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죽은 자들의 계절
동도 트지 않은 정원에
두 사내가 문을 밀고 들어가
앞을 향해 걸어간다 손에는 빵을 들고
헐렁한 옷차림에 샌들을 신은 모습이
연옥과 지옥을 오가는 신령들 같다.
1차 세계대전 휴전 기념일인 오늘도
빵집이 문을 연 모양이다 이른 시각부터
기다란 막대기 모양 바게트를 사들고
엊그제 새로 도착한 동료들이 깊이 잠든
망명자 합숙소 공동부엌으로 향한 길
동네 사람들 마저 피하듯 비껴가는
허름하고 남루한 구역 모퉁이
까마귀들이 비둘기 사체를 뜯어 먹는 골목 어귀에
때아닌 비가 내린다.
11월은 망령의 계절
죽은 자들이 깨어나는 달에
까마귀들 대신 검은 옷을 걸친 사내들
11월은 모든 성인의 축일의 시작이라고
목소리 높일 때 즈음 어디선가 메아리 되어 들려온다.
한 해의 종말을 향해 가는 길목은
늘 어두운 법이라고
늘 뒷덜미가 수상한 법이라고
늘 돌멩이에 채여 걸어가던 길
자꾸만 뒤돌아보게 만드는 법이라고
아! 11월 11일 핼러윈데이에 빼빼로데이
놀람 기쁨 유쾌함 상쾌함 즐거움 대신
공휴일 비둘기 줄 모이가 들어있는 봉지를 들고
공원으로 향할 아이들 마음속엔 구름이 낀다.
벌써 비가 내린다 사악하게 겨울이 가까워졌다고
죽은 자들이 먼저 깨어나 소리친다.
11월은 망자의 계절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