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한 편의 시

악몽은 누구나 꾼다

by 오래된 타자기


매일 밤 꿈을 꾼다.

매일 밤 꿈에 시달린다.


먹고살기 위해

자존심마저 내던지고

일만 하던 때의 기억들이

매일같이 꿈속에서 재현된다.


이름마저 잊힌 이들이 괴롭혀 댄다.

꿈속에서 저항할 줄 모르는 나는

두 팔 두 다리마저 묶인

꿈의 짐승이 된다 포로가 된다.


개 같은 삶마저 삶이라 규정하던 때의

어리석음을 후회하지만

문신처럼 새겨진 끝장난 삶은

뇌수를 파고들며 온몸을 흔들어대면서

이름마저 기억조차 없는 이들이 낄낄 거리는

나락 깊숙한 굴헝 속으로 떨어지고 만다.

괴롭힘을 당한 나는

저항할 줄도 모르는 새처럼 버둥거리기만 한다.


되풀이되는 악몽에 매일같이 시달리면서

숨조차 쉬기 어려운 잠에서 겨우 깨어나면

욕설부터 입안을 맴돌지만

문신같이 남아있는 꿈의 잔영들이

또 어딘가로 나를 어수선하게

끌고 간다 이번엔 무섭고도 두려운

후회란 숲으로 끌고 가

펑펑 눈물짓게 만드는 고문을 시작한다.


삶에 죽음으로 저항하지 못한 자신을 힐난하는

분노의 눈물 배인 삶이 문신처럼 새겨진

이 밤 동안 영영 기억의 강은 건너가지 못하리라.


나락으로 추락한 자신을 주체하지 못한

부끄러운 삶을 저주하고만 있으리라.

새벽 또한 끝끝내 찾아오지 않으리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