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화가 마네』 127화
[대문 사진] 에두아르 마네, 오페라에서의 가장무도회(부분), 1873.
13장 13
(1873-1874)
모네는 작은 배 한 척을 빌려 그 위에다 화실을 꾸몄다. 르누아르가 그들과 협업하려고 아흐장퇴유를 찾아오자 그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서로를 화폭에 담아 갔다. 서로의 모습은 물론이고 아내들, 아이들 심지어는 기르고 있는 온갖 반려동물까지 다 등장했다.
레옹과 수잔은 예술가 친구들끼리의 애찬에 참석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예술가들은 그림 속에 대개가 뱃놀이하는 이들과 뒤섞여 등장하고 있다. 뱃놀이하는 이들은 저속하고 야비할 뿐만 아니라 항상 술에 취한 모습으로 묘사되었다. 그들은 여인네들이 얼굴을 붉힐 정도로 온갖 상스러운 말들을 지껄이기까지 했다.
이 같은 뱃놀이에 마네는 아내나 베르트나 할 것 없이 어느 누구와도 동행한 적이 없었다. 드가는 시골 자체를 좋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여름 내내 이따금씩 화가 친구들을 보러 시골로 내려왔다. 그들과 어울려 그림 그리면서 여름휴가를 즐기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불쌍할 정도로 아주 초라한 행색을 지닌 뒷골목 여자들을 늘 대동하고 다녔다.
어느 날 오후 모네는 정원에서 그림을 그리는 마네의 모습을 화폭에 담는다. 친구들에게 재료를 빌리러 왔다가 르누아르 역시 같은 장면에 끼어든다. 하지만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정원에는 사람의 흔적조차 없다. 모네는 단지 수면에 비친 물그림자로 이를 표현했을 뿐이다.
세느 강변 역시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바람에 열기로 가득 찼다. 1874년의 여름은 그 어느 때보다도 무더웠다. 한 세기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더위였다. 그들의 우정 또한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렬해져만 갔다. 마네는 여름휴가 동안 기진맥진하지 않아도 될 방법을 비로소 깨달은 것 같아 행복하기만 했다.
그들의 다음 전시회에 대한 계획은 또다시 마네와 의견충돌을 빚는 바람에 방향이 완전히 틀어져버리고 말았다. 마네는 절대로 양보하지 않을 것이 틀림없었다. 마네는 절대로 뜻을 굽히지 않는 그들처럼, 자신이야말로 그들의 의향을 거부한다고 고집 피웠다.
여름이 끝나가고 있었다. 열기는 좀처럼 가라앉질 않았다. 오히려 더 강렬해져만 갔다. 그들은 아흐장퇴유와 쥬느빌리에를 오가면서 여름이 끝날 때까지 계속 그림만 그렸다. 그러는 사이 지독한 계절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마네가 인상주의 풍으로 그린 그림조차도 다른 인상파 화가들이 그린 그림과 확연히 구별될 정도로 독특하기만 했다. 마네에게 있어서 제일 큰 요소는 얼굴이었다. 드가가 그러했다. 자연 풍경은 그리 중요하지가 않았다. 마네의 그림들은 전체적으로 약간 어두운 톤이다. 그만의 독특한 본래의 모습 또한 전혀 바뀐 게 없다. 마네는 여전히 저주받은 화가였다.
“당신 같으면 당신 아내를 마네 앞에 포즈 취하게 할 수 있겠소?”
“왜요? 그녀에게 어떤 일이라도 벌어지나요?”
“그가 그녀를 맘대로 할 것이 틀림없소이다. 그녀가 좋은 가정에서 태어났으면, 마네는 더욱 그녀에게 자유분방하고도 해방감마저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온갖 짓을 다 할 것이외다. 그게 뭔고 하니, 그녀 스스로 본래 자신에게 내재한 본능이 어떤 것인지를 전혀 의식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그의 모습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는 관능적 쾌락에 그녀 역시 빠져들게 만들 것이란 말이외다.”
여름휴가 동안 마네는 베르트를 담은 그림으로 오직 조그만 크기의 보라색 꽃다발을 들고 있는 그림을 완성했을 뿐이다. 다른 한 손에는 ‘그녀만의’ 붉은색 부채를(「발코니」에서 들고 있는 부채와 같은) 들고 있다. 또한 부채 아래로는 ‘마드모아젤 베르트…….’라고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크기의 쪽지가 반쯤 접힌 상태로 들려있다. 대단히 박진감이 넘치며 의미심장하면서도 수수께끼 같은 희한한 정물화와도 같다.
마네는 이 그림을 통하여 오직 그녀에게 두 사람 이름에 늘 붙어 다니는 씁쓰레한 느낌만을 전해준 것일까? 베르트는 대체 어떤 상황에 처해 있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