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화가 마네』 125화
13장 11
(1873-1874)
<인상파 화가 전람회>를 개최하기 위해 최초로 결성된 협동조합의 초창기 멤버는 모네, 드가, 르누아르, 베르트 모리소였다. 가입비는 60프랑이었고 예술가면 누구든지 멤버로 가입할 수 있었다. 협동조합은 훗날 사업에서 거둬들인 이윤을 똑같이 분배하기 위한 목적에서 설립한 것이었다.
마네는 자신이 조합원이란 사실을 항상 꺼려했다. 하지만 동생인 으젠은 달랐다. 마네는 동생이 인상파 화가들과 교분을 맺고 그들과 가까이하자 격분했다. 베르트의 태도 또한 으젠과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마네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일까? 마네는 베르트를 전혀 화가로 생각하지 않았다. 결국 베르트는 마네에게 앙갚음을 하고자 맘먹기에 이르렀다.
나다르의 아틀리에에 전시된 그녀의 작품이 상당히 놀라운 수준이었음을 마네는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신의 작품을 동료들의 작품과 비교해보고자 했던 그녀의 판단은 그런 점에서 옳았다. 동료들조차도 베르트 모리소가 제작한 작품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베르트 모리소는 다행히 탁월한 화가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다른 화가들과는 달리 그녀는 여성이었으며, 아직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그녀의 작품이 전시되지 않고 있었던 상황도 작용했다.
따라서 인상파 전람회에서와 같이 또 다른 장소에서 전시회를 개최하여 그들이 제작한 작품들을 세간에 알려야겠다는 그녀 혼자만의 생각은 지극히 타당한 것이었다. 되풀이 이야기하자면, 그녀는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다른 장소에서 전시회를 개최한다는 발상은 어불성설이었다. 그들의 작업이 지닌 새로운 독창성을 봐줄 또 다른 시선은 존재하지 않았다. 관람객 역시 존재하지 않았다. 믿을 수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비록 관전이 옛날 방식의 미술전람회로 역행하는 일이 있다 해도, 고대 풍으로 회귀해 간다 해도, 심지어는 반동적이기까지 해도, 그 모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다 해도 마네는 오직 관전이 주최하는 미술전람회에 목을 매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곳에서 자리를 선점하고 다른 모든 작가들보다 한 수 위라는 걸 입증해 보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런 마네에게 깜짝 놀랄 만한 뉴스가 전해졌다. 메쏘니에가 드디어 심사위원회 공무원 자리에서 쫓겨나게 된 것이다. 다른 심사위원들이 모두 연대하여 그를 면직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대단한 사건이었다. 마치 그들이 승리한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미술전람회 또한 이제는 마네 주위의 일군의 화가들의 작품을 받아들일 여지가 충분했다! 사실주의 화가들이 대거 관전을 통과할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네는 고전주의 화가로 자리매김된 이상 자신이 그러한 역할을 다할 수 있기를 바랐다. 사후에 자신의 작품을 세인들은 루브르에서 관람하게 될 것이다! 자신이 견인하고자 그렇게 애쓴 이 새로운 예술을 영원히 살아있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마네는 생각했다.
순순히 그에게 자리를 내줄 것이 틀림없었다. 그들의 자리도 주어질 것이 분명했다. 지금 엉뚱한 곳에서 얼쩡거릴 때가 아니었다. “만일 자네가 혓바닥을 내밀면서까지 그들을 놀린다는 가정을 전제하에 그들은 당연히 자네를 거부하는 쪽으로 기울고 말 거야.” 마음 한 구석에서 그들과 대결을 벌일 필요마저 있다는 생각이 꿈틀거리기까지 했다.
비록 티에흐가 집권하고 있는 탓에 예술계 판이 나아지리란 어떠한 희망도 없었지만, 오늘만큼은 기대가 되었다. “모든 정부 기구들을 강력하게 밀어붙여야만 한다네. 공화주의의 신념으로 무장해 있는 관계로 우리의 발전을 위해 정부 기구들을 이용하는 것도 나쁘진 않네.” 그렇듯 마네는 반대 의견을 개진하는 모든 이들에게 공언하기까지 했다. 그들은 마네가 다시 그들과 협력할 것을 애원하면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마네를 끌어당기기 위해 소맷자락을 잡고 늘어졌다.
마네는 초상집에서 여러 차례 베르트와 마주쳤다. 친구들은 물론 모친과 함께 떠들썩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부류가 그녀를 에워쌌다. 나서기 좋아하는 자신의 친동생 또한 매번 불쑥 모습을 나타냈다.
마네는 베르트를 포기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 마네와 베르트는 소리 없이 미소만 교환했다. 서로에 대한 불타는 정념을 주고받기에는 서로 갈마들 듯 시선을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녀로부터 멀어지는 것이 상책이었다. 하지만 마네는 온 마음을 흔들리게 만들었던 그녀의 표정을 아직까지 그림으로 완성하지 못한 상태였다. 간신히 피워 올린 불꽃마저 잿더미에 사그라지고 만 탓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