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화가 마네』 126화
[대문 사진] 에두아르 마네, 아흐장퇴유의 세느 강 풍경, 1874.
13장 12
(1873-1874)
인상파 화가들 전시회 이후로 마네는 점점 더 모네가 좋아졌다. 모네는 허풍이 심할 뿐만 아니라 너무 가난한 화가였지만, 옷 하나만큼은 그럴듯하게 차려입고 다녔다. 마네는 그런 모네를 쥬느빌리에 마을의 크와 데 비뉴 거리에 위치한 마네 집안이 대대로 소유하고 있는 비어있는 집에 거주하면서 작업을 계속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가난하여 도저히 아틀리에를 세 낼 수조차 없던 모네가 자신이 소유한 저택에 기꺼이 기거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마네는 모네가 어떤 작업을 하나 지켜보기 위해 가끔씩 그를 찾아갔다. 그리고 그가 무얼 그리는지 곁에서 지켜보기도 했다.
인상파 화가라고? 이따금씩 마네는 집에까지 모네를 대동하고 나타나서는 하여튼 간에 모네는 인상적이라고 수잔에게, 귀스타브와 으젠에게 반복하여 떠들어대곤 했다. 올여름은 어찌나 더운지 시원한 물속에 푹 잠겨있으면 좋을 정도로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모네는 기꺼운 마음으로 마네의 집안이 소유하고 있는 쥬느빌리에 저택에 기거하면서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쥬느빌리에가 파리 근교에 속해 있었기는 하나, 파리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여서 모네에게는 너무 좋았을 뿐 아니라 시골 분위기도 점차 익숙해져 갔다.
미술전람회가 끝난 뒤로 마네는 모네를 새로운 곳에 기거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모네가 아무 부담 없이 작품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새로운 집을 하나 찾아낸 것이다. 마네가 여름내 머물고 있는 집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었다. 여름 내내 마네와 모네, 둘은 거의 붙어 지내다시피 할 판이었다. 물을 좋아할 뿐 아니라 수면에 비친 그림자놀이에 빠져들기를 좋아하던 모네로서는 물과 떨어져서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는 존재였다.
모네는 마네 집안이 소유한 영지 맞은편에 거주했다. 굽이굽이 흐르는 세느 강 다른 한쪽에 자리한 아흐장퇴유 마을이었다. 모네는 세느 강과 바로 인접한 피에르 기엔느 거리 2번지 건물에 기거했다. 마네와 모네, 이 두 화가는 음악회에 관한 그림을 서로 똑같이 한 번 그려보자고 굳게 약속했다. 말 그대로 두 사람의 이름처럼 아무도 누가 그린 그림인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똑같이 그려보자는 것이었다.
쥬느빌리에에 있는 동안 마네는 그곳으로 친구들 모두를 불러들였다. 그런 까닭에 아름다운 쥬느빌리에란 뜻의 프티 쥬느빌리에(Petit Gennevilliers)에 새로운 이웃도 생겼다. 파리에서 곧 이웃사촌이 될 귀스타브 까유보트였다. 까유보트는 두 눈을 치켜뜨게 만드는 놀라운 작품인 「퐁 드 유럽(Pont de l’Europe)」거리 풍경을 그린 화가였다.
두 화가는 마치 베일에 가려진 비밀 결사 단체에 가입한 사람들처럼 세느 강가에서 거의 붙어 지내다시피 했다. 마네가 까유보트와 함께 지낸 이유는 까유보트가 아무것에도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운 상태에서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마네는 예술 활동을 더욱 활발하게 진행하기 위해 글레낭에 최초로 아틀리에를 개설하기까지 했으며, 그곳에 말라르메와 특히 으젠까지 끌어들였다. 이로써 눈부신 활동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마네, 모네 그리고 까유보트 이 세 사람 말고도 피사로, 휘슬러, 르누아르, 시슬레 등이 합류했다. 그들은 마네와 기꺼이 협업하기를 원했던 화가들이었다.
수잔의 친동생인 루돌프 린호프가 여름 캠프에 참가한 화가들의 모델이 되어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마네의 「아흐장퇴유」 그림 속 모델이 바로 루돌프 린호프다.
여름 내내 마네는 그림 그리는 걸 멈추지 않았다. 캠프에 함께 합류한 친구들이 우글거리는 덕분에 마네는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고, 그림을 그리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 가는 기쁨을 함께 맛보는 아주 고무적인 순간을 즐겼다.
이 시기에 연달아 완성한 그림이 「선상에서」, 「선상 아틀리에서의 클로드 모네」, 「아흐장퇴유 집 정원에서의 모네 가족」 등이다.
이 순간만큼은 각자 자신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가운데 서로 협업하던 화가 인생에 있어서 최고로 멋진 순간이었다. 그렇듯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 용기를 북돋아주던 때가 언제이던가 싶었다. 그와 같이 소중하기만 한 시간들이 펼쳐지는 순간에 그들 모두는 가슴속 깊이 서로의 소중함을 깨달아가고 있었다. 모두 함께 – 모든 것의 일치!
너무도 현대적인 작가들이었던 그들은 서로 코드가 맞았을 뿐 아니라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같았다. 야외에서 그림 그리는 것 말고도 밝은 색조, 원근법의 무시, 직접적이고도 빠르면서도 진지하게 임하는 자세 등 그들은 그 모든 것을 서로 공유해 갔다.
이후에 그들은 또 어떤 모습을 띨 것인가? 그래! 이후의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될 일이었다. 모든 게 잘되어가겠지. 지금 이 순간만큼은 순수하고, 생명력이 넘치며, 아름다운 순간을 즐겨야 할 때다.
매일 아침 그들의 아름다운 삶이 새로 시작되고 있었다. 그 같은 행복한 순간이 여름 내내 계속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아름다운 순간들을 화폭에 담아 갈 것이었다.
[1] 그림 속 포즈를 취하고 있는 남자는 마네의 처남에 해당하는 수잔의 친동생 루돌프 린호프(Rudolphe Leenhoff)다. 여름 별장이 있는 쥬느빌리에(Gennevilliers)에서 마네는 세느 강 건너편에 위치한 아흐장퇴유(Argenteuil)에 몰려든 화가들과 함께 1874년 그 어느 때보다도 무더웠던 여름 내내 야외에서 그림 그리는 걸 즐겼다.
[2] 이 그림 역시 모델이 된 사내는 마네의 처남 루돌프 린호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