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은 눕지 않는다
풀은 쓰러지지 않는다
풀은 흔들릴 뿐이다.
풀은 눕지 않는다
비바람 속에서도
폭풍우 속에서도
풀은 흔들릴 뿐이다.
풀들이 흔들리는 건
풀들이 이리저리 바람결에 서로 몸을 비벼대는 건
눕지 않고 쓰러지지 않기 위함이다.
오늘도 하루 종일 지켜본 늦가을의 뜨락에서
태양빛 점점 시들어가는 저녁
기침을 해대는 일상의 폭력 속에서조차
풀들이 저 스스로 흔들리는 건
성난 바람결에 스러지지 않기 위한
몸부림 결코 죽지 않을 목숨이기에
바람 불 때마다 스스로 지켜내기 위한 몸짓이다.
풀은 눕지 않는다
풀은 쓰러지지도 않는다
풀은 다만 저 스스로 흔들릴 뿐이다.
흔들림만이 세상을 살아가는 법
흔들림만이 세상을 이겨내는 법
흔들림만이 세상에 남는 법
이라고 스스로 말하기 위한
언어다 침묵이다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한 몸부림이다.
강한 생명력이 쏟아내는
울분이다 눈물이다
아! 그럼에도 무너뜨릴 수 없는 저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