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생미셸 가는 길 150화
[대문 사진] 훼깡 바닷가에서 바라본 화녜 곶
훼깡을 떠나기에 앞서 기필코 화녜 곶(Cap Fagnet) 언덕에 오르리라, 언덕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리라 다짐한다. 디에프나 에트르타나 훼깡이나 할 것 없이 바닷가 항구도시엔 선원들을 위한 기도소가 언덕에 마련되어 있다. 언덕에 올라서면 도심이 한눈에 내려다보일 뿐만 아니라 장관인 알바트로스 해안의 단애들이 황홀경을 일으킨다. 전망대 구실을 하는 언덕바지엔 그래서 바다를 향한 작은 교회가 자리 잡고 있는데, 이름은 모두 <구원의 성모 마리아 성당>이다.
간밤의 취기가 사그러 들기도 전에 아침 바람의 취기가 한껏 온 신경을 움츠러들게 만든다. 그러나 7월 모란꽃이 피는 계절 훼깡의 오후는 뜨겁게 달아오른다. 해양성 기후가 만든 바람의 취기로 인해 여름마저 써늘한 가을 분위기를 느끼게 하지만, 오후가 되면 여느 곳이나 다를 바 없이 구름 한 점 없는 뜨거운 열기가 온 항구를 집어삼킨다. 시원한 그늘에 차려진 테라스 테이블에 앉아 얼음덩어리를 녹아내리게 만드는 파스티스(그리스, 튀르키예 인들이 애용하는 잔술 음료) 원액이 빚어놓는 우윳빛 액체에 목젖이 따가워질 즈음 온몸도 덩달아 달아올라 정신마저 혼미해진다. 이미 베네딕트 궁전 시음장에서 마신 독주에 온몸이 뜨거워진 상태다.
그러기 전에 언덕에 올라야 하리라. 힘겨워하는 차를 끌고 베네딕트 궁전을 지나 항구를 거쳐 라 꼬뜨 드 비에르쥬(la côte de la Vierge)로 향한 언덕길을 타고 마침내 도심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에 올라선다. 여름철이라 관광객들이 몰고 온 차들로 주차할 곳도 마땅치 않다. 여름엔 되도록 움직일 일이 못된다.
엄청난 물가와 바가지 상술에도 불구하고 텅 빈 도시에 홀로 남아있다는 느낌이 싫어 마지못해 휴양지를 찾는 도시인들로 인해 휴양지 역시 몸살을 앓는 건 마찬가지다. 피서객들은 다 같은 이유 때문에 이곳을 찾았을 것이다. 보는 것도 똑같고 바닷가에서 햇볕에 온몸을 그을리다가 어스름한 저녁때면 어김없이 비린내 진동하는 바닷가 식당을 찾아들어 포도주 한 병에 살짝 상한 생선구이에 삶은 감자를 연신 포크로 내리찍어 누르리라. 옆자리에 앉아 그들의 입가에 녹아내린 버터 자국을 바라볼 때마다 습기 가득한 항구의 여름 저녁은 그나마 음식 맛마저 달아나버린다.
저녁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후다닥 돌아보고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오후가 절정으로 치닫는다. 몰려든 피서객들에 자리를 내준 전망대를 떠나 그들이 우르르 몰려들 피할 곳도 마땅치 않은 선원들을 위한 구원의 성모 마리아 성당(La Chapelle Notre-Dame de Salut)은 너무나 작고 비좁고 앙증맞기까지 하다.
안내판에는 “꼬뜨 드 라 비에르쥬(Côte de la Vierge)라는 부지에 세워진 구원의 성모 마리아 성당은 ‘선원들을 위한 기도처’로 알려져 있으며, 훼깡의 화녜 곶(Cap Fagnet de Fécamp) 북쪽 절벽에 세워져 있습니다. 13세기 이래로 순례자들이 반드시 거쳐 가는 장소로 유명합니다.”라 적혀있다.
“구전에 따르면, 이 작은 기도처는 난파선에서 살아남은 노르망디 공작(1027-1035)에 의해 11세기에 설립되었습니다. 13세기에 지어졌지만, 지금은 트랑셒(Transept : 제단을 중심으로 한 좌우 교차 회랑)과 제단 일부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을 뿐입니다. 16세기 신, 구교 간의 내전 시에는 치열한 전투의 현장이기도 했습니다. 전쟁이 격렬해지자 본당의 지붕마저 사라졌습니다. 1790년에 붕괴 위험에 처한 벽들은 배의 돛대로 지탱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다가 1792년 8월 6일 대혁명 직후 제정된 법령 덕분에 대혁명 여파로 인한 교회 건축물이 사라지는 경우만은 겨우 면했습니다. 오늘날 첨탑에서 보는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의 금박을 입힌 조각상은 원래 1902년 도시의 선주가 기증한 것으로 제2차 세계대전 중 1942년 행해진 폭격으로 종탑이 무너지는 바람에 사라졌다가 최근에 복원한 것입니다.”라고 친절하게 성당을 설명해 준다.
성당 내부에 들어서면 그렇듯 고기 잡으러 바다로 떠난 선원들을 위한 기도처가 마련되어 있고, 미사를 드릴 수 있는 제단과 신자석이 있으며, 난파선에서 죽어가는 선원들을 묘사한 미니어처도 전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먼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한 영령들을 기리는 추모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여름 하늘은 파랗기만 한데 내려다보는 바다는 찌뿌듯한 표정이다. 허공에 가득 찬 태양의 열기, 문득 알랭 들롱이 주연한 영화 <태양은 가득히>의 장면들이 떠오르는 날씨다. 그때 푸른 하늘 높이 퍼져가는 구름이 두 눈을 시원하게 씻어준다.
그제서야 고개를 돌려 바다를 내려다본다. 서서히 회색빛으로 변하는 단애에 출렁이는 바다, 모네가 그토록 치열하게 화폭에 담은 바다 풍경이 시선에 가득 잡힌다. 그러자 비로소 바다에 왔다는 느낌이 든다. 비로소 대서양 바닷가에 서있다는 실감마저 든다. 저 바다를 어떻게 마음에 담아야 하는지는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 채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