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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한 편의 시

부부

by 오래된 타자기


서로 닮은 것 하나 없이

서로 일치하는 것 하나 없이

두 사람은 만났습니다.


부모보다 더 뜨거운 감정일 줄은

형제보다 더 따뜻한 가족일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가냘픈 약지에 가느다란 실반지

서로 채워주던 날

부둥켜안고 소리 죽여 실컷 울었습니다.


곤한 잠 속에 수줍게 줄기를 내민

한 떨기 가녀린 꽃망울처럼

언제쯤 꽃으로 피어 세상 환한 빛이 될지


모르는 한 사내와 한 여인

함께 걸어갈 인생길에 펼쳐지는

꽃길만을 떠올렸습니다.


서로를 생각할 때면 움츠러드는 마음

저려오는 연민과 애달픔마저

앞길에 뿌려지는 축복이라 생각했습니다.


이젠 서로가 없어서는 안 될

아픈 손가락이 된

언약의 반지처럼 반짝이는 눈망울 되어


이 생명 다 할 고달픈 가시밭길 걸어갈지라도

쓸쓸하거나 외롭지 않을

다만 서로를 비추는 등대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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