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화가 마네』 186화
17장-10
(1882)
뒤랑 뤼엘은 자신이 소장하고 있던 그림들을 내다 팔면서 또다시 파산위기에 직면했다. 파산은 끈질기게도 집요하게 그를 물고 늘어졌다. 뒤랑 뤼엘은 그와 같은 사실을 르누아르와 모네에게 말하지 않을 수가 없어서 착잡한 심정마저 들었다. 그들이 여전히 일곱 번째 인상파 전시회를 거부하는 태도를 고집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에게 목을 매달고 있는 자신이 갑자기 서글퍼진 탓이었다.
뒤랑 뤼엘은 어떡해서든지 자신이 사들인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들을 처분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이 해에 인상파 전시회는 파리의 생토노레 가 251번지 파노라마 전시장에서 개최되었다. 처음 며칠간 언론이 빈정거리는 기사들을 쏟아냈음에도 불구하고 분위기는 확연히 바뀌어져 있었다. 여전히 재정적으론 실패한 전시회이기는 했으나 다른 때보다는 훨씬 사정이 나아진 모습이었다.
더군다나 처음으로 전시평이 그들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마네는 이를 반겼다.
마침내 때가 도래했다!
마치 조종을 알리는 종소리처럼 그와 같은 말이 마네의 입술에서 맴돌긴 했어도 솔직히 마네는 기뻤다. 그들의 회화가 영원하리라 마네는 기대하고 있었다. 르누아르의 견고한 믿음이 그와 같은 사실을 고무시켰으며, 모네의 탁월한 작품 또한 그 빛을 더해가고 있었다. 퉁명스러우면서 단호한 어조이긴 했으나, 드가 역시 그를 입증하는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명백한 건 이 시대의 예술을 주도하는 이는 꺄바넬[1]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이라네.”
마네는 말라르메가 자신이 기르고 있는 아주 멋진 사냥개인 살라댕에게 흠뻑 빠져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말라르메의 생일에 맞춰 마네는 개를 그린 그림 한 점을 생일선물로 그에게 선물했다. 마네는 이처럼 생애를 통틀어 자신이 기르는 반려동물들을 마치 자신이 나은 자식처럼 여겨 그림까지 그렸다. 마네가 개를 그린 그림을 말라르메에게 주자 시인은 눈물을 보였다. 마네는 그런 시인을 두 팔로 껴안고 등을 토닥거렸다.
하지만 더는 버틸 재간이 없어 소파에 쓰러지듯 주저앉고 말았다. 두 다리가 스르르 풀려버리고 만 탓이었다. 웃고 떠들던 두 사람의 대화가 갑자기 중단되면서 모든 게 차갑게 굳어져만 갔다. 유머는 통증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이제 고통이야말로 더 이상 멀리 할 수 없는 친구가 된 것이 틀림없었다.
[1] 알렉상드르 꺄바넬(Alexandre Cabanel : 1823–1889)은 파리 프랑스 국립 아카데미의 회원이었던 화가로서 특출 난 관학풍의 화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나폴레옹 3세에 의한 제2제국 하의 대중들로부터 한때 호평받은 예술가였다. 관전에 의한 미술전람회에서 수상한 작품이 바로 「비너스의 탄생(La Naissance de Vénus)」(1863, 파리 오르세 미술관 소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