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2일 pm. 7시 15분에서 9시 10여분 까지.
예안이는 아기띠로 안는다. 적어도 한 시간 반 이상은 쭉 자줄거라 예상되는 시점 즉, 내가 한 시간 반 정도는 안은 채로 율이를 재울 수 있겠다 싶을 때 예안이를 안고 안방으로 율이를 구슬려 데리고 들어간다. 수면등 인형을 켜고 이선율은 이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침대 위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노래도 부르고 나더러 책도 읽어라 한 삼십여분 이상은 논다. 언제쯤 자려고 누우려나 조바심이 나지만 그럴 때마다 마인드컨트롤이 필요하다. 뭐 한 시간 반 안에는 자겠지 그러겠지 하면서. 그렇게 속으로 삭이는 한숨을 쉬이쉬이 내 쉬다 보면 이선율이 스을 와서 베개를 베고 눕는다. 한 손으로 반대편 소매옷자락을 잡고 입은 오물오물하는 걸 보면 아 이제 자려는 거구나 싶다. 이때부터 중요한 건 되도록 빠른 시간 안에 잠들도록 해야 하는 거다. 만약 타이밍을 놓쳐 잠들지 못하면 다시 벌떡 일어나 놀기 시작하기 때문에. 작은별 노래를 부르거나 무릎 꿇고 비스듬히 앉아 등을 토닥이거나 그 자세로 책을 읽어주거나 등등 다양한 변수의 요구를 들어주다 보면 어느 시점 잠들기도 하는데 문제는 이게 삼십 분 정도의 시간을 넘어서기 시작하면 이선율도 졸리다가 잠이 달아나는 순간이 온다는 거다. 이제 내 뒷목이 딱딱 당기기 시작한다. 슬슬 허리는 아파오고 다리도 저릿 거리고 게다가 제2의 변수 이예안이가 깨거나 울거나 하는 일이 곧 일어날 시점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아 오늘을 글렀다 싶은 그때 이선율이 벌떡 일어나 맑은 목소리로 엄마 부른다. 망했다. ‘야 이선율 안 잘 거냐’ 하면서 눈을 또랑거리며 맑갛게 쳐다보는 아이에게 큰소리 한번 내지르고 싶다. 아니면 잠깐 밖에 나가서 ‘크아아악’ 소리라도 지르고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근데 이놈이 날 괴롭히려고 부러 그러는 것도 아니고 원래는 엄마가 옆에서 꼬옥 안아가며 포근히 재워줬는데 이젠 그렇게 해주지도 않으니 빨리 잠들지 못하는 건 당연한 건데 싶어 본능적으로 올라오는 신경질을 꾹 눌러본다. “율아 이제 자야지.“ 하며 길고 느리고 다정히 속내를 들키지 않게 말해본다만 뭐 의미 없다. 이쯤 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오늘은 그 신경질을 꾹 눌러주지를 못해서 ”야! 이선율 너 안 잘 거야? 안 자면 엄마 나가버린다!“ 유치뽕짝 으름장으로 애를 울려버렸다. 대충 달래질 즈음 다시 거북이 수유등 가지고 장난치며 노는 이선율에게 거북이 이제 자야 된다며 수유등 전원을 꺼버렸다. 다시 또 운다. 이예안 자다가 같이 깨서 운다. 예안이는 배고픈 시간이 다가오기 때문에 울음을 그치지 않을 건데. 예안이를 아기띠에서 내리고 분유를 타서 먹이기 시작한다. 어쩔 수 없이 거북이 수유등을 켜주고 이선율 손에 쥐어준다. 꺼이꺼이 넘어가면서 엄마에게 서운해 등을 돌려 거북이 수유등을 꼼지락거린다. 이선율 울음소리에 이예안도 분유 먹으면서 같이 운다. 아... 하아.... 후우....
율을 겨우 달래니 안아 달라한다. 이예안이가 양반다리 한 내 무릎에 뉘어져 분유를 먹고 있으니 왼손으로 예안이 분유병을 잡고 오른손으로 14킬로 가까운 이선율이 엉덩이를 끌어안는다. 예안이에게 닿지 않으려면 온 팔뚝에 기를 모아야 한다. 내 오른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훌쩍훌쩍하며 맘을 추르리는동안 우느라 피곤해지는 이선율이를 이 틈을 타 얼른 재워야겠다는 심산으로 젖 먹던 힘을 다해 오른팔로 안고 있는 율이를 살살 흔든다. 얼른 자라 제발 자라 제발 제발. 이예안은 분유를 다 먹고는 옹알이를 하며 다리 위에 누워 껌벅껌벅 천장 쳐다보고 가깜씩 힐끔 나를 보면서 씽긋이 웃고 있다. 이선율이를 이제 눕혀도 되려나 쳐다보니 눈이 말똥. 참자참자 팔뚝의 고통도 참고 내 멘털도 도망 못 가게 잡자 하며 다시 정신 집중. 다시 슬쩍 보니 이제야 느낌이 온다. 옆에 눕혀 이선율 몸을 가만히 눌러 토닥인다. 다시 속으로 왼다. 제발자라 제발 제발. 옆에서 옹알거리는 이예안이는 왜 갑자기 목소리가 커지나 조마하다. 뒤척이던 이선율이가 스윽 가만히 몸이 쳐지면서 잠이 드는 게 보인다. 됐다 이제 싶을 때 인내심 가지고 조금 더 토닥인다. 진짜 잠들었다 싶을 때 이불 덮어주고 온갖 재우기 도구들-젖병, 물병, 쪽쪽이, 아기띠, 이예안까지-을 챙겨 살금살금 방을 나온다. 아 이제 끝이다.인 줄 알았지? 예안이가 얼렁 자기를 재우라며 끼잉 한다. 아기띠 다시 장착. 안고 서면 발바닥에는 청소 안돼 먼지가 밟히고 주방은 설거지거리. 하 퇴근은 언제 하나.