(눈살을 찌푸리다)란 단어에서 파생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휘두르다(brandir)’란 동사는 brandr(검)이란 명사에서 온 말이며, ‘가슴을 에다(navrer)’란 동사는 nafra(관통하다)란 동사에서 파생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관통하다란 뜻을 지닌 스칸디나비아 어의 첫 번째 의미가 칼로 찔러 상처를 입히다란 뜻이기 때문이죠.


위에 예시한 두 단어는 「롤랑의 노래」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소매하다(débiter)’란 동사는 스칸디나비아 어인 bítí(조각)에서 온 말이고, 옛날에는 나무를 자르다란 뜻으로 사용하다가 15세기 와서는 팔다(vendre)란 의미로 바뀌었습니다. ‘자주 드나들다(hanter)’란 동사는 스칸디나비아 어인 heimta(집으로 데리고 오다, 주장하다)에서 온 말입니다. 르 아브르 사투리에서 보듯, 이 말은 결혼을 내포한 의미로써 교제하다(fréquenter)란 의미로 특별하게 사용되었습니다.


‘비스듬히(de guingois)’란 표현은 틀림없이 스칸디나비아 어인 vingla(뒤섞다)란 말에서 왔거나 vinglaðr(혼란스러운, 얽히고설킨)이란 단어에서 왔을 것입니다. 또한 이상야릇한 모험(연애나 정사)을 즐기러 가다란 뜻의 ‘수상한 곳에 드나들다, 바람을 피우다(courir le guilledou)’란 표현은 kveldúlfr(글자 그대로 ‘저녁의 늑대(loup du soir)’)에서 파생했는데, 밤에 늑대로 둔갑해서 돌아다닌다는 도깨비(loup-garou)란 표현과 일치합니다.






[1] 아그(Hague) 지역에서 발견되는 고인돌은 룬 문자가 새겨진 돌은 아니지만, 기다랗게 수직으로 그은 줄무늬가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간혹 굵거나 얇은 두께로 서로 이어진 줄무늬는 경사진 각도로 그어져 있죠. 줄무늬는 움푹 파여 있거나 두드러지게 강조되거나 해서 부조화스럽기까지 합니다. 분명한 것은 노르망디 지방의 관습에 비추어 볼 때, 룬 문자로 표기한 묘비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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